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소리] 이기적인 젊음을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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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뀜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장애우 문제만큼 급속도로 관심의 대상이 된 것도 많지 않을 것이다.
올 6월은 유난히도 강연 요청이 많았던 달이었다. 대부분 대학생 모임이었는데, 젊은 층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고민하고 있다니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다. 그만큼 장애문제가 심각하고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반증일 것이다.
"한국에서의 장애인복지 실태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가졌던 여섯 번의 강연회와 그 공간 속에서 함께 논의하고 고민했던 내용을 정리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강연 대상을 분류한다면 첫째로 장애우와 관련된 전공학과, 둘째로 장애우 자원활동 단체, 셋째로 장애우 단체로 나눌 수 있다.
강연 내용은 장애우 발생의 구조적 원인, 장애우 특수교육, 장애우 고용문제 등 제반 장애우 복지정책의 허(虛)와 실(失)을 중심으로 했고, 정치, 경제, 사회적 입장에서의 장애운동 이론이나 다른 사회운동과 같은 부분운동으로서의 가능성에 대해 함께 논의했다.
즉, 장애문제의 일차적 요인이 사회구조 속에서 파생되었다면 그 원인들을 철저히 연구하여 밝히고 대안들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장애우와 관련된 전공학생들은 학과에서 원론적이고 기술적인 영역에만 치우치다 보니 현재의 한국 장애우의 구체적 실태에 대하여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공부 자체가 너무 미시적 관점에서 머물러 정말로 필요한 사회구조 속에서의 장애우관이나, 장애우 정책 등 거시적 장애문제는 도외시하는 것 같았다.
장애우 자원활동 단체는 적어도 의욕만큼은 대단했다. 현실적으로 장애우나 장애문제에 대하여 공부를 하고 싶어도 자료의 빈곤과 모임의 성격이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활동자체가 장애우 시설 등에서 자원활동의 초보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으나, 향후 장애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애우 단체는 장애우고용촉진법 시행령 등 보다 구체적인 사안과 장애우 단체들의 결속력 및 대중적인 조직 건설에 역점을 두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소모임 형태의 조직들이지만, 순수하게 장애우들이 주체가 되는 조직건설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그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부의 정책도 불확실한데다 스스로의 이론이 제대로 채워지지 못했으며, 조직마저 사분오열 되어 있는 등 아직까지 장애문제가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과도기 상태에서 많은 젊은이들의 구체적인 노력들이 매우 고무적으로 보인다. 그만큼 장애우들의 미래가 밝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사는 사회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가장 혜택 받지 못한 계층의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다."라고 말한 샤르트르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분명 이 땅의 장애우는 가장 소외된 계층의 하나일 것이다. 장애우 관련 전공자에게 과연 이 땅에서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제반 여건이 되어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장애우 자원활동가에게는 장애우를 동정의 대상으로 보지는 않는지? 활동 자체가 일회성으로 끝나지는 않는지? 장애우 단체는 진보라는 이름을 내세워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가진 동지들을 가차 없이 내몰지는 않는지? 묻고 싶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일은 "있는 것을 가지고, 아직 없는 것"을 실현하는 일이기에 더욱 값진 것이 아닐 수 없다. 낮고 어두운 곳에서 나 혼자 살아가는 이기적인 젊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젊은 노동자들에게 감사 드린다.
글/신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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