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 동반 거부, 이젠 달라져야 한다
장애인 이동권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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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에게 안전하게 길 안내를 하거나 위험을 미리 알려주며 그들을 보호하도록 훈련된 특수목적견을 ‘안내견’이라고 한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눈’과 다름없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출입하는 공공기관이나 식당, 영화관 등의 장소는 물론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교통수단도 안내견이 동행할 수 있다. 하지만 안내견의 정확한 개념을 모르고 시각장애인에 대한 부족한 이해로 인해 안내견 출입 또는 탑승이 거부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이번 ‘장애인 이동권 연재’에서는 시각장애인이 교통수단을 이용하려고 할 때, 안내견 동행이 거부되는 사례와 그에 따른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안내견 탑승 거부 사례들
시각장애인 A씨는 귀가하기 위해 택시를 불렀다.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고 싶었지만, 대기자 수가 너무 많고 늦은 시간이라서 그냥 일반택시를 부른 것이다. 금방 택시가 와서 뒷좌석 문을 열고 탑승하려고 하는데, 택시 안에서 문 밖으로까지 택시기사의 벌컥 화가 난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었다.
“개는 타면 안돼!”
A씨는 본인이 시각장애인이며 개는 안내견이라고 설명했다. 안내견은 같이 탈 수 있다고 법으로도 규정하고 있다고도 하나하나 설명했다. 그렇지만 기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절대 탑승하면 안 된다면서, 오히려 기사가 택시에서 내려 뒷좌석으로 오더니 A씨더러 내리라고 했다. 택시에서 내린 A씨는 기사에게 안내견의 개념과 역할, 그리고 안내견 동반 탑승을 거부할 경우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과태료를 물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몇십여 분동안 기사와 대화를 나눴지만, 기사의 완고한 거부로 결국 A씨는 다른 택시를 불러서 타고 귀가했다.
시각장애인 B씨는 지인들과 함께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시내버스를 탔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버스 안으로 들어선 순간, 한쪽에서 욕설과 함께 짜증내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개 뭐야? 개가 왜 버스를 타?”
B씨가 뭐라고 대답하기 전에 바로 옆에 있던 지인이 나서서 설명했다. 안내견에 대해서 설명했지만, 볼쾌한 기색을 감출 수는 없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안내견을 처음 보는 양 아주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다. 마치 구경거리라도 난 것처럼.
안내견 탑승거부 : 과태료 300만원 이하
시각장애인 B “저도 사실 버스보다 택시의 경우 안내견은 안된다고 정말 많은 거부를 당했어요. 택시 문을 열면 보통 저보다 안내견이 먼저 탑승하거든요. 기사가 안내견의 머리를 뒤로 밀어버리면서 타지 못하게 하기도 하고, 문을 열자마자 기사가 ‘안돼 안돼’라고 막 소리를 지른 적도 있어요. ‘이런 개는 박스에 넣어서 태우던가 해야 된다’라고 말하는 기사도 있었고요. 또 한번은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저 앞에 와서 섰다가 쌩까고 그냥 횡 도망가버리는 택시도 있었어요. 오죽하면 저랑 자주 같이 택시를 탔던 사람은 이젠 요령이 생겨서 택시를 부를 때는 안내견을 우리 뒤로 숨겨 놔요. 택시가 도망갈까봐. 그래도 일단 타고나면 기사와 한바탕 하는 경우가 허다했어요. 태워주지 않으면 신고해서 과태료를 물게 할 수 있다고 해도, 제 경험상 기사들은 과태료에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았어요.”
위 두 사람의 사례처럼,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동반하여 공공장소를 출입하거나 대중교통수단을 탑승하려고 할 때, 이와 관련하여 명시하고 있는 현행법은 다음과 같다.
< 장애인복지법 >
제40조(장애인 보조견의 훈련·보급 지원 등) ③ 누구든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4항에 따라 지정된 전문훈련기관에 종사하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 또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 <개정 2012.1.26.>
< 참조법령 >
제90조(과태료) ③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개정 2008. 2. 29., 2010. 1. 18., 2012. 1. 26., 2015. 6. 22., 2015. 12. 29., 2017. 2. 8., 2017. 12. 19.> 3. 제40조 제3항을 위반하여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 또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의 출입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자
시각장애인 A “안내견을 거부할 경우, 법에서 300만원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신고를 하게 되었을 시 100만원만 물게 할 수도 있고, 그보다 더 적은 금액을 물 수도 있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어떤 상황에서는 경고로 끝나고, 또 어떤 상황에서는 과태료를 물게 되는데, 거기에 대한 확실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씁쓸했던 것이 안내견 파트너나 퍼피워커가 원하지 않아도 여론이 시끄러우면 과태료를 물더라군요. 반대로 안내견 파트너가 원하고 퍼피워커가 과태료를 물려고 해도, 그게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보통 ‘몰랐다’는 식으로 일관합니다. 여기서 퍼피워커는 안내견이 되기 전 1년동안 사회화 훈련을 위해 일반 가정(봉사자)으로 훈련을 받으러 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A씨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부분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에서 ‘이하’를 말한다. 규정대로라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을 뿐, 정확한 과태료의 금액은 300만원 이하로는 재량껏 책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A씨의 말처럼 정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300만원 이하라면 10만원도, 하다못해 단 100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더라도 할 말이 없을지도 모른다.
시각장애인 B “개인적으로 300만원은 너무 적은 금액이라고 생각하고, 적어도 3천만원은 되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안내견 동반 거부가 꼭 이동권 문제라기보다는 식당이나 공공장소에 출입도 문제가 되잖아요. 또 해당법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은 과태료가 아니라 벌금으로 착각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과태료보다는 벌금으로 하는 게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해요. 벌금 3천만원. 3천만원이라는 숫자는 솔직히 농담 반 진담 반이지만, 그만큼 안내견 거부에 대한 처벌이 지금보다는 한층 강화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안내견 이전에 동물에 대한 인식도 좀 좋아지면 좋겠어요.”
B씨의 말처럼 택시나 대중교통 뿐만 아니라, 얼마 전 모 대형마트에서 안내견과 동반한 시각장애인의 입장을거부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산 적도 있다. 이에 지난 2월 8일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장애인 안내견 동반 출입에 대한 종사자 교육, 처벌강화 등 관련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중교통 운수종사자, 숙박시설 종사자, 식품접객업소 종사자, 다중이용시설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장애인 안내견 동반출입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이나 홍보사업을 실시하도록 하는 근거가 담겼다. 또한 안내견을 동반하여 출입할 수 있도록 규정한 장소에서 출입을 겨부하는 경우에는 현행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던 것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의 수위를 상향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안내견 거부에 대한 대처, 그리고 개선방안
안내견 거부에 대한 내용으로 취재를 하면서 택시나 버스회사에 대해 알아본 결과, 안내견과 관련한 내용을 제대로 홍보하고 있지 않은 곳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국택시운송조합이나 연합, 공공기관에서 안내견과 관련한 법을 제대로 홍보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택시나 버스기사처럼 개인은 충분히 모를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런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관련된 법과 내용을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는 공공기관에서조차도 모른다고, 홍보하지 않았다고 하면 결국 안내견 거부의 문제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시각장애인 A “과태료 금액보다는 원활한, 제대로 된 교육이 무엇보다도 우선입니다. 음식점이나 카페를 운영하게 되었을 때, 사업자등록증을 발부하기 전 안내견 관련 교육을 받도록 한다거나 택시기사들이 1년마다 수료하는 교육 과정에 안내견과 관련한 내용을 추가하는 등의 교육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익광고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버스 전광판, 톨게이트 등 기사들이 많이 보게 되는 곳을 위주로 광고를 붙인다면 기사님들 뿐만 아니라 시민의식도 좋아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 봅니다.”
이젠 법으로 의무화된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교육에서도 안내견에 대한 교육을 필수로 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장애인 의무 고용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 금지등에 대한 관련 법령을 교육에서 반드시 언급하도록 하는 것처럼, 안내견에 대한 내용도 강의에 추가하여 안내견의 개념과 바른 인식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 B “저는 관련한 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도 좋지만,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 계속 택시를 타보고 버스를 타 보는 등 자주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일단 거부를 당하면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도 흥분하고 화가 날 수 있는데, 언성을 높이고 그러면 결국 쌍방이 다 힘들잖아요. 그런 상황에서도 유머러스하게 잘 대처하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기사나 식당 주인 등 상대방에게도 기억에 남을 수 있을 테니까요. 또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는 그런 상황을 앞으로도 언제든지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계속 경험을 하면서 노하우와 요령을 스스로 터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탑승 거부를 당했을 때 그 상황에 열받아서 싸운다거나 그 기분 나쁜 상황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하는 말과 행동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는 안 된다고 했을 때 개가 아니라고 하면서 설명을 하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그럼 상대방은 결국 개는 개지 않느냐고 하지만, 또 개는 개지만 개가 아닌 이유를 설명하게 된다. 이런 이야기가 오가다 보면 때로는 그 상황이 서로 어이도 없고 웃길 수도 있다. 꼭 이런 상황이 재미있어지라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라도 조금은 유머러스하고 침착한 대처가 필요한 것이다.
시각장애인 A “안내견과 관련된 법 조항이 있는 사이트를 즐겨찾기에 등록해 놓으면, 거부를 당했을 때 바로 찾아서 보여드릴 수 있어요. 아니면 법 내용을 프린트해서 가지고 다니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추천드려요. 앞으로 시각장애인도 얼마든지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안내견도 증가할 수 있잖아요. 기사들이나 누구든지 거부를 하게 되더라도 일단 흥분하지 말고, 사전에 준비해둔 방법대로 차분히 대응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친절한 버스기사, 이런 사회가 되었으면
시각장애인이 혼자 시내버스를 타고 내리기에는 아무래도 지하철과 택시에 비교하면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 특히 시내버스는 배차 간격이 지하철보다는 신호나 도로 상황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불규칙할 수 있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데, 취재를 하던 중 우연히 안내견과 동반하여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시각장애인을 본 적이 있다. 그 시각장애인 앞에 버스를 세운 뒤, 버스에서 내린 기사의 행동 하나하나가 참 인상적이었기에 본 지면에 그 기사의 행동을 인터뷰와 함께 옮긴다.
버스를 세운 후 내린 기사는 시각장애인에게 다가와 버스노선을 확인했다. 그리고 안전하게 버스에 탑승하도록 도와준 후, 버스 내에 있는 빈자리로 안내했다. 그때 버스에 있던 누군가가 시각장애인과 동반 탑승한 안내견을 보고 뭐라고 하자, 기사가 안내견에 대해 정말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버스를 출발시켰다.
버스기사 K “기사들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시각장애인에게 안내를 해주려고 하는 편입니다. 먼저 버스노선에 대해 여쭤본 뒤 탑승과 착석을 도와드리고요. 만약 빈자리가 없으면 다른 분에게 양해를 구할 수도 있고요. 안내견에 대한 무지에서 시비를 거는 분이 있으면 기사로서도 충분히 설명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사도 사람이다보니 버스의 배차간격이라는 것에 대한 딜레마가 있어요. 배차간격이 길면 기사 입장에서 조금 여유를 가지면 될 텐데, 간격을 지켜야 하고 간격이 길어지면 손님들이 불만을 가지게 되죠. 그래서 배차간격이 시내버스보다 확실히 길다고 할 수 있는 공항버스 기사가 친절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냥 이렇게 교육받은대로, 또는 규칙만 제대로 숙지하고 그것을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장애에 대한 이해가 뒷밤침되어야 할 수 있지만, K씨처럼 시각장애인을 이해하고 버스의 탑승에서부터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사람들로만 이 사회가 구성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K씨를 통해 분명한 사실 한 가지를 알 수 있다. 모든 기사들이 다 안내견 동반 탑승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개는 타면 안 된다’면서 밀어붙이듯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있어서 피곤하고 힘들 수도 있지만, 다른 한쪽에는 그와 반대로 친절하게 탑승을 안내해주는 기사도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모범적인 부분보다 거부당하는 것처럼 ‘문제되는’ 사건사고가 더 부각되는 이 사회의 특성 때문에 K씨와 같은 사례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게속 변화하고 있다고 믿는다. 나쁜 방향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언젠가는 안내견과 동반한 시각장애인이 버스든, 택시든 그 어떤 대중교통수단을 탑승하더라도, 또 식당과 공공기관을 방문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비춰질 수 있는 대한민국의 한 장면이 꼭 그려지길 기대한다.
작성자글. 박관찬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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