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무너진 정책에 대한 불신이 천만 서울시민의 발 ‘지하철’을 멈췄다 > 이슈광장


신뢰가 무너진 정책에 대한 불신이 천만 서울시민의 발 ‘지하철’을 멈췄다

함께걸음 3·4월호 이슈정리

본문

 
 
 ▲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발. (출처 이은지 기자)
 
 
 
책임지지 못하는 정책이 전장연을 지하철 탑승 시위로 이끌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에 대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불가피한 행동이라는 지적과 무고한 시민을 볼모로 한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시각이 존재한 다. 이에 <함께걸음>에서는 독자들에게 지하철 탑승시위에 대한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고자 ‘이슈 논 쟁’ 코너를 통해 전장연이 주장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알리고 이를 반대하는 측의 논리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양측의 기고문을 바라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독자들에게 판단의 잣대가 될 정도로 서로의 입장에 대한 정당성과 타당성 등을 피력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서로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정도로 충분한 지면이 할애되지 못한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에 <함께걸음>은 지하철 탑승 시위의 원인과 배경을 점검하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2001년 오이도역에서 장애인 노부부가 리프트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는 장애인 이 동권의 심각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누구나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이라고 여겨왔던 지하철이 장애인에 게는 아무나 탈 수 없고 타기 위해서는 ‘생명’을 담보로 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사건이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시간이 지나면서 오이도 참사도 잊혀질뻔 하였지만 전장연을 비롯한 장애인단체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한 결과,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이 제도화되었다. 지금처럼 장애인들이 지하철에 승차할 권리를 주장하고 사회도 이동권 보장에 대해 공감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러한 노력의 결과다.
 
 
 
- 전장연을 비롯한 장애계 노력,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마련
- 전장연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십수 년의 노력, 진정성 인정해야
 
 
 
사실 이동권 투쟁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은 장애인단 체는 없다. 그러나 전장연처럼 십수 년을 한 주제로 때론 자신의 몸이 상할 것을 알면서도 쇠사슬로 온몸을 묶어가며 지속적으로 투쟁한 단체는 없다. 그렇기 에 이동권 보장에 관한 전장연의 진정성은 자타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고 그들의 노력과 활동에 응원의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이번 지하철 탑승 시위와 관련해 전장연은 2002년 과 2015년 이명박과 박원순 전 시장이 각각 2004년과 2022년까지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행되지 않고 특별교통수단 충족률도 86%에 그치는 등 저상버스의 도입률도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서울시 지하철 승강편의 통계(2022)를 토대로 연도별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현황 데이터를 분석하였다. 통계가 처음 집계된 2004년 263개 역사 중 4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가 미설치된 상태로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91.4%였으며 2021년에는 전체 335개 역사 중 5개 역사에 엘리베이터가 미설치되어 엘리베이터 설치율은 98.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2021년 엘리베이터 미설치 역사 5개, 미설치율 1.5%
- 일부 엘리베이터 승강장까지 연결되지 않아 무용지물
 
 
2021년 엘리베이터 미설치 역사 5개, 미설치율 1.5% 라는 수치로 지하철에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어도 지하철 승강장까지 연결되지 못하 면 장애인에게 무용지물인 경우도 존재한다. 또 지하철 이용이 어려운 경우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으나 사전 예약은 물론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 등 미설치 지역에 거주하는 장애인에게 불편은 가중 될 수밖에 없다. 
 
 
비록 100% 완벽하지는 않아도 부족하게나마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가고 있고 장애인 콜택시가 운영 되는 상황에서 전장연이 지하철 탑승 시위를 통해 천 만 서울시민의 발인 ‘지하철’을 멈추게 하는 것은 쉽 게 납득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시민들의 불평과 불만이 빗발칠 것을 알면서도 전장연은 왜 지하철 탑승 시위를 단행하는 것일까?
 
 
 
- 임기응변적 ‘엘리베이터 설치 100%’ 약속, 재임기간 중 지지부진
- 진보·보수 모두 시장 당선되면 ‘내 약속 아니다’ 나 몰라라
 
 
전장연과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 내용을 토대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실천 가능성에 대한 검토 없이 ‘엘리베이터 설치 100%’를 약속하고 정작 재임 기간 중 지지부진하다 임기를 끝마친 전임 서울시장들에 대한 불만과 이에 사과하지 않는 태도 등 정책의 신뢰성에 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
 
 
실제 2002년 100% 설치를 약속한 이명박 전 시장 은 재임 4년간 34개 역사(93.9%)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고 2022년 100% 설치를 약속한 박원순 전 시장은 재임 10년간 고작 6개 역사(98.5%)에 엘리 베이터를 설치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전임 서울시장 들의 약속은 이동권 쟁취를 위한 장애인들의 몸부림 과 피맺힌 절규를 순간 모면하기 위해 ‘100% 설치 약속’을 천명하고 임기를 마치는 허울 좋은 빈 공약( 空約)에 불과했다.
 
 
지난 20년간 4번의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전 시장이 약속한 내용에 대해 사과하는 시장은 단 한 명도 없 었다. 진보를 자칭한 박원순 전 시장은 물론 보수의 대표주자로 평가되는 오세훈 현 시장 모두 ‘내 약속은 아니다’라는 미명아래 지하철 이동권 문제에 사과는 없었다.
 
 
 
 
 
 
- ‘불편에 이어 정책 불신이 낳은 지하철 시위’
- 전장연을 비난할 수 없어, 오세훈 시장의 약속 이행 지켜봐야
 
 
오늘을 살아가는 장애인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시장과의 약속을 믿고 지금은 비록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해도 언젠가는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기대에 하루하루를 참고 살아왔다. 그러나 시장이 바뀔 때마다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불편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결국 천만 서울시민의 발인 지하철을 멈추는 상황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참다못해 지하철 탑승 시위를 단행한 전장연을 무조건 비난할 수만은 없다.
 
 
지난 4월 23일 서울교통공사는 2024년까지 엘리베이터 ‘1역 1동선’을 100% 확보하기 위해 650억 원 전액을 시비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명박, 박원순에 이어 3번째다. 우리는 이 약속 또한 불신의 눈초리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오세훈 시장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장애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
 
 
그리고 정권이나 지자체장이 보수에서 진보로, 진보에서 보수로 바뀌더라도 취약계층에게 한 기본권리 보장을 위한 약속은 계속 연속성을 갖고 이어질 수 있도록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서울시 임기응변식 약속보다 수요와 공급에 기초한 맞춤형 이동권 보장계획을 수립해야
 
 
서울시는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와 관련해 전 임시장들과 마찬가지로 임기응변식으로 엘리베이 터 100% 설치를 약속하기보다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엘리베 이터 설치율이나 특별교통수단 보급율 몇 % 달성에 집착하기보다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다양한 교통수 단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세심한 맞춤형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100%라고 해도 승강장까지 연결되지 않으면 장애인에게는 무용지물이고 법률에 근거한 특별교통수단도 보행장애인 150인당 1대 설치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장애인의 삶을 변화시 키기에 한계가 있다. 법정 목표율 100%를 달성해도 보행장애인 밀집 지역에서는 여전히 장애인의 불편이 해소되지 않고 보행장애인이 적은 지역은 불필요한 예산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동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 모색 필요
 
 
또 장애인 이동수단은 지하철, 버스, 콜택시 이외에 자가소유 장애인 차량은 물론 장애인 차량으로 등록된 보호자 차량 등 다양하다. 대중교통을 이용 하는 장애인이 실제 어느정도이고 어느 시간대 어느 지역에서 주로 이용하는지 실질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수요와 공급을 분석해 예산의 낭비를 줄이고 장애인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맞춤형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외에도 리프트가 장착된 장애인 콜택시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에 한정하고 버스 전용차선을 이용하도록 유도해 장애인 콜택시 순환율을 높이고 그 외 보행장애인은 일반택시를 이용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지원하는 택시 바우처를 활용하는 등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색해야 한다. 
 
 
서울시는 세부적인 수요와 예측에 기반하지 않은 그 동안의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구체적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세심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만 들어야 한다.
 
 
-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로 부정적 인식 확산 우려, 시민의 공감대 형성은 물론 동참 방법 찾아야
 
 
우리는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장연의 외침에 전적으로 공감을 하지만 전장연의 시위 방식과 예산 증액 요구에는 보다 진지하고 심도깊은 논의가 필 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는 장애인 이나 비장애인이나 모두 동등한 인간으로서 서로 차 별하거나 차별받지 않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난무하는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의 인권과 권리보장을 위해 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장애인 문제에 함께해줄 비장애 인의 공감과 이해가 필수 불가피하다. 다행히 그동안 지속적인 장애계의 노력과 장애인 인식개선 사업 등 으로 2000년대 초반보다 장애인 문제에 공감하거나 관심 갖는 비장애인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로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전환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오랜 기간 장애계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시대와 세대가 변하고 있으나 시위방식은 여전히 2000년대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장애인 문제에 공감하려는 다수의 비장애인들이 장애인 문제에 등을 돌릴 수도 있다.
 
 
이동권 보장을 위한 탑승 시위가 길어지면서 시민들 의 공감을 얻기보다 오히려 장애인을 귀찮은 존재로 인식시킬 우려가 있다. 이는 전장연의 요구가 관철되더라도 우리가 염원하는 이동권 보장이 권리로써 보 장받기보다 오히려 시끄럽고 불편하니 그냥 해주고 마는 시혜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장애인의 이동권이 진정한 권리로써 보장받기 위해 서 전장연도 기존의 시위방식을 벗어나 시민들의 이 해와 지지를 얻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방식 전 환을 고민해야 한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할 수 있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이 나설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 권리와 이념 아래 소외되고 피해 보는 장애인이 생기지 않도록 첨예한 입장 차 존재하는 장애인 정책에 장애계 사전 합의가 우선
 
 
그동안 장애인복지와 관련된 예산 증액에 대부분의 장애계는 단결된 모습을 보여왔다. 예산 증액을 통해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전장연의 예산증액 요구에 호응하는 단체는 전장연과 관련된 단체 이외에 그다지 많지 않다. 왜 이런 모습이 나타나는 것일까?
 
 
전장연의 예산증액 요구 내용은 장애계 내부에서도 이견이 분분한 정책이다. 특히 장애 유형과 장애 정도에 따라 탈시설을 바라보는 입장차가 첨예하다. 양측 모두 장애인의 인권을 위한다는 목적은 동일하지만 전장 연처럼 탈시설을 주장하는 측도 탈시설을 반대하는 단체도 존재한다. 사실상 장애계 내에서 합의된 탈시설 에 대한 상이나 구체적인 방법이 부재한 상태다.
 
 
이러한 상태에서 전장연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 들이기에 정부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전장연의 요구 수용으로 인해 탈시설을 반대하는 또 다른 전장연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역사회 기반 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탈시설 피해는 오롯이 장애인 개인의 몫이 될 우려도 존재한다.
 
 
따라서 탈시설 등 논란이 있는 장애인 정책에 대해서 는 장애계 내부의 사전 합의 과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탈시설 정책으로 인해 피해 보는 장애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장연을 비롯해 탈시설을 반대하는 장애인단체가 모여 서로 인정할 부분과 개선해야 할 부분 등을 논의하고 사전 합의를 통해 정부와 사회에 요구해야 한다.
작성자글. 이미정 편집장  cowalk100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