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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발달장애인이 성(性과)에서 주도성을 가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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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이슈-발달장애인이 성(性과)에서 주도성을 가지려면

 

                                                           장애우권익무제연구소 정책위원회

 

발달장애인이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원인이 전적으로 장애 특성에 기인하는가?

올 해 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가 장애인상담소권역에서 발표한 2015년 장애인성폭력 상담 통계 분석결과를 보면 전체 피해자 1,625명 중 신체적 장애인은 185명(11.4%), 정신적 장애인은 1,382명 (85%)이다. 이 중 여성이 94.4%를 차지하며, 정신적 장애인의 78%는 발달장애인으로 조사됐다. 발달장애인의 피해가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는 이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 성폭력협의회는 성폭력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한 가지 이유로 사회가 발달장애인을 ‘영원한 아이’로 인식하고 보호와 통제의 삶속에 가둬 교육과 사회적 관계에서 소외시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중의 무지와 몰이해가 결과적으로 발달장애인에게 성폭력이라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라 하겠다. 현재 이뤄지는 성교육의 수준과 방식을 보면 발달장애인의 성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이해 수준을 알 수 있다.

성교육이란 여성다움 또는 남성다움을 사회화된 방식으로 드러내게끔 하는 것이다. 보통 평생에 걸쳐 이뤄지게 되며 교육을 통해 우리는 가족예의, 호의적인 감정표현, 신체적 기쁜 감정, 친구 사귐과 관계유지, 신체적 건강 유지, 정신적 행복 추구, 로맨스, 출산 이해, 장기간 관계형성 방법, 성적학대 이해 등을 배운다. 성교육은 단순히 성은 무엇이며, 아기는 어떻게 생겨나고, 성과 관련된 폭력 상황에 직면했을 때 대처방법을 배우는 것 이상을 다뤄야 한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은 어떠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실시되는 교육은 아마도 이런 기대에 부합하기 어렵다.

첫째, 보통 성교육에서 꼭 하는 말이 “누가 몸에 손대면 안돼요, 싫어요 라고 말해라”이다. 그러나 여성 발달장애인은 전후 사정에 충분한 설명 없이 이처럼 거부의사나 부정적인 표현을 반복하게 듣게 되면, 오히려 ‘안돼요’만을 친숙한 단어로 오해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있다. 예를 들면, 성폭력 가해자가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마, 말하면 안 돼, 가만히 있어봐”라고 말할 때 익숙한 표현으로 간주해 도리어 순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발달장애인에게 맹목적으로 거부하는 것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 몸에 대해, 몸의 권리 등을 체계적으로 인식하게 한 다음, 특정 환경이나 상황을 가정하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자신에 대한 주도성을 포함하는 건 기본이다.

둘째, 과연 현재의 교육이 대상자의 눈높이와 여건에 대해 민감성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다수의 성교육에서 성인 발달장애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형극을 많이 활용한다. 그러나 성인 여성에게는 부적합한 방법이다. 성인기에 경험하는 환경과 문화가 아동기와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므로, 성교육에서도 여성 발달장애인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다양한 환경을 배경으로 어떤 시나리오를 구성되고 적용시켜야 하는 것이다. 성교육을 위한 실제 환경으로 학교, 직장, 지역사회 여가문화, 대중교통 이용 등이 고려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관계기술에 관한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사회적 관계기술과 문화적 기대란 생애단계별로 남성이나 여성으로서 허용되는 행동이나 기대 등을 설명해주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이 자신의 성에 관해서 배우고 건전한 관계의 맥락에서 표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성(性) 주도권을 갖는다는 것은 자신의 문화적 공동체에서 성적인 문제를 행복하고,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므로 이를 가능하게 하는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정서는 발달장애인의 성적 언급을 부담스러워하고 이성과의 관계형성을 가급적 피하게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성에서 주도권을 갖기 어려운 현재의 사회적 및 가정적 환경은 특히 여성 발달장애인을 성폭력에 노출시키는 구조로 볼 수 있다.

성교육에서 부모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다. 부모는 최초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성교육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부모들은 가능한 발달장애인 자녀가 어릴 때부터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자녀가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방식으로 성적 관심을 표현하는 것도 교육해야 한다. 성교육에는 어떤 사실에 대한 내용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실수나 좌절할 수 있는 사회적 판단 과정과 합리성에 대한 것도 고려해야 한다.

자신의 몸의 존엄성과 성적권리를 알지 못하는 아이, 청소년, 성인 등은 의미 있는 사회적, 성적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며 이런 경우 성학대에 취약할 수 있다. 연애감정이나 나이에 적합한 성적이해나 발견기회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으며 심지에 지적장애인들은 더욱 그렇다. 위에서 언급한 성교육이 적절히 실시되지 않는다면 성적 권리를 잘 모르는 사람은 외롭고 지루하며, 사회적 관계기술을 습득하거나 관계를 형성할 기회가 없어서 쉽게 성학대나 착취 대상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친구, 가족의 사회적 지지망이 약할 때는 보다 심각해진다. 이는 성폭력협의회가 강조한 관계성의 맥락과 유사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성과의 관계 확장도 필요하다. 성적 문제의 위험성에 대한 대비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고 이해시키는 사회적 기회도 요구된다.

성적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은 단순히 성 학대를 이해시키는 것 이상임이 당연시되고 동의돼야 한다. 발달장애인의 성폭력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발달장애의 특성으로 귀착시키는데 그칠게 아니라 실태 분석에 충실하고 원론적인 성교육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

작성자장애우권익무제연구소 정책위원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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