[장애의 사회적 평가를 위하여] 청각장애우 서용덕군 사건에 부처 > 대학생 기자단


[장애의 사회적 평가를 위하여] 청각장애우 서용덕군 사건에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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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함께걸음에 소개됐던 서용덕군 사건은 서울 고등법원에서 노동상실을 35%의 확정 판결을 받고 말았다. 장애우의 노동력에 대한 최초의 법적 결정인 이번 판결에 대해 본지 발행인인 이성재 변호사의 글을 싣는다.

 이 사건은 1989년 8월 29일, 사고 당시 만 11세 7개월 된 언어 및 청각장애우 소년이 농아 학교의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학교 앞 횡단보다 앞에서 차량에 치어 사망한 것이다. 사람이 차량에 의하여 다치거나 사망할 경우 그로 인하여 다치거나 사망한 사건이다. 사람이 차량에 의하여 다치거나 사망할 경우 그로 인하여 발생하게 되는 손해를 자동차의 소유자나 사고를 낸 사람으로부터(물론 보험에 가입되어 있을 경우에는 그 모든 손해를 보험회사가 책임지게 된다) 배상 받게 된다.
 이 사건과 같이 사람이 사망할 경우, 우선 사망한 사람이 사망하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수입이 있을까(소위 가동기간, 때로는 정년의 의미를 갖는다). 그 수입은 어느 정도나 될까를 합리적으로 따져 손해 액을 결정하고 다음으로는 사망으로 인하여 수반되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를 결정한 후 위 두 가지의 금액을 합한 액수를 손해배상으로 얻게 되는 것이다.  

 위 소년의 경우를 볼 때, 사고당시 만 11세 7개월에 불과하기 때문에 돈을 벌지 못하지만 사망하지 않고 생존하였다면 성인이 되는 20세부터 60세까지는 어떠한 작업에 종사하건 아무튼 돈을 벌게 될 것은 명백하다. 물론, 위 소년이 농아가 아니었다면 3년 간의 군복무를 마친 23세부터 60세까지 일을 하여 돈을 벌 수 있을 테지만, 농아는 군복무가 면제되기 때문에 20세부터 60세까지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위 소년은 어떤 일에 종사할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신이 아니면 단정지을 수 없는 문제기 때문에 법원에서는 피해자가 사고당시 일정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었다면 앞으로도 계속하여 그 직업에 종사할 것을 전제로 그 직업을 통하여 얻을 수 있었던 수입을 기초로 손해 액을 산정 하게 되지만, 사고당시 일정한 직업이 없었던 사람이거나 이 사건과 같이 아직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적어도 일용노동(특별한 지식이나 기능이 없더라도 누구라도 담당할 수 있는 막노동을 의미한다)에 종사할 수 있었음을 전제로 하여 그 손해 액을 결정하게 된다(이 사건에 관한 고등법원의 판결 역시 위 피해자가 향후 일용노동에 종사할 것을 전제로 손해 액을 산정 하였다).

 문제는 이 사건의 소년과 같이 사고당시 이미 장애를 가지고 있었을 경우(전문용어로는 "기왕증"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에는 그 손해 액을 어떻게 산정 하여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이 사건과 하는 것이다. 이는 이 사건과 같이 이미 장애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 다친 경우뿐만 아니고 거꾸로 만일 멀쩡하던 사람이 교통사고로 인하여 농아자가 되었을 경우 그 사람은 어느 정도의 노동능력을 상실하였다고 판단하여야 할까 하는 문제와 경우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위 소년의 부모들은 위 사고자동차의 소유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법원인 인천지방법원 다음과 같은 요지의 판결을 하였다. 즉, "국가배상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별표 2"에 의하면 언어의 기능에 현저한 장애가 있고 두 귀의 청력을 상실한 자의 노동능력 상실률은 90퍼센트라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위 소년의 경우에도 남들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의 10퍼센트 밖에 벌어들일 수 없는 이치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위 1심 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즉, 첫째로 국가배상법은 일정한 자가 상해를 입었을 경우 가능한 많은 배상을 해주기 위한 일종의 "복지법"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그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기준보다도 더 높은 비율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국가배상법을 적용해야 할 사건이 발생하였을 경우 실제로 다친 것 이상으로 충분히 배상을 해주겠다는 국가의 의사가 조문화 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둘째로 피해자가 공무원이거나 가해자가 공무원이거나 또는 위 차량이 국가의 소유였다면 모르되 국가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사건의 배상범위를 정함에 있어 국가배상법을 기준으로 한 것은 모순인 것이다. 셋째로 지금까지의 법원의 태도에 비추어 장애가 없던 사람이 사고로 인하여 농아가 되었을 경우 없던 사람이 사고로 인하여 농아가 되었을 경우 법원이 손해배상 판단을 하면서 그 사람의 장애율을 90퍼센트로 판단하였겠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하여 위 소년의 부모들은 위 1심법원의 판단에 불복하여 고등법원에 항소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 항소심은 위 소년의 기왕증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다.

 "위 망인은 선천성 농아자로서 위 사고 당시 농아학교 초등부 3학년에 재학 중이었고, 우리나라에는 농아지를 대상으로 하는 특수교육기관이 다수 존재하고 있고 사회복지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농아자들의 취업도 여러 분양에 걸쳐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으며 더욱이 1991. 1. 1부터는 국가기관 및 사기업체 등에 의한 장애인의 고용촉진과 직업재활 및 직업안정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또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설립되어 그 취업 알선 활동을 개시함에 따라 앞으로는 위 망인과 같은 장애인의 고용이 더욱 촉진될 것이 예상되는 사실, 위 망인과 같은 청각 및 언어에 장애가 있는 농아자의 일반인에 대비한 노동능력상실율은 "맥브라이드 불구평가표"에 의하면 100%이고 "국가배상법 시행령 별표 2"에 의하면 90퍼센트이며 "미국의학협회"에서 정한 기준에 의하면 35%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 앞에서 본 농아자의 교육현황 및 취업실태와 장래취업 가능성, 장애인의 고용에 관한 국가의 정책 기타 제반 사회적 경제적 조건을 고려하면 위 망인의 농아자인 신체장애로 인한 노동능력 상실률은 35퍼센트가 되는 것으로 평가함이 상당하다."

 이 사건의 본질은 지금까지 법원으로 노동능력 상실률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해온 것이 미국의 의사인 맥브라이드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만들어 놓은 낡은 기준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위 "맥브라이드 불구평가표"는 사람의 장애율을 판단함에 있어 사람을 단순히 "고기 덩어리"로 전제한 뒤 그 사람의 신체가 어느 정도 손상되었는가(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어느 정도의 고기 덩어리가 없어졌는가)하는 측면에서 그 기준을 정하고 있을 뿐이고(맥브라이드 평가표는 기존에 있는 수많은 장애판정기준 중에서 가장 낮은 비율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위 기준을 적용할 경우 보험회사에는 많은 도움이 될 지는 모르지만 사고로 인하여 다친 사람들이 배상을 받을 경우에는 "악마의 표"라고 할 정도로 비인간적이다)소위 장애를 입음으로 인하여 그 사람이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활동이 가능한가를 함께 판단하는 사회적 평가가 누락되어 있음은 이미 여러 전문가들에 의하여 지적되어 왔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농아의 노동능력 상실율을 판정함에 있어 맥브라이드는 100%라고 하였고, 미국의학협회에서 정한 기준에 의하면 35%라고 하고, 국가배상법에 의할 경우 90%라고 하여 위 3가지의 기준이 모두 차이가 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차이의 폭도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것을 볼 때 맥브라이드를 불구평가표나 국가배상법 시행령에서 정한 기준, 나아가 산업재해 보상법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 등 갖가지 기준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불리하게 정해져 있는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법원은 사람의 장애율을 판정함에 있어 기계적으로 맥브라이드의 기준을 적용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를 입는 순간부터 그 장애의 종류나 정도를 불문하고 취업이 불가능하던 과거와, 위 고등법원 판결에서 설시하였듯이 국가 정책이 장애인들의 취업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현실 등을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장애율을 산정함에 있어 이를 고기 덩어리의 손상이라는 저급한 판단에서 벗어나 장애의 사회적 평가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 볼 때 위 고등법원의 판결은 지금까지 법원에서 거의 관행화 되어 있던 맥브라이드 미신에서 벗어나 사람을 단순한 "고기 덩어리"가 아닌 사회적 존재로 평가하는 첫 발걸음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고 앞으로는 그와 같은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글/이성재

작성자이성재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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