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초점]뒷걸음질 치는 장애우 복지정책
본문
최근 보사부와 노동부는 각각 철도(지하철)요금 반액할인과 국·공립공원 무료 이용을 중심
으로 한 장애우복지법시행령개정안과 1백인 이상 기업체에 백분의 2이상 장애우를 의무고용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장애우고용촉진법시행령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4백만 장애우의 열
화 같은 투쟁으로 따 낸 양법안에 대한 정부측 입장을 구체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비상한 관
심을 모았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이들 두 법안 시행령에 담겨 있는 내용을 살펴보면 장
애우복지의 현실과 핵심을 철저히 무시한 지극히 형식적이고 가시적인 "말의 잔치"로 일관
해 그 동안 많은 장애우들이 우려해 왔던 대로 『장애우복지가 4백만 장애우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권유지를 위한 입막음』이며, 「전반적인 사회 각 부문의 민주
화나 제 몫 찾기에 비해 오히려 뒷걸음친」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다시 드러난 반 장애우정책>
먼저 보사부 자료에 의하면 복지법시행령개정안의 주된 내용을 「첫째, 장애우의 자립을 지
원하고 둘째, 중증장애우의 복지수준을 향상시키되 장애우복지정책의 결정과 사회활동 등에
장애우의 참여를 보다 확대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러나 기자가 보사부에 문의해 본 결과 장애우복지위원회·위원의 선발기준과 원칙 등에
관해서는 「아직 국무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았는데 어떻게 구체적인 내용을 정할 수 있겠느
냐」며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등 성의가 없었으며, 현실적인 장애우복지가 철도요금을 깎아
주고, 고궁을 무료로 이용하는 것으로 얼마나 이루어질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점차 나아
지겠죠…」라는 식이었다.
더욱이 그 동안 본질적이고 항구적인 장애우복지정책을 세우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
애우실태조사에 대해서는 「인구보건연구원에서 특수항목인 장애우 부분을 일반적인 인구조
사와 같이 할 수 없다고 해 전수조사는 불가능하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음에도 마치 전수
조사를 하는 것처럼 시행령에 적어 넣어 장애우를 속이고 있는 것이다.
그밖에 저소득 장애우의 자립자활을 위한 자금 대여와 도로, 공공건물, 공동주택 등에 장애
우를 위한 편의시설의 설치 등도 실지로는 "희망사항"에 불과함에도 마치 "확정된" 것인 양
과대선전으로 기대심리만 키워놓는 구태의연한 내용에 불과한 것이다.
전에도 몇 차례 지적한 적이 있듯이 복지법은 고촉법 등 장애우복지를 실현할 수많은 법의
근본적인 4백만 장애우의 「복지헌법」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교통비- 그것도 가장 이용하
기 힘든 지하철-을 깎아주고 고궁을 무료로 이용하는 것을 장애우복지의 "주요내용"으로 버
젓이 발표하는 보사부가 4백만 장애우의 주무부서로 정책과 행정을 주무르고 있는 것이다.
<공단을 장악(?)>
한편 보사부는 4백만 장애우의 노동을 통한 사회참여의 길을 열어놓은 고용촉진법의 시행을
앞두고 법 집행의 모든 것을 총괄할 고용촉진공단의 이사와 임원을 뽑는 과정에서 4백만 자
애우의 염원을 저버리고 음모적인 밀실행정으로 친정부적 인사를 선정해 고용촉진법 자체의
실행조차 의문시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그 동안 장애우복지를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인사가
정책적인 배려(?)로 이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을 뿐 아니라 임·직원들에 대한 뚜렷한
인사규정도 밝히지 않은 채 모두 정부측 인사로만 구성하는 등 고용촉진법 시행에 대한 정
부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본 연구소에서는 노동부장관에게 공단설립위원의 위촉과정과 공단정관 작성 여부와 비
공개의 이유 그리고 이사장과 임원의 선출 자격 등에 관한 열 네가지 항목에 걸쳐 공개 질
의서를 제출하고 반 장애우적 밀실행정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난해 법안제정 싸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애우들의 단결된
힘이 바탕이 되지 않을 경우 기껏 만들어 놓은 법일지라도 또다시 본래의 내용을 왜곡하고
훼손하려는 자본과 이를 옹호하는 정부측의 의도대로 끌려 다니리라는 것이다.
이제야말로 4백만 장애우 스스로의 존엄과 주체성을 되찾기 위해 일어설 때인 것이다.
다음은 연구소에서 발표한 공개질의서와 성명서 전문이다.
공 개 질 의 서
발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수신: 노동부장관
참조: 장애인고용촉진기획단 계장
제목: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 및 임원선정에 관한 건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항에 관하여 문의하오니 답변바
랍니다.
다 음
우리 400만 장애인들은 그 동안 경제성장의 그날 아래에서 국가 경제의 성장속도와는 반비
례로 생존자체에 대하여 위협을 받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우리 400만 장애
인들을 단순한 시혜의 대상으로 파악하여 구호물품이나 던져주는 수준에서 복지행정을 진행
시켰기 때문에 결국 수많은 장애인들은 기생적 소비집단으로 전락하기에 이르렀고, 이로 인
하여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은 더더욱 심화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장애인들은 장애문제가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이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것임을 인식하기에 이르렀고, 따라
서 이와 같이 심화된 장애문제는 국가의 구호적 차원의 행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지각
하에 이 문제를 인간의 존엄성 회복이라는 차원의 정책을 펴 줄 것을 정부에 꾸준히 요청해
온 바, 급기야 지난 4당 체제하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4당 공히 이 법의 제정을 제안하였
으며, 귀 부에서도 역시 정부안으로 이 법안을 내 놓기에 이른 것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장애인들의 인식발전과 위정자들의 인식발전이라는 두 요소가 일치되면서 탄
생된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은 몇 사람의 개인적 명예나 개인적 지위를 보존하기
위한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되고, 더더구나 이 공단을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사이비
자선사업가들이나 명예만을 쫓는 명망가들의 안식처가 되어서는 더욱 안되는 것입니다. 만
약 그렇게 될 경우 윌 400만 장애인들이 거센 저항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에 이르러 위 법에 의한 공단설립이 준비과정에 있어, 우리들이 예
상하지 못했던 일들, 특히 공단의 임직원 선정과 관련하여 정치권 인사들이 임직원으로 거
론되어 세간에서 우려하는 낙한 인사의 가능성이 있고, 임직원의 선정기준도 없이 철저한
비공개 속에서 정실인사가 진행중이라는 소문이 있기에 그 진위 여부를 가리지 않을 수 없
게 된 것입니다.
공단의 임직원 선정은 반드시 공개되어야 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에 의하
여야 하고, 그 동안 수많은 장애인들로부터 사이비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인사는 반드시 배
제되어야 한 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의 사항에 관하여 질의를 하니 90년 8월 24일까지 회신하여 주시기 바랍니
다.
질 의 사 항
1. 위 법 부칙 제 2조에 의하면 이 법의 시행일인 1991.1.1 이전에 공단을 설립하기 위하여
3인 이내의 설립위원을 위촉하도록 되어 있는바.
가. 현재 설립위원이 위촉되어 있는지의 여부
나. 위촉되었다면 위촉일자 및 그 인적사항
2. 위 부칙 제 3조에 의하면 위 설립위원은 공단의 정관을 작성하도록 되어있는바.
가. 정관이 작성되었는지.
나. 작성되었다면 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았는지 .
다. 작성되었다면 그 정관을 공개할 수 있는지.
라. 만일 공개할 수 없다면 공개할 수 없는 이유 및 비공개의 법적근거
3. 위 법은 단순히 현대적 노동문제를 규율하기 위한 법이 아니고 장애인들이 그 능력에 맞
는 직업생활을 통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복지법적 성격이 강조되는
법입니다.
그렇기에 이 법의 실질적 운영자가 될 동법 제 2장에서 규정되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임직원은 노동문제뿐만 아니라 복지문제에 관해서도 전문성과 애정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
어야 함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한편, 입법과정에서는 공단의 임직원을 비전문가인 군출신 인사라던가 특정정당이나 정파의
힘에 의하여 천거되는 소위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기 위하여 임직원의 정당가입금지 등의
제한 규정을 설치할 것을 강력히 추진한 바 있었으나, 귀 부의 담당공무원의 "정치적으로
중립이고 전문가들로 임직원이 구성되어야 하는 점은 정부의 기본입장"이라는 설명에 따라
굳이 제한 규정을 넣지 않더라도 되겠다고 판단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법의 적절하고 효율적이며 공평한 운영을 기대한 수많은 장애
인들 사이에는 "여권내의 특정인사가 이미 이사장으로 내정되어 있다. 여당 국회의원의 직
원이 이미 홍보과장으로 내정되어 있다"는 내용의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있음으로 인해 혹시
라도 이 공단의 몇몇 정치적 인사를 위한 위인설관의 결과를 가져오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가. 귀 부에서는 얼마전 각 장애인단체에 공문을 보내 이사로 선임할 만한 사람에 대하여
추천을 부탁한 바 있고, 이에 따라 여러 장애인단체들이 귀 부에 의견을 제시한 바 있습니
다. 그렇다면 귀 부에서 위 공단의 이사장 또는 이사의 자격이나 그 제한에 관한 일정한 기
준이 있는지
나. 만일 이사장이나 이사의 자격에 관한 기준이 있다면 그 기준은 무엇인지.
다. 항간에서 돌고 있는 "고귀남씨가 이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과연 사실인지.
라. 위 다항 대로라면 고귀남씨는 귀 부에서 정한 기준에 합당한 인물인지
마. 현재 민자당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있던 사람이 공단의 홍보과장으로 내정되었다는 소
문이 과연 사실인지
바. 위 마항 대로라면 귀 부에서는 이미 직원의 선정에 관한 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추론되
는 바, 직원의 임용에 관한 기준은 어떠한지
사. 위 공단의 같은 경우 그 직원의 선정은 "공개채용"의 방식에 의하여 선정됨이 상식적이
고 경험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되는데, 향후 공단의 직원채용에 있어 공개로 할 것인지 아니
면 비공개로 할 것인지.
아. 비공개로 한다면 그 기준은 무엇인지.
1990. 8. 17
성 명 서
- 반 장애우적 밀실행정을 규탄한다-
지난해 우리 4백만 장애우는 소외되고 짓밟혀온 "최소한의 삶"을 되찾기 위해 떨쳐 일어나
그 동안 선언적인 규정으로 일관해 오히려 장애우를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묶어 놓았던
"장애인복지법"을 전면 개정하고, 인격을 존중 받아야할 한 인간으로 주체적인 삶을 꾸려나
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 할 권리"의 보장을 위해 "장애인고용촉진법"을 쟁취하는 등 완전
한 사회통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4백만 장애우의 절절한 염원과는
정 반대로 정부 여당은 여전히 구시대적, 전근대적인 눈가림으로 장애문제의 본질을 호도하
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보사부에서 발표한 "장애인복지법시행령개정안"과 고용촉진법 시행의 사활이 걸려
있는 "고용촉진공단"의 임·직원 임명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채 10살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를 캄캄한 지하 벌방에 감금해 죽게 하고, 좋은 복지시설에
넣어주겠다고 속여 돈만 챙긴 후 길거리에 내팽개치는 참혹한 현실에서 정부·여당이 큰 소
리 쳤던 장애우복지의 핵심이 과연 지하철 요금을 반으로 깎아주고, 고궁의 입장료를 면제
해 주는 것이란 말인가
또한 고용촉진법 시행령의 경우 이 법의 공정한 집행과 실효성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지켜
져야 할 "공단임원의 정치불개입/을 무시하고 고용촉진공단 이사장에 고귀남 전 민자당 국
회의원을 내정함으로 4백만 장애우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우리가 공단임원의 정치불개
입, 즉 친여권인사 임용에 반대한 이유는 그 동안 의료보험공단 등의 비리와 분규에서 드러
났듯이 이들 기관이 애초에 그 설립목적과 동떨어진 정부·여당의 퇴직관리나 예편한 군장
성들이 낙하산식 인사로 요직을 점령해 파행적으로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용촉진법은 앞으로 시행과정에서 법으로 정해진 의무고용율마저 지키지 않으려는
대기업체들과의 마찰이 필연적이기 때문에 그 동안 장애우의 이해보다는 항상 대기업의 입
장을 대변해왔던 정부 여당의 인사로는 효과적인 법 집행을 전혀 기대할 수 없으며, 대통령
이 고용촉진공단 이사장으로 지명한 고귀남씨는 언론인 출신으로 노동문제와 장애복지 모든
면에 있어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공단의 업무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무엇
보다도 우리 4백만 장애우가 분노하는 것은 이러한 모든 과정이 보다 적합한 인사를 찾기
위한 공개적인 여론 수렴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노동부와 그저 몇몇 정부측 인사들의 개인
적인 밀실접촉에 의한 음모적인 결정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임명된 인사들이 앞으로 공단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는 불을 보듯이 뻔한 일
로 4백만 장애우의 염원은 철저히 무시된 채 오로지 정부 여당과 대기업의 이해에 의해 그
운명이 좌지우지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 노동부 등 관계부처에서 은밀히 추진하고 있는 고
용촉진 공단에 관한 모든 업무는 이를 즉각 중지하고 4백만 장애우에게 그 내용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주장을 밝힌다.
첫째, 노동부는 최근 공단임직원 26명의 인선을 비밀리에 마쳤다는데 이를 백지화하고 직원
의 공개채용을 실시하라.
둘째, 공단이 이사장은 당연히 그 동안 장애우복지를 위해 노력해온 장애우 중에서 임명되
어야 한다.
셋째, 보사부와 노동부는 더 이상 음모적인 밀실행정을 중지하고 민주적인 장애우관련 제
단체와 공개적인 협의의 장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만일 정부여당이 이러한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하고 비민주적, 반 장애우적인 밀실행정
을 계속한다면 우리 4백만 장애우는 스스로의 "삶과 존엄"을 되찾기 위해 일어설 것임을 다
시 한번 경고하는 바이다.
1990. 8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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