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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를 마실 권리를 박탈시킨 일회용 빨대 사용금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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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환경단체인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에 따르면 매년 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800만 톤에 이르고, 이 가운데 빨대는 크기가 작고 뾰족해 해양 동물이 삼키거나 빨대가 동물의 몸에 박히는 등의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플라스틱도 그렇듯 1회용 플라스틱 빨대 역시 썩지 않고 바다에 흘러들어가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 오염 문제로 인해 최근 미국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미국 시애틀은 지난 7월 1일 해양오염을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공시적으로 금지하였고,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주의 여러 도시에서의 빨대 사용을 금지시켰다고 하며, 뉴욕, 하와이 주 등도 빨대 사용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EU 역시 빨대 사용을 금지하려는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고 하여 전세계적으로 빨대 사용을 금지시키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기업들도 빨대 사용 중단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 스타벅스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고, 영국 맥도날드 역시 아일랜드와 영국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9월부터 종이 빨대 제공을 시범적으로 운영해보겠다고 하였다.

위와 같이 빨대 사용 금지는 환경보호라는 대의명분을 가진 조치로서 인류와 지구를 위해 필요한 조치로 보이는데, 플라스틱 빨대의 전면적인 사용금지에 반발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의 장애인인권활동가인 Karin Hitselberger는 워싱턴포스트에 빨대 사용 전면 금지가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칼럼을 게재하였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빨대 사용 금지로 대부분의 사람은 사소한 불편을 겪을 뿐이지만, 나는 위기를 느낀다. 나와 같은 장애인에게 빨대를 금지하는 것은 차를 마시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빨대 없이 뜨거운 차를 마실 경우 화상을 입거나 질식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종이 빨대의 경우 높은 온도에서 안전하지 않고, 물에 용해되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고, 질식시킬 위험이 있다. 또 빨대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뚜껑의 경우 직접 컵을 들어올려 먹어야 해서 사용이 어렵다. 빨대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빨대 자체가 아니라 엑세스(Acess, 접근성)가 문제가 핵심이다. ADA(미국 장애인법)가 통과된 후 30년이 지나면서 장애인들이 대부분의 건물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러한 엑세스는 단지 건물에 들어가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완전히 참여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엑세스는 삶의 질에 관한 것이고, 비장애인과 같은 경험과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뇌병변, 근육위축, 다발성 경화증 등 매우 넓은 범위의 장애인들이 생존에 필요한 물과 음료에 접근하기 위해 플라스틱 빨대에 의존한다. 이 사람들에게 빨대란 독립과 자유를 상징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빨대 전면 사용금지는 분명 좋은 의도이나 장애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이다. 이런 정책들은 장애인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을 고려할 때 장애인들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장애인들을 완전한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고려하는 해결책이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것과 보다 접근하기 쉬운 세상을 만다는 것은 양립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일률적으로 금지시킬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제공을 해주어야 하고, 이것만으로도 빨대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또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우리나라도 일회용 플라스틱컵과 종이컵이 환경문제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카페 내에서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시켰다. 빨대 사용금지처럼 큰 타격을 주지는 않겠지만, 이 역시 일부 장애인들에게 큰 제약을 가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일부 뇌병변 장애인들이 전동휠체어에 부착된 컵홀더에 일회용 컵을 끼워넣고, 빨대로 그 음료를 마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커피숍 매장 안에서 커피를 마시려고 하는데, 그 매장에는 손잡이가 달린 머그만이 있다면, 그리고 컵홀더에 손잡이 달린 머그컵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매장 안에서 음료를 마시는 문제로 커피숍 직원과 실랑이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 싶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커피숍에서의 1회용 플라스틱컵과 종이컵 사용을 금지시키는 것의 근거가 되는 법률인데, 이 법률에는 장애인을 고려하라는 내용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몇몇 도시들의 빨대 금지 정책과 같이 정책입안시 장애인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Hitselberger가 칼럼에서 말하고 있듯이, 어쩌면 장애인을 완전한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보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조만간 우리나라도 미국와 EU가 추진하고 있듯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할 수도 있다. 그런 정책은 그 목적에 있어서는 정말 바람직한 것이고, 불편함을 야기하더라도 당연히 감수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책입안자들이 일회용 컵 사용 금지를 추진하며 장애인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듯이, 향후 빨대 사용금지를 추진하면서 장애인을 얼마나 고려할지 의문이다. 미국의 몇몇 도시들이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빨대 사용 금지 정책을 시행하여 빨대 없이는 음료를 마실 수 없는 장애인들을 차별하였듯이, 우리나라도 아무 생각 없이 특수한 필요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전면적인 빨대 사용 금지를 추진하진 않을지 걱정스럽다.

미국의 빨대 전면금지로 인해 고통 받게 되어 반발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살아가야하는 장애인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정책입안자들이 플라스틱 빨대에 관한 것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공익 실현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면서도 부디 장애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번쯤 진지하게 고려해주면 좋지 않을까.

 

참고 자료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posteverything/wp/2018/07/12/plastic-straw-bans-are-the-latest-policy-to-forget-the-disability-community/?utm_term=.f1bfd51739c7
http://time.com/5335955/plastic-straws-disabled/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847921.html
 

작성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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