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또 어떤 수난사가 펼쳐질 것인가 > 대학생 기자단


자고 나면 또 어떤 수난사가 펼쳐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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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한 뇌병변 중증장애인이 있다. 예순 가까운 나이에 이르러 그는 지금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 병원을 전전하며 지내고 있다. 이 이야기는 그가 그나마 기력이 남아 있어 혼자 살면서 밥을 지어먹을 때 벌어진 얘기다.

어느 늦은 밤 그는 집에 가기 위해 혼자 번잡한 지하철역 구내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걷는 게 많이 불편했던 그는 플랫폼으로 내려가면서 계단 옆 손잡이를 붙잡고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내려가니까 길을 비켜달라고 소리쳤다. 지나던 행인들은 군소리 없이 길을 비켜주었다.

그랬는데, 그가 막 겨우 플랫폼에 다다랐을 무렵 갑자기 행인 중에서 어떤 청년이 그에게 다가오더니 장애인이면 다냐면서 불문곡직하고 그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는 영문도 모르는 채 아들 연배 되는 청년에게 얼굴 가슴 등을 무지막지하게 얻어맞아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경찰이 왔고 두 사람은 경찰서로 연행됐다. 그 밤 장애인의 전화를 받고 나도 경찰서로 달려갔다. 경찰서에서 사건의 전말을 들은 나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가해자인 청년에게 왜 이유도 없이 장애인을 때리느냐고 물어봤다. 그 청년이 하는 말, 회사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술을 마셨는데 장애인이 길을 비켜달라며 시끄럽게 떠들어서 순간 화가 나서 때렸다는 것이었다.

이 청년처럼 스트레스를 받아서 장애인을 때렸다는 인간들이 여기 더 있다. 지난 4월 초 서울 성북역 부근 야산에서 지체와 지적 중복장애를 가진 서른다섯 살 문모 씨가 옷이 벌거벗겨진 채 심한 구타를 당해 숨진 모습으로 발견됐다.

죄라면 전철 안에서 힘들게 구걸한 돈을 돌려달라고 애걸하며 가해자를 쫓아간 것이 전부인 그를 산으로 끌고 가 때려서 사망에 이르게 한 두 명의 청소년도 살해 이유가 다니던 대학에서 학점이 생각대로 안 나와서, 학교생활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서였다.

3월 성남시에서 벌어진 사건은 또 어떤가, 이 사건은 흡사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생생하게 재현해 놓고 있는 듯해서 절로 몸서리치게 만들고 있다.
일단의 청소년들이 한 지적장애 여성을 폭력으로 유린했다. 이불을 뒤집어씌운 채 목검과 쇠파이프 등으로 마구 때리고, 그것도 모자라 바늘로 찌르고, 불에 달군 숟가락으로 몸을 지져댔다. 이렇게 집단 폭행을 당한 장애여성이 결국 숨지자, 이들은 아무 죄의식 없이 장애여성을 산에 갖다 묻었다.

그리고 이들이 경찰서에서 밝힌 장애여성 살해의 한 이유는 폭력을 행사할 때 장애여성이 어떻게 나오는지 그 반응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뿐 아니다. 장애인 수난사를 전하는 최근의 언론보도는 지적장애 여성을 데리고 다니며 성매매 시킨 혐의로 한 노숙인이 구속되고, 시각장애 여성의 재산을 등쳐먹은 혐의로 한 주거부정 남성을 역시 구속했다는 보도로 이어지고 있다.

자고 나면 또 어떤 장애인 수난사가 펼쳐질지, 심한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없다. 더 걱정되는 것은 장애인을 상대로 한 범죄가 어느 면으로 보나 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들과 노숙인들과 주거부정인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 바로 강자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정글의 법칙이 약화되기는커녕 갈수록 맹위를 떨치면서 장애인들을 폭력의 희생양으로 제단에 올려놓고 있는 것이다.

나비 효과라는 말이 있다. 작은 바람이 큰 바람을 몰고 오듯이, 작금의 장애인들을 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범죄 양상 이면에서 멀지 않은 미래 장애인들이 처할 사회환경을 예감하게 된다.

지금처럼 우리 사회가 브레이크 없이 강자 독식의 사회로 계속 가면, 과장을 조금 보태 말하면 장애인들이 맞닥뜨릴 사회는 나치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아니면 이미 유럽에서 현실화 되고 있는, 극우 세력의 준동으로 인해 외국인과 장애인이 길거리에서 폭행을 당해 숨지는 아비규환의 사회일 것이다.

장애인들이 눈앞의 이익에만 매몰되지 말고, 바른 사회를 위해 나서고 연대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몸서리쳐지는 폭력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발언해야 하는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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