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소리] 장애인과 컴퓨터
본문
장애우에게 있어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사건은 아마도 컴퓨터의 등장이 아닐까 한다. 컴퓨터는 장애우들의 생활 양식을 여러 가지로 바꾸어 놓고 있다. 컴퓨터가 장애우를 위하여 어떠한 일을 할 수 있는가?
첫째로, 요즘 널리 퍼지고 있는 컴퓨터 통신으로 편리하게 의사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컴퓨터 통신은 중증지체장애우를 비롯하여 언어 또는 청각장애우와 시각장애우 등으로 하여금 전자신문, 전자도서관, 전자우편 등의 방법을 통하여 많은 정보를 편하고 빠르게 접할 수 있게 해 주고, 또 자기의 의사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여러 사람들에게 즉시 알릴 수 있게도 해 주며,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게도 해 준다.
장애우들은 컴퓨터와 모뎀이라는 것만 갖추고 서너 시간만 배우면 집이나 사무실에서 이와 같은 편리한 컴퓨터 통신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컴퓨터 선진국의 경우, 원래는 전자게시판(BBS)이 장애우를 위해서 생겨났다고 한다.
둘째로, 언어장애우나 청각장애우에게 컴퓨터 통신은 일종의 전화다. 언어장애우는 말하는 대신에 컴퓨터 화면에다 원하는 내용을 쳐서, 입력함으로써 먼 거리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자기 의사를 정확하고 바르게 전달할 수 있고 청각장애우는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상대방의 말을 읽음으로써 이를 정확하게 전달받을 수 있다.
셋째로, 특히 시각장애우에게 컴퓨터는 많은 일을 해 준다. 현재 개발중인 문서인식장치를 쓰면 기존의 책이나 편지의 내용이 컴퓨터 디스크로 입력된다.
점자출력 장치가 달린 컴퓨터는 그 내용을 점자로 바꾸어 출력시켜 준다. 또, 얼마 전에 열렸던 국제재활용품전시회에 여러 종류가 선보인 한글 음성 출력카드라는 것을 컴퓨터에 꽃으면 컴퓨터 디스켓의 내용을 그대로 음성으로 들을 수 있게 되어 점자책을 읽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편하고 빠르다. 디스크는 점자책과는 달리 많은 부피를 필요로 하지도 않고 제작비용이 많이 들지도 않는다. 컴퓨터 디스켓으로 된 책은 수백 페이지에 해당하는 분량이라도 1∼2분만에 복사할 수 있어 보급하기 쉽다. 그리고, 시각장애우라도 많은 분량의 정보 중에서 필요한 내용을 순식간에 찾아 낼 수 있다.
넷째로, 언어장애우들의 발음을 교정하는 훈련프로그램 등 장애우의 재활 훈련을 위한 여러 가지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효과적인 훈련을 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로, 컴퓨터는 장애우 직업재활의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컴퓨터 문화가 확산되면서 장애우들이 컴퓨터 관련 업무를 직업으로 삼을 여러 기회가 생기고 있다.
중증장애우라도 컴퓨터를 깊이 있게 배워서 컴퓨터 전문가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면 스스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경영하거나 관련 업체의 기술자로 취업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장애우고용촉진법이 시행됨에 따라 일반회사들도 장애우를 일정비 고용해야 함으로 어차피 상당수의 컴퓨터 요원을 필요로 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컴퓨터 등 전문지식을 갖춘 장애우를 고용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컴퓨터 전문가가 안 되더라도 데이터 입력 요원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 업무는 외부로 왔다갔다할 필요가 없고 사무실 안에서도 별다른 육체적 움직임을 필요로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수준 급의 대우를 받을 수 있으므로 장애우가 직업으로 삼기에 적합한 분야이다. 부여받은 직무를 자기 집에서 수행하는 재택근무 제도가 우리나라에서도 실시된다면 그것은 아마도 컴퓨터 관련 업계부터가 아닐까? 미국 같은 나라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이름을 날리는 중증지체장애우나 시각장애우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컴퓨터를 갖추려면, 최하 40∼50만원이라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컴퓨터 값이 날마다 떨어져 가고 있기는 하지만,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많은 장애우들로서는 아직은 컴퓨터를 구입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우에게 컴퓨터 구입 비를 지원하는 문제는 장애우복지대책의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각종 자선단체나 사회운동 단체들도 추상적인 운동보다는, 중증장애우에게 컴퓨터 보내기 운동 같은 것부터 펼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컴퓨터 통신이 장애우들의 정보 획득과 의사 전달을 위한 유용하고 획기적인 수단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장애우들이 컴퓨터 통신망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우에게 만이라도 전화요금 시분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시외전화를 시내전화 요금 수준으로 걸 수 있는 방안이 장애우복지정책의 차원에서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회는 1988년에 이미 장애우들의 컴퓨터 훈련비로 1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고 했다. 컴퓨터가 결코 어둡고 두려운 기계가 아니고 장애우에게 많은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문명의 이기라는 것을 장애우들에게 인식시키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 같다.
글/박홍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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