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면 모든 걸 할 수 있다?
본문
더위가 시작되면서 붐비기 시작하는 곳 중의 하나가 헬스장. 옷이 얇아지면서 몸매가 노출되자 다이어트에 그 어느 때보다 열심이다. 더욱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기 시작한 나잇살에 대한 부담은 본인 또한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시작한 운동.
운동을 하면서도 ‘전공은 어쩔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든 이유는 운동을 하는 그 많은 사람 중에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가 바로 ‘발달장애인’이기 때문이다.
20대 중반의 그는 초등학교에서 청소를 하면서 월 80여만 원을 벌며 생활하고 있다. 부모와 같이 사는 그의 행동이나 움직임은 전공자가 아니라면 그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기 힘들 정도로 장애가 가벼운 상태다. 그냥 운동을 좋아하는 평범한 20대 청년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나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친해지자 그는 자신의 꿈을 ‘대통령’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웃어넘겼다. 친해지니까 그냥 하는 소리겠지, 라고 생각하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해졌다. 운동을 좋아하는 평범한 20대 청년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그가 자신의 꿈은 ‘대통령’이라고 이야기 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무슨 꿈이 대통령이야”라고 피식피식 웃는 이가 생기는가 하면 초등학생들도 “무슨 대통령, 저 아저씨 이상해! 바보 아냐?”라고 수군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도 ‘조금 지나면 그도 대통령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겠지. 사람들의 수군거림도 곧 잠잠해질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대통령에 대한 꿈의 이야기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처음 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지 2달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대통령에 대한 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고 사람들은 그의 뒤에서 ‘이상하다’고 수군거리고 있는 것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평범한 20대 청년이었던 그가 현실감 없이 ‘대통령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면서 그는 졸지에 ‘장애인’, ‘이상한 사람’으로 전락하고만 것이다. 그대로 가만히 둘 수만은 없어 그에게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되는지’ 등에 대해 설명해주며 ‘대통령에 대한 꿈’은 현실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알려주었다.
현실을 알려주기 위한 설명에 그의 반응은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왜 안 되는데요? 노력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우리 엄마 아빠가 노력하면 세상에 안 되는 게 없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대통령도 노력하면 되는 거잖아요?”라고 오히려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대통령은 노력한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면 부모님이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이고, 그렇다고 현실감 없이 ‘당신도 노력하면 대통령이 될 수 있어요’라고 하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가 사람들로부터 ‘장애인’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형국인 것이다.
그의 부모 또한 그가 ‘장애인’이라는 소리를 듣게 하기 위해 ‘세상에는 노력하면 안되는 게 없다’고 가르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부모의 입장에서는 주눅이 들어 있는 자녀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이를 통해 자녀가 더 잘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가르쳤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감 없이 ‘세상에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인 교육은 그의 사례에서처럼 오히려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장애인을 더 장애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타인과 비교하면서 “너도 노력하면 할 수 있어”라고 가르치기 보다는 오히려 “그래 못해도 괜찮아. 세상에는 모든 것을 다 잘 하는 사람은 없단다. 엄마나 아빠도 못하는 것이 있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어. 그래도 행복하게 잘 살잖아. 너도 네가 잘 하는 것을 하면 돼”라고 현실을 알려주면서 격려해주었다면 그도 “대통령이 될 거야”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