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이동권은 생존권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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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중도 장애를 입고 살아온 지 13년이 되어 간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한해 앞둔 8월, 퇴근길에 우연히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지마비 장애가 발생하고 약 5년의 암흑기를 보냈다. 그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에게 실망하면서 더 이상 가족에게 기여할 수 없는 삶을 살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누님의 선물로 받은 전동휠체어는 나의 인생을 바꿔 놓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어설픈 운전 실력으로 복지관에 다니면서 장애인 동료를 알게 되고 자립생활을 꿈꾸게 됐다. 장애인 동료들과 활동보조서비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 필요성을 공유했다. 우리들의 요구는 2007년 9월 자립생활센터 발기인 총회로 구체화 되었고, 이듬해 1월 용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용인IL센터)를 개소하기에 이르렀다. 무엇을 먼저라고 이야기할 것도 없이 활동보조서비스 시범사업과 휠체어 수리서비스를 시작했고, 거리로 나가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외쳤다.
그러면서 시작된 것이 나의 자립생활 운동이다. 전동휠체어는 스스로 동정과 시혜의 대상임을 거부할 수 있게 했고, 잔존능력으로써 사회의 떳떳한 구성원으로 살 수 있게 했다.
용인IL센터 개소 후 본격적인 사회활동이 시작되면서 생활 반경은 넓어졌다. 전동휠체어 만으로는 이동하는 데 한계를 느꼈지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저상버스 7대가 전부였다. 그나마도 경사로가 고장 난 것이 대부분이었고 기사들은 작동법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장애인을 귀찮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장애인에게 생존권과도 같은 이동권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장애인의 인권은 거기에 없었다.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장애인콜택시 제도를 만들어 내기 위해 시도했다. 하지만 시청과의 협상은 진전이 없었다. 단지 결렬의 반복일 뿐이었다. ‘아! 진정 선을 지키면서 답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인가?’ 고민하면서 장애인 특별교통수단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당사자들이 급기야 시장실을 점거하게 됐다. 다음날 김아무개 시장은 2011년 내 장애인콜택시 도입을 약속했다. 대한민국의 여느 광역단체나 지자체 활동가들은 모두 이와 비슷한 과정을 경험했으리라….
지금은 어느 지역을 방문해도 쉽게 장애인콜택시를 볼 수 있을 만큼 그 숫자가 늘어났지만, 아직도 이용이 쉽지 않다. 얼마 전 병원 방문을 위해 콜센터와 통화하면서 경험한 일이다.
이용자: 다음 주 화요일 오전에 병원에 가려고 합니다. 예약 부탁합니다.
콜센터: 몇 시에 가실거죠?
이용자: 10시요.
콜센터: 그 시간대에는 예약이 찼습니다. 죄송합니다.
콜센터 예약 시 많은 이들이 경험하는 통화 내용일 것이다.
다음은 즉시콜제도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화내용이다.
이용자: 한 시간 후에 청소년문화센터까지 가려고 합니다. 2시에 예약 부탁합니다.
콜센터: 한 시간 후의 예약은 받지 않습니다. 그때 가서 전화 주세요.
이용자: (한 시간 후) 지금 가려합니다.
콜센터: 지금부터 차량을 알아보겠습니다.
이용자: 몇 시에 승차할 수 있죠?
콜센터: 언제 탑승 가능할 지는 모릅니다.
장애인콜택시가 예약제와 즉시콜제로 이원화 되면서 이용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의견이 많다. 근본적으로 이용자에 비해 부족한 차량 대수에 문제가 있고, 이것이 한국사회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이다. 본인이 원치 않아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제도, 의료적 기준으로 서비스를 차등 제공하는 장애인 등급제, 자기결정권이 침해될 수 있는 성년후견제도, 신안염전 노예 사건 등이 말해주는 장애인 착취・학대 현실, 그리고 수없이 벌어지는 장애인의 성폭력 피해 문제를 안고 사는 것이 한국사회 장애인인권의 현주소다.
지난주 대한민국의 장애 문제에 관심이 있는 비정부민간기구(NGO) 단체들이 장애인권리협약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부분이 개선 될 수 있도록 유엔(UN)장애인권리위원회에 권고 요청을 했다. 여기에서 한국정부 대표는 질의하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들에게 “대중교통의 73%가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에 부합하고 건축물 편의시설 설치율도 77.5% 까지 향상되었다”고 말했다 한다. 과연…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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