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불씨이슈] wants아닌 needs로서 지원돼야 하는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관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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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ts아닌 needs로서 지원돼야 하는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관계성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영국의 대표적인 지적장애인 당사자 조직인 Mencap(2016)은 “우정과 관계는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삶에서 핵심적인 요소이다”고 강조했다. 이 문구를 접할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우리 사회는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개인적 그리고 성적 등 관계성에 얼마만큼 관심을 두고 있는가 그리고 관계를 촉진시키는 서비스가 존재하는가였다.
일반적으로 고용, 소득, 교육, 여가, 주거 등을 발달장애인의 생존과 자립에 반드시 필요한(needs)로 서비스로 인식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생겨나는 개별적, 사회적 관계는 원하는(wants) 서비스로 여기는 듯하다. 발달장애인의 대인관계나 성문제는 핵심적인 서비스로 주목받지 못하며 문제가 발생하면 논란이 됐다가 사그라지는 차원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이 누군가와 관계를 만들어가고, 유지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는 서비스 대상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관계란 무엇인가.
관계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이 일상에서 주도성을 확보하고 살아가려면 우선 다양한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장애인과 장애인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관계를 형성하고, 갈등을 극복하는 기회와 경험이 바탕이 될 때, 지역사회로의 참여가 가능하고 성공적인 통합도 기대할 수 있다. 미국의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자녀가 사회에서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건전한 관계(이성, 친구 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흔히 발달장애인 여성은 성학대에 취약하다고 여기며 인지적 특성을 주된 요인으로 꼽는다. 2017년 3월 초 춘천지역에 거주하는 지적장애여성을 지인이 성매매 업소에 넘기고, 성매매 업소의 관계자들은 지적장애여성의 연금을 강탈하고, 성폭행을 했으며, 집을 빼앗고, 개명을 하고, 강제로 불임수술까지 시도했다. 지적장애여성은 지적한계라는 장애특성 때문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었을까? 우리는 근본적인 이유를 관계성을 이해시키는 서비스 부재와 그로 인한 무지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만약 지적장애여성이 사회적, 개별적인 관계를 일상에서 배웠다면, 여러 부류의 인간에 대해 설명을 듣는 기회가 있었다면, 여러 명의 비장애인 친구가 있었다면, 그녀는 자신의 재산이나 몸에 대해 주도성을 가지고 대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장애특성을 이유로 책임을 온전히 개인의 몫으로 돌리고 사회에 면죄부를 준다면 이는 장애여성에게 너무 가혹하며, 사회는 비겁하다. 엄밀히 보면, 발달장애인이 겪게 되는 각종 학대(신체적, 정서적, 재정적 등 )의 문제도 결국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대하고, 판단하는 즉 개별적, 사회적인 관계성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발달장애인 피해자가 양산되는 많은 문제들은 사실 건전한 관계를 이해시키는 공적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거나 미흡한 수준이며 우리의 지독한 무관심에서 기인한다.
2016년 9월 영국 West Sussex 주의회는 성인 발달장애인의 사적 관계를 지원하는 정책을 제시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영국의 법률 정비와 관련이 깊다. 영국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각종 차별금지법들을 폐기하고 2010년에 평등법(Equality Act)을 새롭게 제정했으며, 평등법에서 가장 중시되는 원칙이 평등과 다양성이다. West Sussex는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원정책을 마련했으며 모든 서비스는 반드시 인간중심의 접근법에 기초할 것을 강조했다.
정책의 주요 목적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관계를 발달장애인들에게 잘 이해시키고, 건전하고 안전한 관계를 형성하게 해, 그들의 삶이 훨씬 풍요로워지게 하자는 것이다. 서비스 내용은 사람들과 친해지는 방법, 오랫동안 우정을 유지하는 방법, 피임, 안전한 섹스, 결혼, 부모가 된다는 것, 동성애, 성 도구 등에 관한 정보제공이다. 무엇보다 실천가들은 발달장애인의 성적 취향을 판단하거나 성 문제로 마지못해 대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로써 받아들일 것이 중시되고 있다. 또한 발달장애인에게 관계성에서의 권리와 책임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경받고 학대당하지 않아야 하며, 사적인 부분을 보장받고, 내가 모르거나 어려운 것은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듯이, 시민으로서 법을 지키고, 다른 사람의 권리와 생각을 존중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West Sussex의 정책은 사회적 관계가 발달장애인의 삶에서 필수적인 서비스이자 권리로 인정받아야 하며 세심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우리의 무관심과 서비스의 부재로 ‘외로워서, 날 믿어줘서, 내게 잘 대해줘서’ 누군가를 믿고 따르게 되지 않도록, 관계성(relationships)을 향상시키고 지속시키는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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