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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빠짐 주의’ 문구가 안전을 지켜주진 않는다

성신여대입구역 한 승강장의 단차거리 무려 ‘28cm’

본문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중 하나인 지하철은, 타고 내릴 때마다 사고의 위험성이 늘 문제되고 있다. 하지만 대중교통인 만큼 시민들이 안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불편 사항이 계속 개선되고 있고 소송까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 특히 장애인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서울지하철 성신여대입구역(4호선)도 많은 위험이 노출되어 있는 곳 중 하나다. 대학교와 가까이 있어서 특히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일 텐데, 어떤 위험성이 있는 걸까?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지하철을 타러 가 보면 ‘발빠짐 주의’라고 적혀 있는 구간이 있다. 지하철이 도착해서 스크린도어가 열렸을 때, 지하철과 지상 사이의 거리(단차)가 꽤 있어서 타고 내리는 사람의 발이 그 공간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성신대입구역 1번 승강장의 단차의 안전거리가 특히 그렇다. 그나마 짧은 거리가 22.5cm인데, 3(차량순서)-3(출입문번호)의 안전거리는 28cm나 된다. 거의 30cm 자를 하나 갖다 놓은 만큼 거리가 넓다는 뜻이다.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지하철을 자주 이용한다는 시민 A는 “여기 1번 승강장은 다른 역보다 정말 단차의 안전거리가 넓은 것 같다”라며 “비장애인인 저도 혹시 발이 빠지지 않을까 타고 내릴 때마다 늘 조심하게 되는데, 이 안전거리를 보지 못하는 전맹 시각장애인은 발이 빠지면 어떡하나 걱정할 때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만큼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발빠짐 주의’라는 문구가 눈에 자주 띄지만, 이런 문구 배치로 끝내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다. 과연 그냥 문구만 붙여놓고 주의만 줬다고 해서 지하철역 측에서 그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 문구를 보지 못하는 전맹 시각장애인이 단차에 발이 빠져 자칫 큰 사고라도 난다면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무엇보다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는 여간 걱정되는 ‘지하철 타고 내리기’가 아니다. 이렇게 넓은 안전거리의 단차에는 휠체어 바퀴가 분명히 빠지거나 걸리기 마련이다. 안 그래도 지하철 문이 열렸다가 닫히기까지의 시간이 그리 길지도 않은데, 단차에 걸리거나 빠진 바퀴로 인해 휠체어가 멈춰버린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할 것이다.
 
성신여대입구역에는 ‘발빠짐 주의’라는 문구 외에도,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안전발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문구도 있다. 문구에 적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하면 역에서 신속히 안전발판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인데, 이 서비스의 효율성은 그렇게 크다고 할 수 없다.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지하철을 ‘타는’ 휠체어 이용자는 안전발판서비스를 통해 안전하게 지하철을 탈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다가 성신여대입구역에서 ‘내려야’ 하는 휠체어 이용자는 전혀 안전하지 않다. 더구나 성신여대입구역에 처음 가보는 휠체어 이용자라면, 이렇게 넓은 단차의 안전거리를 미처 대비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즉 안전발판서비스를 위해 전화하고 기다릴 틈이 없는 것이다.
 
다른 시민 B는 “‘발빠짐 문구’가 있으니 단차의 안전거리가 넓다는 것을 알려주니까 탈 때 조심하지만, 여기서 내리는 사람은 잘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평소 했던 생각을 이야기했다. 이어 “처음 성신여대입구역에서 내릴 때 단차를 보고 깜짝 놀랐는데,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 여기서 처음 내리면 얼마나 놀랄지 걱정이다. 안전발판서비스가 있다지만, 부를 시간이 없을 테니까” 라고 탈 때뿐만 아니라 내릴 때의 문제도 제기했다.
 
‘발빠짐 문구’나 안전발판서비스는 최소한의 노력이 될 수는 있어도 시각장애인과 휠체어 이용자를 비롯한 시민들의 안전을 충분히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단차의 안전거리를 좁혀서 안전하게 지하철을 타고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거에도 지하철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리프트와 스크린도어 설치 등을 요청했지만, 늑장을 부리며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장애인이 사망하는 사고가 많이 일어났다. 요청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사람이 죽어야만 비로소 대처를 하는 게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대중교통 한번 이용하는 데에도 마음 졸여야 하는,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목숨을 걸고’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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