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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마당] 촌지로 실추된 이미지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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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3일 기자는 한 통의 공문을 건네 받았다. 한국장애자재활협회장(서광윤)이 발신인인 이 공문의 내용은 장애우 관련단체 및 언론사 간담회를 11월8일 오후 3시 협회 회의실에서 갖게되니 참석해 달라는 것이었다. 토의 안건은 "장애우복지를 위한 장애인기관 단체의 역할"이었다.

 11월8일 오후 기자는 동료기자와 함께 재활협회를 찾았다. 마침 협회에서는 협회 주체 연례 행사인 "사랑 나눔 바자회"가 열려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기자는 행사장을 곁눈질하며 2층에 있는 회의실에 들어섰다. 회의실에는 낯익은 장애판 언론사 기자들과 협회 직원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잠시 후 협회 사무국장인 주성오씨가 들어섰다. 상견례가 끝난 후 시작된 간담회는 애초 우려대로 처음부터 삐긋거릴 수밖에 없었다. 우선 협회측이 준비한 문건 내용은 발송된 공문과는 동떨어진 협회가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남부장애자종합복지관에 대한 홍보" 일색으로 채워져 있었다. 더욱이 내용의 상당부분이 복지관 개관 5주년 기념행사 계획안이 그 홍보문건을 갖고 참석자들과 함께 장애우 복지를 위한 기관 단체의 역할을 토의하자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협회측의 이러한 전말이 호도 된 발상은 당연히 참석자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한 참석자 가운데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주성오 국장은 "직원들이 거창하게 주제를 잡은 것이 문제"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후 1시간 30분 남짓 계속된 간담회는 복지기관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중구난방식 토론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재단과의 갈등에 대한 협회측 입장을 구구하게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주성오 국장은 두 기관이 다투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재단이 주어야 할 지원금 5천만원을 주지 않아 촉발되었다"며 협회측은 하등의 잘못이 없음을 역설하기에 급급했다.
 주국장의 지루한 해명이 이어지자 더 이상 자리를 지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참석자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러자 협회측 직원들이 재빨리 나서 참석자들에게 돈봉투를 나눠주며 수령증에 사인을 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당황한 참석자가 이게 무슨 돈이냐고 묻자 주국장은 거마비라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덧붙여 그는 간담회가 끝난 뒤 "돼지고기가 아닌 소고기로 마련한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다"는 말을 하여 참석자들에게 심한 모멸감까지 안겨 주었다.
 기자는 봉투의 수령을 거부하고 갈비집에 가자고 붙잡는 것을 뿌리치고 협회를 나오면서 치솟는 분노감을 참을 길이 없었다.

 이미 알려진 대로 협회는 작년 노조설립을 둘러싼 직원들의 농성 사태와 최근 재단과의 다툼에서 보여준 일련의 행태들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실추된 위신을 관련 언론사 기자들을 불러 촌지와 저녁식사 대접을 높이려한 협회측의 의도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기금이 부족해 자선바자회를 열면서까지 기자들에게 촌지와 융숭한 접대를 할 필요성이 있었을까. 그렇게 해서 반대급부로 무엇을 얻겠단 말인가. 혹시 협회측은 마침내 장애판에서까지 혼탁한 촌지 문화를 정착시키려고…… 의문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무엇보다 장애우 언론의 협회측에 의해 싸잡아 도매금으로 매도를 당한 것 같아 몹시 우울한 저녁이었다.

글/이태곤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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