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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사는 가정부가 아니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연재

본문

장애인은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해마다 인상되고 있는 본인부담금, 장애 정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활동지원급여(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장애특성에 맞는 활동지원사의 부재 등 다양한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지원사의 입장에서도 장애인 이용자 못지않게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활동지원사에게는 어떤 어려운 문제들이 있는지, 이번 호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연재’에서는 현재 활동지원사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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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노동의 강도, 그럼에도 동일한 시급

서로 다른 유형인 장애인 이용자의 활동지원사로 근무하고 있는 A씨와 B씨는 ‘활동지원사 보수교육’에 함께 참여하면서 친분을 맺게 됐다. 서로의 이용자와 그에 따른 활동지원 업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A씨는 그동안 몰랐던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각장애인의 활동지원을 하는 B씨는 이용자가 안마원처럼 특정 장소로 갈 때 차량으로 ‘이동지원’하는 것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반면 전신마비가 있는 최중증장애인의 활동지원을 하는 A씨는 식사나 목욕, 청소 등 B씨와 비교하면 육체적인 노동의 강도가 훨씬 더 많이 요구되는 ‘신체활동지원’이나 ‘가사지원’을 주요 업무로 한다. 그런데 A씨와 B씨는 노동의 강도가 확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활동지원사로 근무하며 받는 시급은 동일하다.

활동지원사 A “제가 이번에 활동지원사 보수교육을 받으면서, 그리고 B씨와 활동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솔직히 지금 제가 활동지원사로서 일하고 있다는 점에 회의감을 느끼게 됐어요. 제가 단순히 이용자의 목욕이나 식사 등을 지원해 준다고 해서, 절대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혹시 잘못해서 이용자가 다치지는 않을지, 동작 하나하나에도 많은 집중력과 신경을 써야 해요. 그래서 하루 몇 시간만 일해도 집에 오면 기진맥진할 정도로 힘들 때가 많아요. 제 이용자와 다른 활동지원사의 이용자가 가진 장애 정도나 특성, 그리고 그에 따른 활동지원 업무를 일일이 비교해서 말하는 건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한편으로 그런 부분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모든 활동지원 업무를 동일한 시급으로 책정한 현 시스템이 너무 불공평한 것 같아요.”

A씨는 또 활동지원사 양성과정(아래 양성과정)을 들었던 당시의 이야기도 했다. 양성과정에서 교육을 하는 강사가 장애인의 활동지원을 하는 것에 대해 ‘봉사’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단다. 장애인의 활동을 지원하는 일이 왜 봉사하는 일인가? 한 달에 일정시간 이상을 근무하면 4대보험에 가입되는 엄연한 ‘직업’이지 결코 봉사가 아니다. 결국 양성과정에서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주입식’ 교육이, 활동지원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처음부터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또한 활동지원서비스는 ‘중증’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들을 다시 중증과 경증으로 나누어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육체적 노동의 강도가 큰 A씨의 이용자가 중증, 육체적 노동의 강도가 그렇게 크지 않은 B씨의 이용자가 경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즉 활동지원하는 ‘노동의 강도’에 따라 이용자의 장애 정도를 다시 중증과 경증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그래서 A씨가 양성과정을 들을 당시, 어떤 강사는 활동지원사가 되면 중증장애인에게 가지 말고 경증장애인에게 가서 활동지원을 하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활동지원사 A “보통 식당 같은 곳에서도 알바(아르바이트)를 채용할 때, 노동의 강도에 따라 시급이 조금씩 다르잖아요. 물론 활동지원 업무를 알바와 비교하는 건 좀 그렇지만, 적어도 노동의 강도에 따라서 활동지원 업무도 시급을 달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육체적 노동의 강도를 따지지 않고 모든 활동지원사에게 동일한 시급을 준다면, 결국 전신마비와 같은 최중증장애인의 활동지원처럼 ‘힘든 일’을 하려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뿐만 아니라 활동지원사가 계약을 하기 위해, 활동지원서비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을 찾을 때도 애매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활동지원사의 시급은 분명 동일하지만, 본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마다 활동지원사의 시급에서 떼어가는 ‘수수료’가 조금씩 다른 것이다. 그래서 ㄱ기관과 계약한 활동지원사는 실수령액의 시급이 11,000원, 반면 ㄴ기관과 계약한 활동지원사의 실수령액 시급은 10,500원으로 차이가 있다. 당연히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조금만 떼어가는 기관, 즉 조금이라도 실수령액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기관과 계약하려고 할 것이다.

활동지원사 B “이런 것들을 세세하게 따져본다면, 결국 활동지원사에 대한 복지 측면에서의 처우가 너무 열악한 것 같아요. 매월 말 활동지원 일지를 제출하러 기관에 가 보면, 담당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활동지원사를 자원봉사자 정도로만 생각하는 느낌이 컸어요. 사람들이 활동지원사를 자원봉사자나 알바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 같으니까, 저희들은 활동지원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존감이 낮아지게 되는 것 같아요.”

 

이용자와 활동지원사는 ‘말로는 굉장히 표현하기 힘든 관계’

중증장애인이 대한민국 국민이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활동을 지원해 주는 ‘활동지원사’라는 직업은, 어쩌면 한 사람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그만큼 활동지원사는 누군가의 생존과 직접 관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어떤 직업보다도 충분히 가치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활동지원사 C “저는 현재 뇌성마비가 있는 장애인 부부의 활동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 부부가 이번에 둘째 아이를 출산했거든요. 그래서 아기에게 모유 수유를 해야 하는데, 엄마가 뇌성마비가 있으니까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기에게 혼자 (모유 수유를) 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활동지원으로 모유 수유를 할 때 아기의 머리를 잡아줘요. 이 일을 주로 야간과 새벽에 활동지원으로 하기 때문에 제대로 잠도 못 자고 힘든 건 사실이지만, 지금 하는 일에 굉장히 보람을 느껴요. 사실 제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활동지원사로 일해 왔기 때문에, 저도 이제 장애에 대해서만큼은 어느 정도 잘 아는 베테랑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번 활동지원 경험을 하면서, 제가 아직까지 얼마나 많이 부족한지 알게 되었죠. 그래서 저는 다양한 유형의 장애와 그만큼 다양한 성격의 이용자들을 만나고 함께하면서, 제가 활동지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정말 큰 뿌듯함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사람들이 C씨의 이야기를 들으면, ‘모유 수유를 도와주는 게 무슨 장애인의 활동지원이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유 수유 역시 분명히 ‘신체활동지원’의 한 부분으로서 활동지원에 해당한다. 이렇게 활동지원 업무는 대상 이용자가 가진 장애의 성향과 기질이 달라서, 이용자를 활동지원하는 방법도 그만큼 다 달라지게 된다.

활동지원사 C “장애인 이용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본인의 사생활이 활동지원사에게 노출되는 부분이 있어서, 부담스럽거나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업무적인 부분만을 따진다고, 이용자 입장에서 활동지원사를 ‘도구적인 역할’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요. ‘사람 대 사람’이 아닌 ‘사람 대 도구’의 관계가 되는 거죠. 그럼 이용자와 활동지원사의 관계는 굉장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활동지원사 한 분이 장애인 이용자 인생의 기본적인 토대를 마련하는 데 지대한 기여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어 활동지원사가 먼저 나서서 이용자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는 영구임대 아파트를 알아본다거나, 이용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사회서비스에 대해 알려줄 수도 있어요. 정보접근이 어려운 장애인 이용자가 많기 때문에, 본인에게 맞는 혜택의 서비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모르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활동지원사가 지원해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제 경험으로는 이용자와 활동지원사가 서로를 신뢰하며 함께한다면, 그 어떤 인간관계보다 돈독한 관계형성이 가능한 것 같아요.”

C씨는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지원사의 관계를 ‘말로는 굉장히 표현하기 어려운 관계’라고 했다. 그만큼 활동지원이라는 업무가 지니는 ‘특수성’을 감안한 표현이다. 하지만 활동지원사에 대한 직업적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으로, 심지어 많은 장애인 이용자들도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어떤 이용자는 활동지원사를 한 달마다 계속 바꾸는 경우도 있다. 본인과 맞지 않아서, 본인의 장애에 대해 잘 몰라서,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자주 바꾸는 만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과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먼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활동지원사가 변경될 때마다 계약서를 새로 작성해야 하고, 전산등록도 새로 하는 등 행정적인 업무량이 늘어나게 된다. 또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는 활동지원사 양성과정을 이수하고 실습까지 수료하여 직업으로서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의사는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타인(이용자)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 직업을 상실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적·경제적인 부분을 투자하여 활동지원사로서 자격을 갖추었고, 한 달 동안 일하며 이제 이용자의 장애와 활동지원 업무에 대해 조금 파악했다 싶은 상황에서 갑자기 그만두게 된다면, 얼마나 어처구니없고 허무한 상황이 될까.

활동지원사 C “실제 제가 계약되어 있는 기관의 지침에 따르면, ‘활동지원인력에 대한 불만 등으로 변경을 요청하려는 수급자는 활동지원인력 교체를 하는 날의 최소 14일 전까지 활동지원기관으로 통지하여야 하며, 활동지원기관은 수급자 및 기존 활동지원인력과의 상담을 통해 활동지원인력 변경 등의 필요한 적정 조치를 취해야 함’이라고 되어 있어요. 이 지침대로라면 상담이라는 중재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이용자가 불만이 있거나 싫다고 하면 활동지원사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겠죠. 이런 내용만 보면, 정말 이 서비스는 장애인 이용자에게만 너무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 같죠. 하지만 반대로 장애인 이용자 입장에서도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받는 중에 발생하는 비용(교통비, 식비 등)은 활동지원사의 몫까지 이용자가 다 부담해야 한다는 지침도 있고, 본인 부담금도 내는 등 서비스 이용에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꼭 장애인 이용자 쪽에 유리한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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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지원사도 직업, 올바른 인식이 되길

양성과정에 강의하러 다녀온 한 강사의 말에 따르면, 교육생의 절반 이상은 주부가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장애인 이용자의 가사지원, 즉 청소와 목욕, 식사 등의 업무라면 주부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장애인 이용자와 이용자의 가족 입장에서는 활동지원사를 단순히 가정부나 파출부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도 존재한다.

활동지원사 D “주부로서 그런 업무(가사지원)를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활동지원사가 된 건 맞아요. 하지만 양성과정에 임하면서 장애에 대해서도 배우게 되고, 또 이용자와 함께하면서 새로운 경험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가 많아요. 무엇보다도 활동지원사라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계약까지 완료한 뒤 직업으로서 일하는 거잖아요. 그럼에도 가사지원을 한다는 이유로 활동지원사를 가정부나 파출부 정도로밖에 생각해 주지 않는 걸 느낄 땐 정말 씁쓸함을 느끼곤 해요. 활동지원사도 직업으로서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활동지원사 B “제가 시각장애가 있는 이용자에게 차량으로 이동지원을 해주면서 별의별 일을 다 겪었거든요. 다른 활동지원 업무에 비해 너무 ‘쉬운 업무’ 같다고, 다른 활동지원사가 제가 하는 업무가 부당하다고 시청에 민원을 넣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동에 어려움이 있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고, 그 부분을 활동지원하고 있는 거잖아요. 어떤 장애인의 활동지원을 하더라도, 그 이용자가 가진 장애의 특성을 고려한 업무라는 것을 알고 존중해주면 좋겠어요. 그래야 활동지원사도 본인이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하철을 항상 ‘돈을 내고’ 이용했던 어느 장애인은, 활동지원사를 만나고 나서야 복지카드를 이용하면 무료로 지하철을 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른 장애인은 장애인콜택시 배차가 잘 되지 않아 늘 불편했는데, 활동지원사 덕분에 바우처택시를 신청해서 이동하는데 훨씬 편해졌다. 또 다른 장애인은 고가의 보조공학기기를 구입할 여력이 없어 탐만 내고 있다가, 활동지원사 덕분에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저렴하게 원하는 보조공학기기를 장만할 수 있게 되었다.

앞서 강조했듯, 이렇게 활동지원사는 장애인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 데 꼭 필요한 존재다. 활동지원사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업무를 수행하든, 그것은 장애인 이용자가 가진 장애의 정도와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그래서 업무의 강도가 활동지원사마다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므로, 노동의 강도를 고려하여 시급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판단된다.

또한 기관마다 수수료를 달리 책정함에 따른 활동지원사의 실수령액에 대한 ‘눈치싸움’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기관의 수수료를 통일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업무에 대한 정당한 보수를 받으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하나의 ‘직업’으로서 활동지원사가 인식되고 인정받을 수 있는 복지환경과 지원체계가 갖춰지는 건, 우리 사회가 장애당사자와 활동지원사의 눈높이를 파악하는 데서 시작됨을 잊어선 안 될 일이다.

 

 

 

 

작성자박관찬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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