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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마음대로 사먹을 자유

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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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태곤 기자


얼마 전 야당 대표가 공감 가는 발언을 했다. ‘배고픈 사람이 빵집을 지나다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보고 먹고 싶은데, 돈이 없으면 먹을 수가 없다. 그러면 그 사람에게 무슨 자유가 있겠나’라고 했다. 그는 ‘빵을 살 자유, 즉 물질적 자유를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가 정치의 기본 목표’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건 가난한 장애인들이 물질적인 자유, 가난 때문에 빵집 앞에서 머뭇거리고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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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장애인들 실태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아래 조사처)는 최근 ‘장애인 소득보장 급여수준의 현황과 개선방향’ 보고서를 냈다. 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장애인의 경제상황은 소득수준이 낮고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이 발생하며,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비정규직 근무비율이 높은 특성을 보이는 바, 이는 낮은 근로소득과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의 문제로 인해 장애인의 생활수준 개선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조사처에 따르면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이라면 발생하지 않을 장애 자체로 인한 추가비용이 발생하며,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를 기준으로 월 평균 16만1천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있는데, 장애인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242.1만원으로 전국 월평균 가구소득 361.7만원의 66.9%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조사에 더해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파악된 공식적인 장애인 빈곤율은 52%다. 즉 2명 중 1명의 장애인이 가난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전체 장애인 가구 중 국민기초생활수급자 가구는 총 26만 가구나 된다.
이렇게 장애인들이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빵을 마음대로 사먹을 수 있는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조사처는 이번 보고서에서 대안으로,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 지출 규모를 OECD의 평균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참고로  OECD 국가의 평균 장애인 복지 지출 예산은 연 8조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애계도 오래전부터 정부를 향해 연 8조원의 장애인 관련 예산을 책정해서 집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는 모른 체 외면하고 있다. 그래서 조사처가 만든 보고서가 향후 어떤 역할을 할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국회 내에서도 복지 예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 야당의 복지예산 증가 필요성에 대한 시각은 부정적이다. 한 토론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직접 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다리 놓고, 철도 놓고, 건물 짓는 이런 것은 국채를 발행해도 괜찮다. 수익이 나오고 소비는 일회적이니까 괜찮다. 그렇지만 복지비용 등 매년, 또 영구적으로 발생하는 지출은 빚을 내면 안 된다. 이런 건 당시 세대의 세금으로만 해야 한다.’
발언에서 야당 의원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질 개선보다는, 건물 짓고 도로 만드는 토건 사업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복지비용 증가에 부정적인 시각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에서 비록 한시적으로 비상대책위를 맡고 있는 대표지만, 야당 대표가 가난한 사람들의 빵을 살 자유, 즉 물질적 자유를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가 야당의 정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21대 국회는 변할 것인가. 토건사업보다는 사람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야당은 변할 것인가, 그 변화의 시금석이 장애인 복지예산 증액 여부이다. 정부 추산 250만 명이라는데, 장애연금 수급자는 2019년 기준 약 8만 명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다 장애인은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을 매달 지출해야 한다. 그래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마음대로 사먹을 자유가 없는 실정이다.
아주 오래 전 고(故) 김순석 씨는 거리 턱 때문에 돌아서며 절망했다. 지금 장애인들은 가난 때문에 빵집 앞에서 돌아서며 절망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장애인들에게 빵이라도 마음대로 사먹을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작성자박관찬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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