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소리] 패럴림픽이 우리에게 시사한 것
본문
세계 5억 장애인들의 대제전인 제 8회 서울 장애인 올림픽 대회가 지난 10월 24일 저녁 잠실벌을 밝히던 성화가 꺼지면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 땅에 차별 받는 장애인이 단 한 명이라도 남아있는 한 이 대회는 종결된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계속되어야 한다. 이번 대회는 시종 숱한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장애인의 가슴에는 참된 용기와 극복의 꽃을 피워주고, 장애인이 아닌 정상인에겐 인간의 존엄성과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과 희망의 빛을 던져주었다. 장애인들이 무슨 스포츠고 무슨 올림픽이냐고 비아냥거리던 사람들, 서울을 온통 병신들의 거리로 만들 거냐고 정색을 했던 몇몇 인사들마저 눈물 맺히게 했었던 이번 대회는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의 신기원을 이룬 거 보였으며 장애인 올림픽이 개최되는 올해는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의 원년으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이 대회에 대한 비난 또한 없진 않았다. 이번 대회가 전시효과를 노린 국가의 선전 장이란 비판이 있었으며, 200억 원이나 되는 많은 예산을 겉치레 행사에 낭비하느니 그 돈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시설 확충 등에 사용하는 것이 장애인을 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요구도 있었다. 이 비판도 요구가 지나쳐 이 대회에 가장 많은 찬사와 성원을 보내야 할 장애인들이 조직 위원회 사무실을 점검하여 농성하는 사태까지도 빚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이 행사를 단지 요식행사로 생각했다면, 이 대회를 통해 이 땅의 장애인들이 진정 밝게 웃으며 살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해 보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그때 받은 서운함을 끝내 버리지 못한 채 대회를 끝마쳤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대회에 모든 땀과 슬기를 유감 없이 발휘하였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학 입학을 거부당하거나 취업기회조차 봉쇄되는 현실 속에서도 보건사회부와 조직위원회가 이 대회를 감행한 것은 관계당국이나 이 사회가 이런 행사를 계기로 사회복지의 현실을 재인식하고 장애인 복지의 획기적 발전을 이룩하는 전기가 되리란 확신 때문이었다. 또 이것이 곧 우리 사회의 또 하나의 성숙이며 화합의 상징일 것이다.
신망애 재활원이 인근 주민들의 무지에서 비롯된 반대로 거리에 나앉아 농성하는 것을 목격하고 눈물을 흘린 사람으로서 이 땅의 장애인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휠체어도, 집도 아니요, 국민의 인식전환이란 사실을 절감했었다. 이런 의지에서 대회를 이끌었고 또 모든 자원 봉사자들과 운영요원들이 합심해서 자신을 바쳤다.
그리고 우리는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어둡고 암울한 모습을 보인 것과 대조적으로 외국의 장애인 선수들은 항상 밝고 쾌활했으며 모든 것에 대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이었던 모습을, 또 사지가 없이 몸통만으로 헤엄치는 모습도 화인 할 수 있었다. "나 정도의 장애인의 고백은 우리나라 장애인의 위상에 대해 이 대회가 이 땅의 장애인에게 던진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단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번 대회는 단순한 체육경기로서가 아니라 장애인 복지의 선진화를 추구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세계 앞에 내보이고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는 디딤돌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장애인 복지 측면에서는 장애인들이 신체의 장애를 스스로 극복하는 참여와 평등의 이념을 심어주는 사회적 효과 이외에 장애인 고용촉진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사회제도가 개선되고 장애인 복지 시설의 확충 및 장애인 등록제도 등의 복지시책이 실시되는 실질적인 복지효과를 가져다 주는 대회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보다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 대회로 하여 그동안 골방에서 체념과 한숨으로 응어리져 있던 여러 장애인들이 이제 거리낌 없이 빛의 세계로 나올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꼴찌 한 장애인 선수에게 달려가 꽃다발을 안겨주던 한 여학생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 장애인을 편견과 선입관의 눈으로 대하던 이들은 이 대회를 통해 인식의 대전환을 이룩했고, 결국 장애인과 정상인 할 것 없이 다같이 하나임을 가슴 깊이 느꼈을 것이다.
우리는 이 대회를 지켜보면서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냉대도, 동정도 아닌 사랑과 이해이며, 인간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얼마나 위대한 힘을 발휘하는 지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 대회를 마련한 것은 비단 장애인의 재활과 복지를 위하자는 뜻만이 아니었다. 정상인이면서도 장애인보다 더한 패배주의와 절망감에 빠져 있던 현대인에게 분명한 삶의 욕구와 의미를 부여해 주고, 인간에 대한 믿음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의 빛을 던져 줄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제 장애인 복지로 가는 길은 뚫렸다. 이 길이 탄탄대로일지 아니면 가시가 무성한 험로 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어울려 그 길을 걸어야 하며 무슨 이유로든 그 걸음이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미래는 단순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창조해 가는 것이기 때문에 끝으로 그간 아낌없이 성원을 보내준 전국의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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