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장애인복지서비스 지원 체계, 이대로 좋은가 > 이슈광장


새로운 장애인복지서비스 지원 체계, 이대로 좋은가

본문

장애인등급제 폐지에 따라 장애인복지서비스 지원 체계가 대대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올해 7월부터 기존의 장애 등급이 폐지되고 심한 장애와 심하지 않은 장애로 구분되며 장애인종합판정도구를 도입해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또 장애종합판정도구는 장애인의 일상생활 수행 능력, 욕구, 필요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점수를 부여하고 그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 아래 올해부터 일상생활지원에 해당하는 장애인 활동 지원, 보조기기 교부, 거주시설 입소, 응급 안전 알림, 발달장애인 주간 활동 지원에 적용하고 2020년부터 이동 지원, 2022년에 소득과 고용 지원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장애인 단체들은 반발했다. ‘심한 장애와 심하지 않은 장애’로 구분한 것은 실질적인 등급제 폐지가 아니라는 반발과 기존 서비스가 줄 것 대한 우려였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때에는 항상 반발이 따를 수밖에 없다. 개개인의 서비스 양 증감은 현실적으로 중요한 문제지만 국가 예산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섣불리 타당/부당하다 논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장애인 단체들의 반발에 대한 찬반을 논의하기보다 오히려 현재 장애인복지서비스 지원 체계의 원칙과 운영 형태가 타당한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새롭게 변경되는 지원 체계에서는 장애 등급이 아닌 실제 서비스 필요도를 조사해 서비스를 지원하며 서비스 필요도는 기능 제한 정도에 비례해 서비스의 양을 결정한다. 기존에는 동일한 장애 유형과 장애 등급을 받은 사람에게 동일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반면 개편되는 지원 조사에서는 환경이나 개인의 상황도 함께 고려해 서비스의 양이 결정되는 형태다. 개개인의 서비스 필요도를 조사해 지원하겠다는 취지는 나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의 필요도를 평가하는 조사표의 조사 항목과 조사 척도가 타당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가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발달장애인, 잦은 발작을 보이는 뇌전증 등은 타인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현행 조사표에는 반영되고 있지 못하다. 또 시·청각복합평가와 실외 이동 점수가 36점과 48점으로 다른 조사 항목보다 왜 절대적으로 높은 점수가 배정되어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돼 있지 않다. 제시된 구조로는 서비스 필요도가 모든 장애인에게 공평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특정 장애 유형에 높게 배정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조사 척도에도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장애인 지원 조사 체계에서는 수행 정도에 따라 배수로 점수를 부여받도록 구성돼 있다. 동일한 기능에 대해 수행이 조금 가능한 사람,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 전혀 불가능한 사람의 서비스 양 차이가 균등 분할 점수 차이가 아닌 배수 차이라는 것이다. 즉 수행이 전혀 불가능한 사람이,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수행이 가능한 사람보다 3배의 도움이 필요다고 전제한다. 중증장애인에게 서비스가 더 지급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상대적으로 타인이 도움이 있어야만 원활히 수행이 가능한 사람이 중증장애인의 1/3 정도의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새로운 장애인복지서비스 지원 체계의 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실제 서비스 이용과 관련된 문제도 있다. 정부는 장애인복지서비스 지원 체계를 통해 장애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취지와 표현만으로 보면 매우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장애인들은 본인의 의사나 욕구와 상관없이 정부가 제시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맞춤형이라는 이유로 본인들의 선택권과 결정권은 무시돼도 되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선택권이란 Yes와 No 중에 선택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이 가운데 본인의 의사나 욕구에 따라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맞춤형에서는 그 어디에서도 선택지가 보이지 않는다.

기존 서비스 중에서도 본인들이 원한다고 새롭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없다. 거주 서비스는 기능 제한 점수 240점 이상, 아동은 190점 이상인 경우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이용 자격을 부여하나, 거주 시설은 이미 대기 인원으로 만원 상태이며 대부분 성인 시설로 중증장애아동시설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이용 자격이 있어도 현실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또 현행 거주 시설의 인력 기준으로는 기능 제한 점수 240점 이상의 장애인들을 지원하기에 한계가 존재해 오히려 거주 시설의 서비스 질 저하와 인권 침해를 불러올 수 있는 우려까지 존재한다.

새롭게 시행하는 장애인복지서비스 지원 체계가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나 내용에서는 앞에서 제기한 것처럼 여러 모순과 문제점이 존재한다. 장애인 단체들의 반발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분명 반발이 존재하지만 그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논리적 구성과 원칙에 부합하는지를 검증하는 동시에 합리적인 방향인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서둘러 제도를 시행하기에 앞서 제도 시행에 따라 발생할 문제점과 보완해야 할 부분을 먼저 고민하고 해결할 때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정착할 수 있다.

 
작성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cowalk100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