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범법자에 대한 치료감호 조치
[지난 호 이슈 정리] 함께걸음 1·2월호 이슈논쟁_치료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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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걸음 1·2월호 이슈논쟁 구독자 여론조사 결과
지난호 이슈정리
치료감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치료감호 조치 반대 75%로 압도적
- 운영방식 및 장기 감호조치 부당
- 발달장애 특성 미반영, 약물치료 효과 의문
함께걸음 지난 1·2월호에 기재된 이슈논쟁 속 ‘장애인 범법자에 대한 치료감호 조치’에 대한 차승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님과 조인영(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님의 기고 글을 읽고 다양한 의견을 주신 모든 독자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독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장애인 범법자의 치료감호 조치에 대해 찬성 25.0%, 반대 75.0%로 반대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습니다.
반대 이유로 ‘현재의 치료감호소 운영방식과 열악한 환경 문제’, ‘장기 감호조치에 대한 부당성’, ‘발달장애 등 장애 특성에 대한 고려 미흡’, ‘정신질환에 대한 약물치료 효과에 대한 의문’등이 제기되었습니다.
한편 찬성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한 범죄 장애인에게 치료를 통해 올바른 사회복귀 기회 제공’, ‘범법에 있어서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처벌 필요’, ‘일반 교도소보다 전문적인 치료 가능’ 등의 이유로 치료감호제도에 대한 긍정적 의견을 제시하여 주셨습니다. 또 장애인 범법자에 대한 치료감호 조치에 대해 반대한 독자는 물론 찬성입장을 표명한 독자도 현재 치료감호의 운용방식, 인력, 예산 등에 문제가 있으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공히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이슈와 논쟁 주제에 대한 응답자는 장애인 25.0%, 비장애인 75.0% 였습니다.
장애인 범법자에 대한 치료감호 조치
우리의 안전을 위한다는 미명아래 어떠한 지원이나 훈련의 기회도 없이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은 사회적 ‘감금과 학대’가 아닌지....
범죄를 저지르면 누구나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범법자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장애’에 대한 특혜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이는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범법 장애인 중에는 범죄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존재한다. 정신적 또는 인지적 문제로 범죄를 인식하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우리는 ‘범법자’라는 이유로 ‘처벌’의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 적어도 처벌은 범죄가 무엇인지 인식한 상태에서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취해지는 형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형법 제 10조에서는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재범(再犯)의 위험성이 있고 특수한 교육ㆍ개선 및 치료가 필요한 경우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받으며 사회복귀할 수 있도록 정해 놓고 있다.
- 치료감호소 비장애인 2년, 장애인 15년 수용 차별
- 장애인에 대해서는 치료감호소 수용으로만 제한
- 복지전문가 빠진 퇴소를 위한 치료감호심의위원회
얼핏 보면 법률의 목적이나 취지가 나름 합리적이고 범죄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장애인의 상태를 배려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보다 오히려 장애인 차별에 가깝다. 법률에서는 보호감호 등 조치를 치료감호소 수용, 치료 명령, 치료 위탁 등의 형태로 다양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등 약물 중독으로 인한 심신미약자는 치료감호소 수용, 치료 명령, 치료 위탁 등의 조치를 받고 있으나 범죄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장애인은 다양한 보호감호 조치 중 유일하게 치료감호소 수용으로만 제한하고 있다.
또 치료감호소 수용기간도 심신미약자는 최대 2년 이상 수용할 수 없도록 한 것에 비해 장애인에 대해서는 최대 15년까지 수용을 허용하고 있다. 법률 처벌은 어려워도 저지른 행위에 대해 일정 기간 사회와 격리, 죄를 인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려는 취지라 이해하고 싶어도 왜 장애인에 대해서만 15년 장기 수용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근거도 없이 장애인에 대해 15년 장기 수용을 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행위라 할 수 있다.
비록 판사, 검사, 법무부 고위공무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이 참여하는 치료감호심의위원회가 6개월마다 치료감호 종료나 가종료를 심사하고 있으나 장애 전문가가 없는 상태에서 범죄 인식이 어려운 장애인의 소통방식과 행동 패턴을 이해하고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소통방식과 행동 패턴을 이해하지 못하면 모든 행동은 문제행동 또는 이상행동으로 판단되어 결국 치료감호 종결이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뿐이기 때문이다.
- 특수학교나 거주시설 보다 못한 운영, 방임과 학대 우려
- 약물 중심의 치료, 도전적 행동 유발로 과잉처방 악순환
그렇다면 치료감호소가 법률 취지에 맞게 교육과 치료가 가능한 구조일까? 범죄 인식이 없는 장애인들은 본인이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르는 채 바뀐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생활하며 불안과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 또 의사소통이 어려운 관계로 장애인들은 자신의 감정을 자해와 타해 등 이상행동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고 이들의 행동에 이해가 없는 수감 동료들은 이들에게 폭력과 괴롭힘을 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중증장애인의 교육을 위해 장애인 4인당 교원과 보조 인력 각 1인씩 배치, 최대 장애인 2인당 교원과 보조 인력 각 1인씩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장애인복지사업지침에 따르면 24시간 장애인의 거주 및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거주시설도 중증장애인에 대해서는 4.7명당 직원을 2인 이상 배치하도록 명시해 놓고 있다. 그만큼 중증장애인의 교육과 훈련 및 일상생활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치료감호소의 인력구조는 이러한 중증장애인 교육이나 훈련 또는 치료를 기대할 수 없는 상태다. 지난해 박주민 의원의 국정감사 보도자료에 따르면 치료감호소 의사 1인이 평균 157명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치료감호시설의 열악성을 보여준 바 있다. 사실상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에 대한 적절한 치료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배치된 인력도 의사와 간호사로 장애인을 전문적으로 교육하거나 지원할 전문의도 부재한 상태다.
이로 인해 치료감호소는 법률 취지나 목적과는 달리 장애인의 자해나 타해와 같은 이상행동에 대한 원인분석도 없이 ‘약물 처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실상 근본적인 문제해결 없는 임시 조처로 약물처방은 도전적 행동 등 이상행동을 다시 유발, 약물의 과다 투여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적어도 거주시설은 자해나 타해를 보이는 중증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에 대해 사례회의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별지원계획을 통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며 약물 처방을 최소화하고 있다. 범죄를 인식하지 못하는 장애인에 대한 약물처방을 중심으로 한 현행 치료감호소 수용조치는 그동안 비판을 받아왔던 거주시설보다 못한 수용형태다.
장애인을 교육과 치료할 전문가도 없는 상태에서 범죄 인식이 없는 장애인을 사회적 안정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장기간 치료감호소에 격리수용하며 동료들에 의한 폭력과 괴롭힘에 노출시키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치료나 교육이 아닌 방임과 감금 즉, 학대라 할 수 있다.
- 오랜 기간 격리로 수용 전보다 사회 부적응 심화 우려
- 지역 복지서비스와 연계 없어 지역사회 내 고립 초래
비장애인들도 장기간 격리된 수감생활을 하면 퇴소 후 변화된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워 재범을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들린다. 비장애인도 장기 격리 수용 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데 적절한 교육이나 훈련이 없이 15년이란 치료감호소에 수용되었던 장애인들이 퇴소 후 안정적으로 지역사회에 정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랜 시간 거주시설에서 생활했던 장애인의 탈시설을 위해 거주시설에서는 지역사회에 적응시키기 위해 조금씩 지역사회와 접촉면을 늘리는 등 다양한 준비과정을 거치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과 연계해 안정적으로 장애인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치료감호소 종료나 가종료가 결정된 후 정신보건센터와 연계해 상담, 진료 및 사회복귀훈련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채 아무런 준비도 없이 장기간 수용격리되어 있다 사회에 나오는 장애인들은 오히려 사회 부적응이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또 우리나라 행정체계상 장애인에 관한 서비스는 정신보건센터가 아닌 지역사회 내 장애인복지 서비스 제공 기관이다. 그러나 치료감호소 수용되었던 장애인들은 지역사회 내 정신보건센터와 연계하도록 되어 있어 장애인복지서비스와 연계가 사실상 어려운상태다. 이는 결국 치료감호소에 수용된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 법을 집행해야 할 법무부는 법률 위반 자행
- 복지부는 치료감호 대상인 장애인 수수방관
- 법률 개정, 적절한 인력배치, 지역사회 연계 필요
이처럼 치료감호소가 범죄 인식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적절한 교육 훈련도 없이 적절한 전문가와 인력 배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애인을 장기간 수용 격리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학대이며 법률을 준수하고 집행하는 법무부가 스스로 법률 위반을 자행하는 것이다.
또 장애인 정책을 담당하는 복지부도 치료감호소에 수용된 장애인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묵인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해 적절한 치료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이 본래 법률 취지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행 법률을 장애인을 15년 이상 치료감호소 수용만으로 한정한 내용을 폐지하고 치료 명령과 치료 위탁을 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한편 적절한 전문가와 인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복지부는 지역사회 내 치료를 위탁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고 지역사회 내 안정적 자립을 위해 복지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는 체계를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복지전문가들 또한 범죄를 저질렀던 장애인에 대한 지원 경험이 부재한 관계로 전문가들을 위한 연수와 교육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범죄를 인식하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우리는 처벌과 격리를 요구할 수는 없다. 적절한 교육과 치료의 기회를 제공해 우리와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치료감호소라는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장애인을 치워놓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치료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오래 걸리더라도 장애인 스스로 범죄를 인식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교육해야 한다.
작성자이미정 편집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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