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기획이슈] 3개국 비교를 통한 우리나라 장차법의 나아갈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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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국 비교를 통한 우리나라 장차법의 나아갈 방향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2014 장애인실태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37.8%는 여전히 장애 때문에 본인이 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고, 72.6%는 우리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으며, 장차법을 알지 못한다는 응답자도 68.7%에 달하고 있다(김성희 외, 2014). 이에 따라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개정의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개정 사항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앞선 4개월 동안 우리나라 장차법의 한계를 살펴보고, 독일, 미국, 영국의 장애인차별금지 관련 법률들을 살펴보았다. 이번호에서는 세 국가의 법률들을 비교함으로써 우리나라 장차법의 개정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1. 3개국 비교
D&I 2017년 3월호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차법의 주요내용이면서도 한계점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은 장애차별에만 한정되어 있음에 따른 포괄성의 문제, 장애와 장애인 개념의 혼란,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차별금지 영역, 발달장애인 등이 배제되는 등 대상의 포괄성 부족, 권고수준에 머무는 강제성 부족과 이에 따른 실효성 부족, 엄격한 악의적 차별행위 조건에 따른 실효성 부족 등이다. 이에 따라 장애차별금지의 지향점, 장애정의, 차별유형, 차별금지의 영역, 권리구제기구, 권리구제의 특징적 수단 차원에서 독일, 미국, 영국을 비교하여 살펴보았다. 이에 따라 3개국을 비교하면 다음 표와 같다.
우선 독일의 경우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차별금지정책 안에서 장애인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장애인의 평등권을 구체화한 법은 두 개다. 우선 하나는 공적 영역에서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의무화할 것을 강조해 차별금지에 대한 노력이 국가 및 공적기관들로부터 선행돼야 함을 분명하게 명시한 ‘장애인평등법’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인종, 출신, 종교와 세계관, 연령, 장애 그리고 성적 정체성을 이유로 고용관계 영역뿐 아니라 사적영역의 거래에서의 차별금지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적 평등 대우법’이다. 특히 이 두 법은 모두 차별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평등을 지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장애의 정의는 보다 사회환경적 요인을 강조하고 있다. 장애인을 ‘오랜 기간 동안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또는 감각적인 침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이러한 침해가 인식 또는 환경에 근거한 장애물과의 상호작용으로 사회의 권리와 동등한 참여가 저해될 수 있는 자’로 규정함으로써, 손상뿐만 아니라 손상이 사회의 장애물과 상호작용하여 권리침해 및 동등한 참여가 저해될 수 있는 상황을 중시하고 있다.
차별의 유형은 직접 차별, 간접 차별, 괴롭힘, 성적 괴롭힘, 차별을 지시하거나 부추기는 행위로 규정되어 있다. 또한 차별금지영역은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건축과 기타 시설, 교통수단, 공학적 이용물, 정보처리 시스템, 음향 및 시각적 정보물과 의사소통 시설 및 기타 삶의 영역들에서 특별한 장벽이 없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접근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무장애물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사회참여와 자기결정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장애인의 이동권과 의사소통 및 정보접근권을 차별금지영역의 가장 근본적인 영역으로 보고 있다.
또한 차별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구제는 별도의 차별시정기구를 두지 않고 연방법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권리구제의 특징적인 수단으로써 대리소송과 단체소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미국장애인차별금지법(ADA)은 1964년 제정된 시민권법(Civil Rights Act)의 틀을 장애영역에 확장시켜 구체화한 것이다. 이 법은 인종, 민족, 출신 국가 그리고 소수 종교와 여성을 차별하는 것을 불법화시킨 미국 민권 법제화의 기념비적 법안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결국 차별금지의 대상에 장애가 빠져있었기 때문에 미국장애인차별금지법이 별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미국장애인차별금지법은 평등사회를 지향하기는 하지만 이의 수단으로 차별금지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개정된 미국장애인파별금지법에서는 장애를 ‘한 개인의 주요 삶의 활동의 하나 또는 그 이상을 상당히 제약하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손상, 그러한 손상의 기록, 그러한 손상이 있다고 여겨지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손상 상태뿐만 아니라 과거의 손상 상태도 장애로 보고 있고, 또한 의료적 판단에 의한 손상 규정 외에도 사회에 의해서 손상이 있다고 여겨지는 경우까지 확장함으로써 장애 범위를 상당히 확대하였다. 특히 손상여부를 판단할 때 보조 장치, 보조지원, 편의제공, 의학적 요법 등의 경감조치를 고려되지 않도록 하고, 6개월 이하의 일시적인 손상이 아니라면 가끔 발생하거나 차도가 있는 손상이더라도 일상에서 물건을 들어 올리는 것과 몸을 구부리는 것을 제한한다면 손상으로 인정하였다. 상당히 손상의 개념을 포괄적으로 확대 해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환경적 요인을 언급하지 않음에 따라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 한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손상을 가진 사람에 대해 사회 환경이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한 것이 차별이기 때문에 차별금지의 차원에서 보면 손상을 가진 사람만을 법의 적용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차별의 유형은 직접차별, 간접차별 등과 같이 한 조항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개별 차별의 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차별유형을 열거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용상의 차별금지 부분을 보면 적용대상이 되는 모든 사용자는 채용지원절차, 채용, 승진, 해고, 보수, 직무상 훈련, 기타 고용관계상 조건과 특권과 관련하여 장애를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구체적인 금지행위를 다음과 같이 나열하고 있다.: ① 채용지원자나 종업원을 채용기회나 지위에 불리하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제한하거나 분리하거나 분류하는 것, ② 직접 수행하지 않더라도 차별적 효과를 갖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관계를 맺는 것, ③ 차별적 효과가 있거나 동일한 통제 하에 있는 다른 사람에 대한 차별을 심화하는 효과를 야기하는 기준 등의 관리수단을 사용하는 것, ④ 장애인과 관련을 맺고 있다는 이유로 유자격자를 배제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동일한 고용기회나 편익을 거절하는 것, ⑤ 사업운영에 부당한 부담을 초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자격 장애인이 갖고 있다고 알려진 신체적․정신적 제약요소에 대하여 합리적인 편의(reasonable accommodation)를 제공하지 않거나 제공하지 않아서 초래되는 결과를 이유로 고용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 ⑥ 장애인을 배제하거나 배제하는 경향이 있는 자격기준, 시험 기타 선발기준을 담당직위의 직무와 관련되고 사업상의 필요와 부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하는 것, 또는 ⑦ 고용관련 시험을 선택하고 시행함에 있어서 시험결과가 당해 시험이 검증하려고 하는 개인의 자질을 나타내지 지각능력의 손상과 같은 장애가 시험결과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것 등이다. 이를 보면 직접차별, 간접차별, 편의제공의 거부 등 광범위한 유형을 차별로 보고 있다.
차별금지의 영역은 고용, 공공서비스(공교육, 고용, 교통, 여가, 보건/사회서비스, 법률, 선거참여 등 모든 서비스 프로그램), 민간이 운영하는 대중시설 및 서비스(식당, 매장, 호텔, 영화관, 사립학교, 병원, 공원, 운동장 등), 청각, 시각장애인의 전화와 방송 접근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모든 측면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애인 차별시정을 담당할 기구는 별도로 하나의 기구를 설립하지 않고, 차별의 영역별로 기존의 시정 기구가 담당하고 있다. 고용영역은 고용기회평등위원회(EEOC)가 담당하고 있으며, 교육은 시민권국과 특수교육재활서비스국이 연계해 감독하며, 교통은 교통부가, 주거는 주거도시개발부가 지원하고 있다. 정보통신은 연방정보통신위원회, 공공시설의 차별은 법무부, 투표권은 법무부 내 투표국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차별의 시정기구를 일원화하지 않고 주요 영역별로 기존의 기구들이 담당하게 한 것은 전문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차별을 비교적 전문적이고 엄격하게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권리구제의 특징적 수단으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있다. 고용주가 의도적으로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이 입증된다면 금전적 손해배상과 더불어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다.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은 민사적인 손해배상제도로, 일반적인 보상적 손해배상제도에 추가적으로 인정되는 특별한 유형이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이 항상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가해자가 고의적으로(intentionally), 악의적으로(maliciously), 매우 심각한(grossly reckless) 행위 등을 한 경우에 해당되며, 배상액 기준은 각 주에 따라 상이하다.
영국의 경우 1995년 장애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1999년 장애인권리위원회법을 만들어 장애권리위원회에서 차별시정을 담당하였었다. 하지만 다른 차별의 속성과 통합하고 보다 평등을 추구하고자, 2010년 평등법으로 통합되었고 평등인권위원회가 차별시정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평등법에 따르면, 장애인은 일상생활을 하는 능력에 ‘현저하고’, ‘장기적인’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손상이 있는 사람으로 정의되고 있다. 환경적 요인에 대한 고려는 없고 손상을 가진 사람을 장애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유형에는 직접차별, 간접차별, 결합차별 외에 장애특이적인 차별유형이 포함되어 있다. 장애로부터 발생하는 차별, 합리적 조정의무의 불이행 유형인데, 이 차별들은 장애인에 대한 적극적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까지 차별로 보는 의미가 있다. 이 외에 차별은 아니지만 금지행위에 괴롭힘, 보복적 불이익을 두고 있다. 차별금지의 영역은 직업, 교육, 결사체, 계약, 교통, 평등의 촉진, 합리적 조정, 임대주택의 개선 등이 포함된다.
차별시정기구로는 평등인권위원회가 있다. 이 위원회는 권고, 조사·구제, 교육·홍보의 기능을 모두 수행한다. 인권이나 평등 관련 입법의 준수를 강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강제조사권을 갖고 있다.
2. 우리나라에의 시사점
3개국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에의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독일과 영국에서 볼 수 있듯이, 차별이 아닌 평등의 관점에서 장애인의 동등한 삶의 권리 보장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노력과 의무들에 대한 조항들이 담긴 적극적인 장애인평등법으로 발전될 필요가 있다. 모든 차별의 요소 또는 영국에서 말하고 있는 보호되어야 할 속성을 모두 포괄하면서, 소극적인 차별의 금지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평등을 지향하는 인권법 또는 평등법으로의 전환이 바람직하겠지만, 아직 다른 분야의 경우 차별금지법도 만들어지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장애분야만 우선적이라도 평등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장애인평등법으로의 개정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미국이나 영국처럼 차별금지가 강한 목적일 경우 차별의 대상을 손상(impairment)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 맞다. 손상을 가진 사람의 사회의 구조와 문화에 의해 차별을 받게 되면 그 차별현상이 장애(disability)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처럼 차별금지와 더불어 평등을 추구하는 목적이 강해지면 장애정의는 손상에만 머무르기 보다는 사회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차별이나 억압까지 확대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 평등법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경우 현재 장애정의보다는 장애의 사회적 모델을 수용하여 환경과의 관계를 보다 강조할 필요가 있다.
셋째, 차별유형은 비교대상이 반드시 필요한 직접차별, 간접차별 외에 비교대상이 필요 없는 ‘장애로부터 발생하는 차별’ 유형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이 차별유형에는 적극적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차별로 인정하는 것이 포함되어야 한다. ‘장애로부터 발생하는 차별’은 영국의 입법례를 참조하여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A가 B의 장애의 결과로서 발생하는 것을 이유로 B를 불이익하게 대우하고, A가 그 대우가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 비례적인 수단임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의 차별.’ 결국 차별행위자가 장애인을 불이익하게 대우하고, 그 대우가 장애인의 장애의 결과로서 발생하고, 차별행위자가 그 대우가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 적절한 수단임을 증명할 수 없으면 차별로서 성립하게 된다.
또한 적극적 조치 중 접근권 보장을 못하는 것은 당연한 차별이고, 합리적 조정의 거부도 차별로 정의되어야 한다. 장애인권리협약에서도 ‘장애를 근거로 한 차별’을 ‘정치․경제․사회․문화․민간 분야 또는 기타 분야에서 다른 사람들과 대등하게 모든 인권 및 기본적 자유를 인정받거나 향유하거나 행사하는 것을 약화시키거나 무효화하는 목적이나 효과를 가지는, 장애를 근거로 한 어떤 구별, 배제, 또는 제한을 의미한다. 이것은 합리적 조정(또는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하는 것을 포함하여 모든 형태의 차별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합리적 조정의 거부도 차별의 한 종류로 규정하고 있다.
넷째, 독일, 영국의 경우 괴롭힘이 포함되어 있기는 했지만, 영국에서는 차별이 아닌 금지행위로 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괴롭힘 등 학대는 장애인복지법 등 개별 법령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분리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학대관련 조항은 장애인복지법과 추후 마련되어야 할 ‘장애인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다섯째, 시정 기구와 관련하여 독일과 영국처럼 통합적이고 포괄적이기 위해서는 다른 차별의 대상영역과 함께 묶는 방법이 바람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장애 민감성이나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처럼 개별 기구에서 조사 및 시정조치를 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시정기구로 활용하는 방법도 가능하고, 장애인인권위원회를 따로 설립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하지만 소극적인 차별금지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평등을 지향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인권위원회로 독립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강력한 권리구제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독립기구로 존재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수 있다.
여섯째, 현재보다는 강력한 권리구제 수단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의 사례 수는 적다고 하더라도 불법행위에 대한 억제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의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집합적 차별에 대해 모든 사람이 소송을 제기하는 비합리성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집단소송의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모든 국가들에서 강력한 조사권한이 존재했다.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보다 강력한 조사권한이 주어질 필요가 있다. 따라서 사법기관만큼은 아니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등 우리나라 행정기관 위원회의 조사권한 수준을 담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행정명령, 긴급조치 등 강력하고 실효적인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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