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낭만 야구’인가
대학생의 눈으로 본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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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장 사진
4월, 초록색의 그라운드 위를 찾는 야구팬의 발걸음 위엔 설렘이 가득 묻어있다. 야구 경기의 생생함을 고스란히 느끼고 싶은 팬들은 현장에서 경기를 생중계로 볼 수 있는 ‘직관’을 택한다. 그러나 올해, 시각장애인은 야구를 직관하더라도 경기의 생생함을 온전히 즐기기 쉽지 않은 환경에 놓이게 됐다. 한국야구위원회가 운영했던 ‘시각장애인을 위한 중계 음성지원 서비스(중계 음성 서비스)’가 예산 부족으로 중단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기존 중계 음성 서비스는 서울 잠실구장, 부산 사직구장, 광주 챔피언스필드에 한해 야구장을 찾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제공됐다. 그러나 올해부터 중계 음성 서비스의 재원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금 예산 규모가 줄어들면서, 사업 신청에 실패한 한국야구위원회는 더 이상 시각장애인을 위해 중계 음성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중계 음성 서비스는 단말기를 통해 TV 중계방송 음성을 실시간으로 청취하는 기능으로, 이를 통해 과거 시각장애인은 관중과 동시간으로 경기를 이해하고, 환호하며,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서비스의 운영이 중단된 현시점에는 시각장애인들은 영문을 모르는 관중들의 환호 이후 들려오는 인터넷 중계 소리를 쫓아 뒤늦게 경기 내용을 따라가야만 한다.
환호와 중계 음성 사이에는 5~10초라는 시차가 있다. 비장애인의 환호가 끝나고 이어폰 사이로 들려오는 중계 음성은 머지않아 장애인에게 마음의 격차로 자리 잡게 된다. 그리고 마음의 격차는 시각장애인에게 무력감과 좌절감으로 귀결될 수 있다. 모두를 위한 스포츠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는 야구 경기가 누군가의 소외를 당연시하고 있다면, 이것은 과연 모두를 위한 스포츠로 칭해질 수 있는가. 중계 음성 서비스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전 구단은 시각장애인의 ‘눈’ 역할을 하는 중계 음성 서비스를 필수적으로 시행해야 마땅하다. 응원가와 환호 속에서 장애인 역시 야구 경기를 즐길 권리가 명백히 있기 때문이다.
‘낭만 야구’라는 말이 있다. 야구를 통해 사람들은 일상의 무료함을 극복하고, 활력을 찾아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러나 야구가 누군가에게 무력감을 주는 하나의 수단이 된다면 ‘낭만’이 지닌 힘은 소실된다. ‘모두’의 낭만을 위해 존재하는 야구. 배리어프리의 부재 아래, 낭만 야구란 없다.
작성자원지우 대학생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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