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 저런일 1] 장애인이여! 모두 모여라
본문
나는 지금 울고 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 중엔
청념 하신 선비는 하나 없다
한발 아니면 두발, 아니 온몸으로 밟고 있을
한반도 땅덩어리를
성한 자와 내가 밟고 있다.
그는 순탄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내가 가는 길은 계단이 턱을 막고,
그는 땀흘려 일하고 있는데
나는 땀흘릴 일자리가 없어
나는 지금 이렇게 처절하게 울고 있다.
폭풍우가 치던 여름날은 지났건만,
어깨를 짓누르는 서러움의 육신으로,
인간 아닌 저주받은 인간으로,
애타는 목마름으로
나는 지금 이렇게 몸부림치고 있다
나를 향해 내리 꽂히는
벌레들의 억센 주먹도
형언치 못하는 서러움으로 한껏 꿈틀거리며
우리가 보장받을 미래를 향하여
나는 지금 이 땅덩어리를 밟고 섰노라
장애가 죄가 아님은 분명한데
장애인도 사람임은 분명한데
왜 나는 이렇게 울어야 하나
왜 나는 이렇게 몸부림쳐야 하나
맞으면 소리가 나는 징처럼
울분을 깊게, 깊게 간직하고
서러움을 길게, 길게 노래하며
오늘 애타는 노래를 부르며
이 자리에 섰노라
아직 지켜지지 아니한 약속들과
저주처럼 다가오는 야수들의
못돼 먹은 악성이 들려 올 때
최루연기 몸에 앉고
무서움이 내리치는 어둠 속으로 나는 들어간다
아련한 채취로 진동하는 몸뚱아리를
정치가의 권력으로 인해,
기업가의 외면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음흉하게 뒷덜미를 맞는다
빌딩의 사무기기들도,
공장의 기계들조차
키득키득 나를 비웃고 있다.
나는 지금 걸어가고 있다
사람들아, 사람들아 다 모여라
폭풍우에 몸이 찢겨나가도
지난 날 기억들은 재로 뿌리자,
인간 아닌 인간들아 모여라
모두 모여라!
동정과 시혜의 대상이던 우리
지금은 우리가 직접 걸어야 한다
지팡이 짚고 나아가자
휠체어 밀고 나아가자
지금 이 시각에도 울고 있을
400만의 우리들을 위해 싸우자
한 역사의 더럽혀진 악몽으로
자유와 평등을 위해 분노로 일어서자
가자, 저 장애해방의 마당으로,
모두 다 일어서 나가자
장애해방의 터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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