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 ‘장애인·노인 등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무엇을 바꿀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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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이슈
‘장애인·노인 등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무엇을 바꿀수 있을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2015년 12월. 19대 국회 막바지 법안 심의에서 ‘장애인·노인 등을 위한 보조기기 지원 및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이름처럼 장애인과 노인에게 보조기기를 지원하고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이지만, 구체적인 많은 내용이 미완의 상태로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위임돼 있다. 달리 말하면, 절반의 기틀이 완성된 상태이니 그 위에 나머지 절반을 어떻게 채워야 할 것인가라는 숙제가 우리들의 과제로 남겨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법안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문가 자격 관련 조항과 보조기기센터 설치·운영에 대한 내용을 보며 ‘비장애인 전문가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법’이 아니냐는 비판과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제정된 법률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고,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장애계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 법안에 담긴 내용들
일단 법안의 구성을 살펴보면 크게 제1장 총칙, 제2장 보조기기의 지원 등, 제3장 보조기기센터, 제4장 보조기기 관련 전문인력, 제5장 보조기기 연구개발 및 활성화의 다섯 개 영역과 제6장 보칙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니까 장애인이나 노인에게 보조기기를 지원하고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서 보조기기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서비스 전달체계라고 할 수 있는 보조기기 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또 여기에 필요한 전문인력과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함께 지원하는 취지로 제정된 것은 맞다.
겉으로 보여지는 구색은 균형이 잡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시행에 따른 효과이다. 장애인과 가족들의 입장에서 가장 큰 영향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이 법의 제7조와 제8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조기기의 지원과 활용촉진 사업을 실시한다’와 ‘보조기기 교부사업을 실시한다’는 부분인데, ‘예산의 범위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기도 하고, 사업의 구체적인 대상이나 범위에 대해서는 시행규칙 등에 따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이러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장애계가 체감하는 법 제정 효과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거기에 더해 법 제13조와 제14조에 규정된 보조기기센터는 보조기기 관련 상담․평가․적용․자원연계 및 사후관리 등 사례관리사업, 보조기기 전시․체험장 운영, 보조기기 정보제공 및 교육․홍보, 보조기기 서비스 관련 지역 연계 프로그램 운영, 보조기기 장기 및 단기 대여, 수리, 맞춤 개조와 제작, 보완 및 재사용 사업, 다른 법률에 따른 보조기기 교부 등에 관한 협조 등 장애인들이 지역에서 쉽게 보조기기를 빌려서 사용하거나 필요한 보조기기에 대한 정보를 받고, 혹은 가지고 있는 보조기기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 훈련이나 수리를 지원 받는 직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법 제7조와 제8조에 의한 보조기기 지원 제도가 당장 확대되지 못하더라도 제13조와 제14조에 의한 센터가 적정 수준의 규모로 설치돼 보조기기와 관련된 직접서비스 사업을 시행하게 된다면 당장 지역에서 장애인들이 필요한 보조기기를 부담 없이 대여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 확보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이 D&I가 장애계에 불꽃을 튀기고 싶은 부분이다. 모든 일에 적절한 타이밍이 있듯 법안이 제정된 후, 시행·시행규칙과 관련된 예산, 운영기준 등이 마련되는 시점에서 장애계의 전폭적인 관심과 요구가 행정부와 정치권에 전달돼야 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싶다.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현재 제정된 법안의 내용이 아쉽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법 체계 상 어느 법에서도 본 법 조항에서 세세하게 장애인에게 지원될 수 있는 보조기기의 범위와 종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은 없다. 본 법에서는 제도의 틀과 근거만을 제시할 뿐이고, 구체적인 시행의 내용은 그 법 조항에 근거해 사회적 합의를 얼마나 도출해 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대부분의 경우 주장과 요구가 강력하게 집중되는 쪽으로 자원이 배분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보조기기 관련 법의 제정은 그 자체로 완성이 아니라 앞으로 관련된 지원이 지금보다 큰 폭으로 확대될 수 있는 명분과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는 기회로 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문제는 다가온 기회를 살릴 수 있는 동력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보조기기법은 2007년 17대 국회에서 처음 법안이 발의 된 이후 지금까지 ‘장애연금제, 활동지원확대, 장애아동복지지원, 발달장애인지원 등’의 이슈에 밀려 장애계의 요구가 정부와 정치권에 강력하게 전달되지 못해왔다. 따라서 법안의 시행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입장에서도 장애계의 요구가 체감되지 않는 보조기기 지원제도를 굳이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 국회나 예산부처인 기획재정부를 설득할 마땅한 명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보조기기법의 시행 혹은 보조기기 지원제도의 확대는 장애인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인가? 다양한 보조기기를 통해 삶의 영역을 넓혀가는 선진국 장애인들의 사례나 스마트폰이 가져온 생활의 혁신이나 인공지능 알파고의 등장과 같이 눈부시게 빠른 기술의 진보를 고려하면 보조기기의 활용은 활동지원제도의 확대만큼이나 장애인의 삶에 긍정적이고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된다.
그 동안도 장애계는 활동지원제도와 장애연금제도, 장애등급제 개편, 발달장애인 지원과 같은 다양한 권리를 위해 애써 왔다. 안타깝게도 이번 보조기기 관련 법의 제정과 시행에서도 “권리 위에 잠 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는 Rudolf von Jhering의 법 격언은 이전과 동일하게 우리들의 참여와 노력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보조기기법 제정이라고 하는 물이 차오른 지금이 노 젖는 수고를 덜 힘들게 만들 수 있는 기회이다. 보조기기의 활용을 통해 교육, 직업, 일상생활, 여가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지금까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활동들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어렵더라도 활동지원제도를 처음 도입했던 2007년 전후 결집됐던 장애계의 수고와 열매를 다시 한 번 떠올려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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