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을 돕는 '또래도우미', 여러분의 경험은 어떠셨나요?
7,8월호 이슈광장
본문
장애와 관련된 많은 제도와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인식과 견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걸음> ‘이슈광장’은 매 짝수월 중순에 ‘캠페인즈 ’플랫폼에서 장애 관련 이슈를 제기, 질문을 던지며 약 30일간 투표 및 댓글을 통해 대중들의 의견을 청취한다. 이슈광장의 네 번째 주제는 초·중·고등학교에서 장애학생의 학교적응과 원만한 생활을 위해 비장애학생 친구를 지정해 도움을 주도록 운영 중인 ‘또래 도우미’ 제도에 관한 것이다. 학기 초가 되면 장애학생을 담당하는 특수교사와 통학학급 교사는 장애학생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고민이 많아진다. 아래는 이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던 한 특수교사의 교육 일지 일부 내용이다.
특수교사에게 3월은 참 많은 고민이 주어지는 달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통합학급에서 적응은 잘할 수 있는지, 반을 찾아오거나 식사를 할 때 혼자서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 이러한 고민 중에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또래 도우미의 활용입니다. 학기 초 통합학급 교사에게 연락해 한 반에 2명씩 또래 도우미를 뽑아달라고 하였습니다. 희망자가 없거나 많을 경우 추첨하거나 장애학생의 특성을 파악하여 교사 임의로 선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뽑힌 또래 도우미 학생들을 도움반(특수반)에 불러 자신이 도와야 하는 친구의 이름과 특성을 알려주고, 어떠한 점을 도와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을 하였습니다. 주로 이동지원, 점심 함께 먹기, 문제행동이 있을 때 특수반에 알려주기 등의 역할이 있습니다. 이렇게 또래 도우미의 역할을 적은 종이를 하나씩 주며, 진정한 친구가 되어 달라고 당부하였습니다. (출처: 교육부 공식 블로그)
또래 도우미 제도는 각 학교마다 운영지침과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교육 현장에서 장애학생의 지원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제도이다.
실제로 또래 도우미 제도를 이용한 장애학생들은 학기 초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었다는 점,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친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요청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였다.
한편, 또래 도우미 제도가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장애학생 본인은 자연스럽게 친구관계를 맺고 싶었으나 또래 도우미 이외의 친구들과는 어울릴 기회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또래 도우미로 참여하는 비장애학생에게 봉사점수나 상장을 수여하는 등 보상을 제공하는 형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이에 <함께걸음>에서는 대중들의 또래도우미 제도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험을 물어, 보다 나은 통합교육 환경의 조성을 위한 대안을 찾아보고자 하였다.
2024년 6월 25일부터 7월 15일까지 투표 및 토론을 진행한 결과, ‘긍정적 경험이었다’는 의견이 20표(24.4%), ‘부정적 경험이었다’는 의견이 23표(28.1%), 그리고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는 의견은 39표(47.5%)로 집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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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도우미 제도에 대한 경험이 긍정적이었다고 답변한 대중들은 대체로 장애학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개인적 경험 자체가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는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여전히 제도 운영 방식에 대한 아쉬운 지점, 특히 또래학생을 정하는 과정에서 장애학생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부분 즉, 장애학생의 자기결정권이 배제된 문제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도이 : 경험은 좋았지만, 장애가 있어서 돕는다기보다는 우리는 같은 반 친구니까 돕는 거라는 명확한 교육도 필요할 것 같아요.
옥지연 : 초등학교 시절 장애인 친구(지금 생각하면 발달장애 친구였네요)에 대해서 자발적으로 도우미 친구 역할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별도의 보상을 받은 게 없고 그냥 돕고 싶어서 도왔습니다. 그런데 담임선생님이 도우미라고 저를 칭하고 나서는 의무감이 생겨서인지 조금 성가시게 느껴진 때도 있었네요. 학기를 마칠 무렵, 반 전체가 롤링페이퍼를 돌아가며 썼었는데 장애인 친구가 제 페이퍼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넌 참 좋은 애야'라고 써줬던 기억이 납니다. 어떠한 보상보다 기분 좋았던 기억이 나서 코멘트 남깁니다.
백아인 : 저는 제3자로서 봤던 것 같은데요. 또래 도우미를 하는 친구도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장애를 안고도 학교에 다니는 아이도 대단하다고 느꼈던 기회였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친구 범위가 축소되는 문제점이 당사자에게 있을 수 있겠네요. 저도 그저 제3자로 바라만 봤을 뿐, 다가가는 게 무례가 될까 주저했던 적이 있었으니까요. 장애인과 자연스레 한 공간에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이해하는 환경이 되면 좋겠습니다.
히읗히읗 : 또래도우미 경험은 없으나 또래도우미의 취지는 좋은 것 같습니다. 다만 또래도우미 학생에게 의무감이 지나치지 않도록 돌아가면서 하거나 힘들 때는 선생님께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여 장애학생과 또래 도우미 학생 모두가 즐거운 방향으로 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중증장애로 성인의 도움이 적합한 경우는 또래보다 성인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알밤 : 10여 년 전 초등학생 때 또래 도우미를 했었는데요. 학기 초 담임선생님께서 발달장애인 친구의 도우미 역할을 할 사람을 자원 받으셨습니다. 당시 제가 속한 반에서는 누구도 자원하지 않았고, 긴 정적이 그 친구에게 상처가 되는 것 같아 불편한 마음에 손을 들어 자원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했던 역할은 친구의 준비물 등 학교생활 전반을 말 그대로 챙겨주는 것이었는데요. 저는 필요 이상으로 의무감을 느껴 친구 어머니와도 꽤 긴밀히 소통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그때는 저도 너무 어렸기 때문에 장애에 대한 이해도 전혀 없었고 친구의 도전행동을 대처할 줄 몰라 종종 긴장된 상황에 놓여있었던 것 같네요. 선생님께서도 도와주라는 말씀과 칭찬뿐 또래 도우미로서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주시지 않았습니다. 사실 가장 컸던 제 역할은 다른 친구들의 괴롭힘을 막는 거였는데 막상 저는 보호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되짚어봤을 때 그때의 기억이 나쁘게 남아있지는 않아요. 다른 친구들의 이름과 얼굴은 거의 잊어버렸는데 그 친구의 이름과 웃는 얼굴, 심지어 어머니의 목소리까지 아직 기억이 나는 걸 보면요! 그런데 이 역할이 보상을 제공하는 형태가 된다면, 장애에 대한 이해나 통합의 가치는 지워진 채 단순히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을 지원하는 것은 보상받는 일'이라고 연결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우려스럽네요.
그리고 지금은 또래 도우미 선정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경험을 떠올려 보면 당사자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자원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의 정적이 불편해 자원을 했었는데요. 개인적으로 느꼈던 그 불편함 속에는 과연 그 친구가 이런 방식으로 자신을 지원해 줄 사람을 선정하는 것에 동의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습니다. 또래 도우미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학기 초 당사자에게 어떤 편의지원이 필요한지 묻고 제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뒤 또래 도우미가 본인에게 필요한지, 또래 도우미를 어떤 방식을 선정하는 것이 좋을지 등을 ‘먼저’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 또래 도우미가 제도화되어 본인은 원치 않는데도 임의로 지정이 된다면, 당사자는 오히려 자신의 주체성을 침해받게 되는 것이고, 비장애인 학생들에게는 ‘장애인은 무조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이 의식·무의식적으로 공고화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당사자가 원치않는다면 정말 이것은 비장애인 학생의 보상만을 위한 제도로 남는 것이고요. 결론적으로 저는 제도의 취지 자체에는 긍정적이나, 만약 이 제도가 당사자의 자기결정이 주도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매우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반면 또래도우미 제도의 경험이 부정적이었다고 답변한 사람들은 대체로 또래도우미로 지정은 됐으나 그 누구도 구체적인 지원방법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는 내용에 대한 지적이었으며 상세 내용은 아래와 같다.
토끼띠 :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 학교에서 착해 보이는 학생들한테 또래 도우미를 부탁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선생님이 시키니까 안 한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고 어찌저찌 하긴 하지만 서로에게 장기적인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도와주는 친구든 도움받는 친구든 타의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요.
Jay Kim : 저는 중학생 때 또래 도우미를 했었어요. 제 '임무'는 친구가 학교에 늦지 않게끔 집으로 가서 데려오는 것이었어요. 어느 날 선생님이 저를 불러 교무실에 갔고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임무를 담당하게 되었는데요. 이 활동이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것을 조심하고 신경 써야 하는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말 그대로 임무만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부정적으로 기억됩니다.
밥상 : 저는 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된 중도장애아이의 엄마이고, 아들은 14살에 중학교 입학으로 또래 도우미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모두 일반통합이었지만 친구들의 자발적인 도움이나 본인이 필요한 것 이외에는 의무적으로 부여되는 도우미제도에 부정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도움을 주어야 하는 반 친구 이미지가 될까 싶어서였습니다. 지금도 도움이 필요하면 네가 스스로 부탁하거나 고맙다고 말하게 교육 시키지만 중학교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인력 부족 문제 등으로 또래 도우미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아이는 막상 겪어보니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부탁하는 것을 꺼려하고 가급적 혼자 해결하려는 아이라서 그러한 의무적인 도움이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아이가 좋다고 하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하지만 의무감으로 돕고 봉사시간을 가져가는 제도에 대해서는 생각이 많아지긴 합니다.
느린걸음 : 장애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억지로 시키는 장애 도우미는 좋은 제도는 아닌듯 합니다. 특히 사춘기 아이들의 겉모습과 속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반 친구들끼리 돌아가며 돕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한 학기 정도 돌아가며 도우미를 한 후 2학기에는 어찌하면 좋은지 의견을 나누어 정하는 것이 좋을 듯해요.
김태이 : 초등학생 때 몸이 불편한 친구와 6년이나 같은 반이었습니다. 어릴 땐 도우미 같은 게 있는지도 몰랐고 선생님도 말해주시지 않았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저를 암묵적으로 계속 이 친구랑 짝꿍을 시키고 도와주게 했습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시키는 대로 했었는데 지금은 짜증나고 어이없습니다. 알려주지도 않고 저 혼자 걔를 담당하게 하고 진짜 싫었습니다. 이런 도우미 하려면 알려줘야 하는데 알려주지도 않고요.
흙먹고쌔쌔쌔 : 2001년,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인 지적장애인 친구를 돕는 역할을 1년간 했습니다. 그 당시 또래 도우미라는 명칭이 있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20년이 넘었지만, 그 친구의 이름과 그에게 벌어졌던 다양한 일들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를 떠올려 보면, 급식을 대신 받아주거나 침을 닦아주거나 간단한 도움을 줬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하지만 너무 어렸던 터라 헌신적인 도움을 주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방법도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겐 저라는 존재가 긍정적인 경험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아직 그 친구를 위해 더 도와주지 못했던 순간들이 아쉽고 후회되기도 합니다.
123 : 저는 초등학교 시절 또래 도우미였습니다. 자세한 설명 없이 이동만 도우면 된다는 선생님 말씀에 지원했었습니다. 지체장애와 발달장애가 있는 친구였고 등교 외 특수교실 이동과 식사 등 모든 행동을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친구의 수업은 대부분 특수교실에서 받아 제 학업엔 지장이 없었으나, 일부 수업과 급식시간, 체육시간, 외부 체험활동 때에는 장애인 친구를 도와야 했으므로 많은 활동에 제한이 있고 종종 제외되어 아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놓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웠으나 후회는 남지 않고요. 제도적 지원을 통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어른이 책임을 지고 다른 아이들은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박은채 : 저는 특성화고 출신이었고 그 시절 또래 도우미를 3년간 했습니다만 장애를 가진 친구들에 대한 대우가 정말 안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1학년 때 제가 또래 도우미 했던 친구가 왕따를 심하게 당하길래 도우미였던 저는 참을 수 없어 그 친구 편에 서서 괴롭히는 애들 제지도 해 보고 장애인 친구가 울면서 힘들다고 상담하길래 진심으로 들어주고 같이 해결책을 찾아보고 위클래스 도움도 받았습니다. 몇 개월 만에 그 친구가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기로 마음을 먹어 위클래스에서 상담사 선생님 도움을 받아 진행하였습니다. 바로 그 친구 부모님께 연락이 진행되고 학교폭력 담당선생님과 그 친구의 상담이 정해졌습니다만 유독 저를 안 좋게 보던 특수반 선생님이 저를 불러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 하나 때문에 이게 무슨 짓이냐. 장애가 있는 애들이 반에서 적응하기가 안 그래도 힘든데 그냥 장난으로 넘어갈 일을 왜 키우냐. 너 하나 때문에 그 친구는 왕따가 확정이다. 네가 왕따 만든 거다. 신고 철회해라. 그 친구가 하기 싫다는 거 네가 억지로 설득해서 신고한 거 아니냐. 장애 있는 친구를 그렇게 이용하지 말라”며 소리를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봉사위원회 구성원이어서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많이 접했었는데 단 한 번도 장애 있는 친구들을 장애 있다 생각 안 하고 비장애인이랑 똑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짜 도와달라고 할 때만 친구니까 도와준 거였고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것이 또래 도우미의 현실입니다.
또래도우미 제도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은 없지만 글의 내용과 대중들의 의견을 근거로 여러 가지 대안점을 제시해 준 이들은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장애학생이 일방적으로 도움받는 존재로 비춰지는 것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또래 도우미가 주기적으로 바뀌거나 보다 더 도움을 주고 받는 환경을 자연스럽게 조성하는 방식 등에 대한 대안을 제기했으며 상세 내용은 아래와 같다.
goodbookkr : 경험은 안 해봤지만 확대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 제가 제도를 잘 모르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모든 장애학생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제도라면 부적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규정하는 인식이 기저에 깔린 것 같아서요. 다만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 구성원이라는 걸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인식하도록 하는 장치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도란 : ‘비밀이 아닌 마니또’처럼 짝꿍이 지어지고 서로 편하게 돕고 교류하는 것은 좋아 보입니다. 다만 ‘봉사시간’을 받는다면 친구로서의 교류가 아니라 ‘봉사’가 되어버릴 것 같아 우려되네요. 저는 중학교 시절 교내 한 장애인 학우랑 계속해서 같은 조가 되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얼마 지나서 선생님께서 ‘네가 착하니 계속 그 친구를 같은 조에 배정하는 거다. 잘 챙겨줘라’라는 말을 듣고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저랑 성격이 잘 맞지 않았거든요 ^^; 제가 ‘착하니까’ 같은 조에 배정한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학교에 더더욱 실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착한 학생’에게 계속해서 장애인 친구를 ‘맡기고’ 다른 친구나 선생님들은 나 몰라라 할 게 아니라, 많은 친구들과 교류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습니다. 제도를 도입해 잘 활용하되 또래 도우미가 자주 바뀌거나 하면 어떨까 생각이 드네요.
효비 : 또래 도우미 제도에 대한 경험은 없지만 어린 시절에 장애아동과 함께 어린이집을 다녔어요.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비율이 5:5정도 되는 곳이었는데, 그래서 어릴 때 장애라는 개념도 모르는 채로 다른 아이들이랑 큰 문제 없이 잘 지냈고 초등학생이 된 뒤에야 다른 애들이 장애인을 낯설게 대한다는 걸 인지했어요. 평상시에 만날 기회가 적고 이야기하거나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경험이 없으니까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지 다 같이 지내는 게 당연한 환경에서는 굳이 또래 도우미라는 역할을 지정하고 상점을 주거나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혜선 : 이런 제도가 있다는 걸 몰랐는데 장애인에 대한 정책이 늘어간다는 건 참 좋은 거 같아요. 그런데 시행에 있어서는 다른 분들이 나눠주신 의견처럼 여러 가지로 우려가 되긴 합니다.
대중들의 의견을 살펴본 결과, 또래 도우미제도에 대한 경험의 유무와 내용에 상관없이 대체로 제도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였다. 장애 학생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은 성취감의 차원에서, 또래학생의 도움을 받는 장애 학생은 실질적인 도움을 얻게 되는 차원에서 모두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또래 도우미가 통합교육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으나 오히려 현장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장애학생을 비롯한 비장애학생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적됐다. 또래 도우미를 지정함으로써 장애학생들이 다수의 학생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고 또래 도우미 선정과정에서 장애학생에게 또래 도우미의 필요 여부와 도움 내용에 대한 욕구 파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비장애학생의 희망 여부와 상관없이 장애에 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소위 ‘착한’ 학생에게 교사가 일방적으로 장애학생의 또래 도우미로 지정하는 방식은 비장애학생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또래 도우미로서의 지원내용과 방법에 대한 정보도 없이 또래 도우미로 지정됐던 비장애학생들은 졸업 및 성장 후에도 제대로 역할 수행을 하지 못했다는 후회와 장애학생에 대한 미안함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또래 도우미로 지정만 해놓고 모니터링이나 어려운 지점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을 또래 도우미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현재의 또래 도우미 제도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이번 이슈광장에서 대안으로 제시됐던 방법을 토대로 또래 도우미 제도를 개선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 명에게 집중되었던 방식에서 주기적으로 또래 도우미를 바꾸거나 모든 반 친구들이 또래 도우미로 참여한 뒤 학급 내에서 상의하여 다시 정하는 등 다양한 방식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전제는 제도의 필요성이 충분히 설득되고 설명되는 것이다.
또래 도우미 제도가 모두에게 필요하고 유용한 제도라면 서로가 경험하는 어려움들을 공론화하며 대화하는 장이 필요하다. 또 또래 도우미의 보상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안이 제기되진 않았지만 장애에 대한 이해와 통합의 가치가 더 부각되어야 하는 이 제도의 취지는 지워진 채 보상받는 일로서만 더 강조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장애와 비장애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하나의 공동체 내에서 상호작용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교육의 가치는 국제적인 흐름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장애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고 비장애학생과 동등한 수준의 교육을 받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생겨난 이유이기도 하다. 또래 도우미 제도 역시 통합교육의 가치를 잘 지키기 위해 교육 현장에서 고안된 제도이오나 이슈광장에서 드러났듯 여러 한계를 안고 있다. 모든 학생이 존중받는 학교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본 제도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운영 및 지원방식에 대한 촘촘한 설계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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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월호 이슈광장에서는 ‘장애인 할인제도’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장애인들이 다양한 공공서비스와 문화활동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많은 기관에서 장애인 할인제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장애인 할인제도의 필요성이 인정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할인 혜택 제도를 악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모든 장애인이 같은 수준의 혜택을 누리기보단 소득 수준에 따른 차별화된 지원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장애인 할인제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슈광장에 목소리를 내는 방법
사회적협동조합 빠띠(디지털 기술로 민주주의 미래를 만드는 비영리 플랫폼)의 ‘캠페인즈’ 사이트 기능을 활용하여 이슈광장의 투표와 의견 개진이 가능합니다. 캠페인즈 사이트에 회원가입 하지 않아도 링크 접속 후 상단 게시판 ‘토론’에 들어가 함께걸음의 게시물을 누르면 투표와 댓글 남기기가 가능하오니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캠페인즈 사이트 : (https://campaigns.do/users/13565)
작성자글. 함께걸음미디어센터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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