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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범법자에 대한 치료감호, 보호인가 인권침해인가?

이슈논쟁

본문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다.’ 이 당연한 명제를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정신질환으로 인해 판단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에서 타인에게 해를 가했다면, 당신은 어떤 벌을 받는 것이 맞을까.
 
형법은 사물을 구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는 처벌하지 않는다. 다만, 재범을 예방해야 할 필요는 인정되기에 심신장애인에 대한 보안처분으로 ‘치료감호’를 명한다. 치료감호는 적절한 의료적 지원이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력한 처벌만으로는 형벌의 목적인 교화를 기대할 수 없기에, 죄를 묻기에 앞서 치료를 우선하여 범법자의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다.
 
국내 치료감호 집행기관은 국립법무병원인 공주치료감호소가 유일하며, 최근 5년간 이곳의 피치료감 호자 수는 일일 평균 1,043명으로 정원인 900명을 초과한 과밀상태다. 최대 50명이 넘는 인원이 한 번에 수용된 병실도 9개에 달한다. 의사 1인당 담당하는 환자 수는 평균 157명으로, 이는 정신건강복지법상 정신과 전문의 1인당 적정 환자 수(60명)의 2배를 훨씬 넘긴 수치다.
 
치료감호심의위원회는 치료감호법 제22조에 따라 피치료감호자에 대한 치료감호 집행을 시작한 후 6개월마다 치료감호 종료 또는 가종료 여부를 심사·결정하여야 한다. 국립법무병원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치료감호심의위원회는 매월 일정 날을 정해 하루에 평균 253건의 심사를 처리하고 있다. 전체 피치료감호자의 약 7.8%에 대해서만 퇴소 결정이 내려진다.
 
지적장애인 황모 씨는 1년 6개월의 형기를 훨씬 넘는 11년 4개월 동안 치료감호소에 구금되었고, 자폐성 장애인 이모 씨는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3년이 넘도록 수용되었다.
 
지난해 2월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배제·격리한 치료감호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을 촉구하며 법무부 장관과 국립법무병원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는 한편 법원에 장애인차별구제·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의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치료감호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한 상태다. 장애인 범법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조치라는 주장과 정신 질환자라는 중복낙인 문제, 수용시설·의료인력·예산 부족으로 치료감호제도의 근본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에 <함께걸음>은 치료감호소 전 주치의인 차승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치료감호 소송을 대리해온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조인영 변호사를 통해 ‘장애인 범법자에 대한 치료감호제도’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치료감호 찬성>
 
“치료감호제도가 필요한 이유”
 
글. 차승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한민국 헌법 제11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누구나 법을 지키며 살아야 하고 잘못을 하게 되면 법적인 처분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것들이 가끔 예외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나이가 너무 어리거나 혹은 질병 등의 이유로 자신의 행동과 상황에 대한 판단능력이 저하 될 때이다. 이런 경우에는 또 다른 법을 적용하게 된다. 특히 정신 질환으로 인하여 현실 판단능력이 저하되었다고 생각되면 형법 제10조에 따르게 된다. 형법 제10조에 따르면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되어있다. 또한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하지만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되어있다. 이런 조항이 따로 있는 이유는 범죄를 저지른 행위에 대한 처벌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범죄의 원인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심신장애가 인정되어 심신미약 또는 심신상실을 받은 피의자는 정신질환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재판에서 치료감호형을 선고한다. 치료감호법의 목적은 심신장애 상태, 마약류ㆍ알코올이나 그 밖의 약물중독 상태, 정신성적(精神性 的) 장애가 있는 상태 등에서 범죄행위를 한 자로서 재범(再犯)의 위험성이 있고 특수한 교육ㆍ개선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함으로써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치료감호 대상자에 따라 상한을 법적으로 2년 혹은 15년으로 정하고 있어 범죄에 따른 병과형과 같이 부과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절도로 병과형을 1년을 받았다고 하여도 치료감호형을 같이 부과받으면 1년 이상의 충분한 기간 국립법무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렇게 긴 기간을 일부러 따로 정해 놓은 것은 정신질환의 치료에 있어서 충분한 치료 기간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발달장애인 두 명이 형기를 마친 후에도 이유 없이 국립법무병원에 수용되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일이 있었다. 그리고 이 소송은 1심 패소 판결을 받았다. 소송을 낸 이유는 2009년에 성범죄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는데 1년 6 개월 만에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형기의 8배가 넘는 11년 4개월을 국립법무병원에 수용되었다는 것이었다. 이 소송에 대한 일을 처음 들었을 때 든 생각은 과연 장기간 발달장애인을 수용했다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 국가와 국립법무병원을 비난을 할 수 있는가였다.
 
치료감호형은 법에서 최장 15년을 보장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범죄자를 수용하기 위한 기간만은 아니다. 항상 강조하는 말이지만 모든 정신질환이 범죄로 이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제때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고 치료받지 않은 정신질환의 증상은 언제든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하기에 치료감호형을 15년이라는 긴 시간을 최대치로 정해 놓은 것은 오랫동안 사회로 돌아가지 말라는 단순한 뜻은 아니다. 충분한 시간 동안 그동안 제대로 받지 못했던 정신질환의 치료를 받으라는 뜻이다. 또한 정신질환의 치료에는 환자 자신의 의지뿐만 아니라 주변 가족들의 도움도 매우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소송을 제기한 발달장애인 중 한 명을 주치의로 가까이에서 본 적이 있다. 이 사람의 경우 퇴원 후에도 약물 복용과 식사 관리 등 일상생활에 다른 사람의 도움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가정 환경상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족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경우 자신의 형기만 마쳤다고 그대로 환자를 집에 돌아가게 한다면 이 사람의 치료와 관리는 누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물론 치료감호형을 마치면 의무적으로 보호관찰 3년을 받게 된다. 하지만 보호관찰은 최소한의 관리이다. 대상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기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역부족이다. 게다가 발달장애라고 하는 질환은 사실상 관리의 개념이지 완치의 개념이 아니다. 타고난 지능이 낮고 정신적인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일정 기간 약물을 먹는다고 해서 완전히 낫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재범을 막고 사회복귀를 안정적으로 하기 위한 지역 사회에서의 도움도 필요하다. 하지만 소송을 제기했던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신뢰할 수 있고 이 가정을 꾸준히 관리할 만한 도움을 줄 사람을 한동안 찾지 못하였기 때문에 더욱더 사회복귀의 시점이 늦어졌다. 다행히 지역사회에서 사회복지사들이 도움을 주게 되었고 법무부와 상의하에 이 사람의 관리가 가능해지게 되었다. 이런 세심한 준비가 되어야 사실상 치료감호형을 가종료 하고 사회복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치료감호 동안 정신질환자들에게 반드시 하게 되는 치료 중에서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약물치료이다. 정신과적 약물 치료에 대해 편견과 거부감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상 정신질환의 증상은 아무 이유 없이, 환자의 의지가 약해서, 혹은 심약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증상은 우리의 뇌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하여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 밖으로 표출되는 결과물이다. 약물 치료를 하는 이유는 이러한 뇌의 작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와 같은 질환들은 완치가 어렵지만, 충동성 등의 증상을 최대한 조절하기 위하여 결국 약물치료가 꼭 필요하다. 그리고 약물을 처방하는 과정에서 주치의는 매번 매 순간 고민한다. 그리고 환자에게 최선의 처방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환자에게 똑같은 약물이 계속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5년이든 10년이든 똑같은 약을 처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을 마치 똑같은 약을 아무 생각 없이 처방한다고 폄하하며 인권 유린의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은 정신질환의 치료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하는 일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는 것이며 전문의가 하는 전문적인 치료에 대한 신뢰 또한 없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인권이란 사람이 마땅히 누리고 행사하는 권리를 말한다. 그리고 인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야 할 부분은 무조건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진정한 인권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회의 일원으로 그리고 지역사회의 이웃으로 정신질환자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자들도 노력해야 하는 지점이 있다. 그것은 제때 치료를 받는 것이다. 치료받지 않은 증상의 끝은 결국 범죄로 이어지게 된다.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생각 한다는 명목으로 제대로 치료가 끝나지 않은 상태로 사회에 복귀시키거나 관리가 잘되지 않을 것이 뻔한 환경으로 이들을 돌려보내는 것은 이들의 진정한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 반복되게 된다.
 
치료감호형이라고 하는 제도는 정신질환자들을 괴롭히려고 그저 가두어 두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과거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여 어쩔 수 없이 증상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앞으로 재범을 저지르지 않도록 치료받을 기회를 세금으로 제공하는 소중한 제도이다.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은 소중하다. 이들이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정신질환자들의 진정한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치료감호 반대>
 
“ 또 다른 시설화의 이름, 치료감호제도”
 
글. 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모든 제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장애인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없다면 그 제도가 시행되면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차별의 조건이 되는 제도는 반드시 개선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제도 중 하나가 바로 치료감호제도이다. 치료감호는 “범죄행위를 한 자가 재범의 위험성이 있고 특수한 교육·개선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제공하여 일정하지 않은 기간 동안 시설에 수용해 치료 및 교정·교화하기 위한 처분”이다. 대상자에 대해 법원이 치료감호처분을 내리면 피치료 감호자는 교도소가 아닌 국립법무병원에서 치료받으면서 생활하게 된다. 치료감호의 궁극적인 목적은 효율적인 치료 및 사회 적응 훈련을 통해서 범죄자를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이다. 이는 형벌보다 치료와 교육이 필요한 범죄자에게 대안적인 처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형벌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사회통합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치료감호제도는 치료보다는 사회 격리에 초점을 두고 있고 치료감호소인 국립법무병원 내의 치료프로그램과 의료자원이 매우 열악하여 실질적인 교육과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형기의 정함이 없이 15년 상한만을 정하고 있어 장기간의 구금 생활이 지속될 위험이 있으며, 치료감호종료심사도 매우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치료감호 종료 결정을 받아 치료감호소를 나오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치료감호제도는 대상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처분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처분에서 장애인은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있다.
 
치료감호제도는 그 요건에서부터 장애에 대한 고려 없이 설계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우선,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치료감호법’이라고 한다)을 살펴보면,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치료감호 대상을 규정하면서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 받을 필요가 있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으며, 심신장애인으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를 명시하고 있다. 치료감호제도에서 ‘심신장애인’을 그 대상으로 한 것은 심신장애인에게도 형벌이 아닌 대안적인 처분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장애의 다양한 유형과 성격을 ‘심신장애’라는 단어로 일원화함으로써 치료감호처분에서 장애의 구체적인 성격과 개별적인 모습들이 고려될 수 없도록 하는 어려움을 가져오고 있다. 또한, 이러한 규정은 ‘장애’라는 특성 자체가 범죄와 연결될 수 있으며 사회에 위험할 수 있다는, 주로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내포하고 있다.
 
치료감호의 다른 대상과 비교해보면 이러한 문제가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치료감호법 제2조 제1항 제2호와 제3호의 규정을 보면, 다른 두 대상은 그 특성이 실제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크며, 범죄의 정도에 있어서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그에 비해 심신장애는 그 특성만으로는 범죄와 연결 될수 없음에도 치료감호제도는 심신장애를 일차적 요건으로 삼고 있어 현저히 형평에 어긋난다.
 
또한, ‘치료의 필요성’이라는 요건도 장애인에 대한 치료감호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매우 불합리한 요건으로 작용한다. 장애는 근본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것이며 장애를 치료적 관점으로만 접근할 수 없는 것임에도 치료감호제도는 장애를 치료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고, 이러한 치료적 관점은 사법적인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치료감호처분에서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은 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 의한 감정에 의존하게 된다. 그런데, 의학적인 감정에 치우치게 되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양상 위주로 판단하게 되고 장애의 다양한 모습과 개인의 개별적인 특성은 고려되기 어렵다. 하지만, ‘치료의 필요성’이라는 요건 자체가 의학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의학적인 감정은 사법 판단으로 쉽게 연결되고, 치료감호처분에서 장애인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치료의 필요성’이 있다고 손쉽게 판단된다. 또한, 치료감호종료심사에서도 같은 요건으로 심사하기 때문에 장애가 있는 한 치료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결국 ‘치료의 필요성’ 요건은 장애인이 장기간의 치료감호처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재범의 위험성’이라는 요건도 ‘(근본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한)장애에서 비롯된 행동을 개선해야만 한다.’라는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장애인에게 강요함으로써 치료감호 판단에서 장애인을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한다. 특히, 발달장애의 경우 발달장애라는 특성에서 사회성 부족, 강박, 집착 등의 행동 양상이 나타나고, 이는 발달장애인 스스로가 통제하기 어려우며 치료가 불가능한 특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감호처분에서 발달장애는 정신의학적으로만 진단되어 위험성과 공격성이 높고 재범의 위험성이 높아 치료의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되기 쉽다.
 
결국 치료감호제도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4조의 “어떠한 경우에도 장애의 존재가 자유의 박탈을 정당화하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에 위배되는 제도이며, 장애인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그 구체적인 양상과 상관없이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치료받게 하는 제도로 기능하고 있다. 설사 장애인에게 부수적인 행동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현재 국립법무병원은 장애인에게 필요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 원장(치료감호소장)도 여러 차례 발달 장애인을 수용하여 치료하는 점에 대한 부적절성을 나타냈다. 2022년 5월 20일 열린 대한법정신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정신과적 치료에 한계가 있는 발달장애 등은 법무병원보다 외부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게 더 좋을 수 있다.”라고 한 바 있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형기가 만료되었지만 10년이 넘게 치료감호소에 수용되어 있다가 나온 지적장애인 당사자’와 ‘1년 6개월 형이 선고되었지만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치료감호소에 수용되어 있다가 나왔지만, 건강이 극도로 악화한 상태로 나오게 된 당사자’와의 면담에서도 확인되었다. 치료감호소 내에서 장애인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은 전혀 없었고, 두 당사자의 행동을 치료하고 통제한다는 명목으로 향정신과 약물 처방과 격리·강박이 반복적으로 시행되었을 뿐이었다. 또한, 치료감호소에서 나올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치료감호종료심사는 대면 심사 절차 없이 ‘치료감호소 내 진료심의위원회의 가종료 대상 결정자료, 법무부 사안 조사 공무원의 면담보고서, 정신감정서 등’의 서류만을 통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심사과정에서도 의학적 관점만이 고려되고 있고, 장애인 당사자나 보호자의 의견이 전혀 반영될 수 없으며 장애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도 없다. 이는 치료감호처분을 받은 장애인 당사자가 종료 결정을 받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결국 장기간 구금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치료감호제도는 장애인에게 또 다른 시설화로 작용하고 있다. 탈시설화로 사회에서 함께 살고자 하는 장애인을 범죄자라는 이유만으로 다시 시설로 내몰아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치료감호처분 대신 치료명령제도를 활성화하고, 장애의 특성을 고려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치료감호선고와 치료감호종료심사에서 장애를 고려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는 등 단계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치료감호제도는 다른 것을 위험한 것, 배제해야 하는 것, 고쳐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과거의 인식을 답습하고 있다. 그러나, 치료감호제도를 설계할 당시와 달리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은 달라졌다. 장애를 하나의 특성으로 받아들이고 그 자체로 인정하는 장애 인권적 관점이 강조되고 있다. 이제는 법이 장애와 장애인의 범죄를 바라보는 관점 또한 달라져야 한다. 장애와 범죄라는 그 요인만으로 쉽게 자유를 박탈하기보다는 장애의 구체적인 양상, 범죄가 발생한 환경, 재범을 막기 위해 장애인에게 필요한 복지지원 및 교육 등에 대해서 더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러한 고민이 쌓이고 쌓여 제도가 변화할 때 사회는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
 
 
신설된 ‘이슈논쟁’ 코너에서는 매호 장애계 이슈와 논쟁에 대한 찬성과 반대, 양측의 입장을 전문가 기고 형식으로 게재합니다. 아울러 독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양측 의견을 읽은 <함께걸음> 독자 여러분의 생각과 의견을 수집하여 다음 호에 그 결과와 더불어 <함께걸음>의 입장을 정리해 공개합니다.
 
첫 주제인 ‘치료감호’에 대해서는 ‘심신장애가 있는 범법자들이 재범을 저지르지 않도록 치료받을 기회를 국가가 제공한다.’라는 찬성론과 ‘장애는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없으며, 치료감호는 장애인 범죄자에 대한 또 다른 시설화에 불과하다.’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함께걸음> 독자분들은 치료감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장애인 범법자에 대한 치료감호, 적절한 보호일까요. 인권침해일까요? 아래의 방법으로 여러분의 의견을 자유롭게 공유해주세요.
 
 
 
치료감호 찬·반 투표 참여 방법
 
 
1. 하단 링크를 통해 구글 폼에 접속합니다.
 
또는 이메일로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함께걸음미디어센터 이메일 cowalknews1988@daum.net
 
2. 이름(또는 가명), 장애 유무, 찬반 의견 등 설문 문항을 작성하고 ‘제출’ 버튼을 누릅니다.
* 장애 유무는 통계조사를 위한 목적으로만 수집됩니다.
 
*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정리하여 <함께걸음> 3·4월 호에서 그 결과를 공개합니다.
3·4월호 이슈논쟁 주제는 ‘출근길 지하철 이동권 시위’입니다.
 
설문 방법에 대한 문의는 함께걸음미디어센터(02-2675-8672)로 부탁드립니다.
 
작성자글. 이은지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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