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피할 수 있는 죽음과 그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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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4일 영국 잉글랜드 NHS는 “발달장애인 사망률 보고서(The Learning Disabilities Mortality Review (LeDeR) annual report)”를 발간했다. 이 조사는 2016년 7월 1일부터 2017년 11월 30일까지 발달장애 전문 간호사에 의해 보고된 1,311건의 발달장애인 사망을 분석하였다. 이들 중 27%는 아주 경한 발달장애인이었고, 33%는 중등도의 욕구가 있었고, 29%는 중증의 발달장애인이었고, 11%는 최중증이거나 복합 발달장애인이었다. 대부분의 양적 데이터는 1,311 사례를 분석한 것이고, 이 중 103 사례는 정밀 검토되었다.
103건에 대한 검토 사례 중 1/8인 13건은 피할 수 있는 죽음이었음이 밝혀졌다. 즉 보조인이 없이 목욕을 하다가 발작을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호흡기가 막혀 죽은 사례 등 지원의 지연, 서비스 사이의 공백, 지원서비스 자체의 구조적인 기능 미비, 방임이나 학대 등과 같은 요인에 의해 죽음을 당하고 있었다. 결국 사망한 발달장애인의 1/8은 제도미비나 사회서비스 실천 부족에 의해 죽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죽게 된 것이다. 외국의 경우이지만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크며, 영국보다 사회복지제도가 미비한 우리의 현실에서 발달장애인의 피할 수 있었던 사망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의 평균 사망 나이는 남성의 경우 59세, 여성의 경우 56세였다. 28% 정도는 50세 이전에 사망에 이르렀다. 우리의 경우 발달장애인의 사망 시 연령, 평균 수명 등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는 없다. 다만 2015년 12월 기준 등록장애인 현황을 기반으로 분석해 보면 전체 지적장애인 189,752명 중 18.2%인 34,519명만이 51세 이상이고, 특히 자폐성장애인 21,103명 중 0.1%인 29명만이 51세 이상인 점을 보면 발달장애인의 수명이 타 영역의 장애인 또는 비장애인의 수명에 비해 상당히 짧음을 유추할 수 있다.
영국은 실태조사에 따라 국가 권고안을 만들었으며, 대표적인 권고는 다음과 같다.
·지원제공자 또는 지원 기관 간에 협업을 강화하고, 정보공유를 확대하며,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하여야 한다.
·기관 간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적절한 시기에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보건과 사회서비스 간 전자기록의 통합을 추진하여야 한다.
·두 가지 이상의 장기적 지원 욕구가 있는 모든 발달장애인은 지역의 건강관리조정자(건강사례관리자)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의무적인 발달장애 인식개선교육이 발달장애인 및 그 가족과 연계하여 시행되어야 한다.
·폐렴이나 패혈증에 대한 예방, 진단, 초기 치료에 대한 인식을 고양할 수 있도록 국가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행동변화 뒤에 감춰진 신체적 또는 정신적 건강 원인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고 반드시 이를 체크하여야 한다.
·모든 개인의 통증이 다르게 경험됨을 이해한다.
·14세 이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매년 건강검진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영국의 보고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발달장애인의 피할 수 있는 죽음이 상당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가족에게만 맡길 수 없고 사회화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공감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자원의 한계로 인하여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피할 수 있는 죽음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촘촘한 사회서비스망과 의료서비스망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
첫째, 발달장애인 건강검진은 20세부터 의무화하고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는 만 40세부터 국민건강보험의 지원을 받아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영국의 데이터를 보나 우리의 현실을 보나 발달장애인의 노령화가 빠르기 때문에 건강검진 연령을 하향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체적 요인이 도전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건강 체크는 필수적이어야 한다. 영국의 도전적 행동은 발달장애인의 10~15%정도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20세에서 49세 사이에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 중 일부의 경우 부적절한 의료적 치료에 의한 통증에 따라 도전적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 것으로 입증되었다. 따라서 건강검진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발달장애인의 경우 특수학교에 다닐 때 까지는 학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있기 때문에, 졸업 후 사회에 나온 직후, 즉 20세부터 건강보험에 의해 또는 국고지원에 의해 건강검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둘째, 의료접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다른 조사(Heslop et al., 2013)에 따르면, 질이 떨어지는 건강서비스(healthcare)에 의해 건강불평등 및 피할 수 있는 사망이 발생하고 있다. 조사연구단의 조사에 따르면, 연구대상 중 29%는 피할 수 있는 원인에 의하여, 즉 양질의 건강서비스가 제공되었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수 있는 상황에서, 사망하였다. 일반 평균 9%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또 다른 연구인 Allerton and Emerson (2012)에 따르면, 만성질환 및 손상을 가진 영국 성인들 중 18%가 보건서비스(health service)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이에 비해 발달장애인은 40%가 보건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발달장애인들이 양질의 건강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다양한 장벽에는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동 수단의 부족,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 발달장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직원, 발달장애인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인식하는 데의 실패, 발달장애인에 대한 불안 또는 확신의 부족, 다른 분야의 돌봄 제공자들과의 협업 부족, 보호자 참여에 대한 허락 부족, 부적절한 추후 지원 등 다양한 요인이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장벽들을 제거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정책이 필요하다.
셋째, 국민연금 중 노령연금에 대한 수급 연령을 낮출 필요가 있다. 발달장애인들의 취업이 증가함에 따라 발달장애인이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잇다. 하지만 조기노령화에 따라 일찍 퇴직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을 수령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조기노령화에 의해 조기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은 55세이다. 그런데 55세 정도면 영국의 예에서 보듯이 평균 사망 연령에 이르게 된다. 결국 국민연금보험료를 충실히 납부하였는데도 제도의 미비로 인해 국민연금을 수령도 해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즉 취약하다고 여겨지는 발달장애인이 기여한 보험료가 잘 살고 오래 사는 비장애인들에게 흘러들어가는 매우 역진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40세 또는 그 이전부터라도 건강상의 이유로 퇴직을 하게 될 때 조기노령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근원적으로 일찍 사망하는 요인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아직 우리나라는 발달장애인의 평균 수명, 조기 노령화의 원인 및 사회적 요인 등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보다 근원적으로 이에 대한 실태분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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