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보호를 위한 후견제도, 제도 남용과 관리 소홀로 논란의 대상이 되다
지난호 이슈정리
본문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 강화와 보호를 위한 후견제도
성년 후견인 제도 남용과 관리·감독 소홀로
논란의 대상이 되다
2013년 민법 개정을 통해 금치산과 한정치산을 폐지하고 장애인이나 노인 등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 법정 후견제도가 도입되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주장과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후견은 4가지로 구분된다.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경우 ‘성년후견’,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경우 ‘한정후견’, 일시적이거나 특정 사무에 후견이 필요한 경우 ‘특정 후견’, 계약을 통해 후견인을 선임하는 ‘임의후견’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장애인이나 노인 등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은 심판을 결정할 때 본인 의사를 고려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특정후견’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후견을 결정할 수 없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이러한 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에 접수된 K씨와 S씨 사례는 후견 선임 과정에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부모의 후견인 결정으로 결국 장애인 자녀의 꿈과 희망을 처참히 무너지는 사례를 보여준다.
자녀 보호를 위해 선임한 법적 후견인제도
결국 장애인 자녀의 꿈과 희망을 짓밟다
사회복지사의 꿈을 안고 사회복지 전문학사를 취득, 사회복지사 2급 자격 취득 조건을 갖추고 컴퓨터활용능력 2급 필기시험에 합격할 정도로 장애가 경한 K씨(지적장애)는 사회복지사 자격증 발급 신청과정에서 사회복지사의 꿈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놓였었다.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제 11조 2항)은 피성년후견 또는 피한정후견인은 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 과정에서 3건의 협박과 사기 피해 경험으로 불안했던 K씨의 모친은 2018년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청구, K씨는 피한정후견인이 되어 있었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진행된 후견 선임으로 사회복지사가 되려던 K씨는 꿈과 희망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봉착했었다. 다행히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도움으로 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결을 받고 한정후견을 종료할 수 있었다.
스스로 장애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S씨(지적, 뇌전증)는 10여 개 자격증을 소지할 정도의 능력자다. 미래를 위해 검도장 근무경력을 토대로 청소년 지도사, 스포츠지도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할 계획이었으나 피한정후견인으로 지정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충격에 빠졌다. 피한정후견인은 청소년 지도사나 스포츠지도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S씨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그동안 부모가 장애인 등록은 물론 한정후견이 개시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S씨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루어진 장애 등록과 피한정후견인 지정으로 현재 부모와의 갈등은 빚고 있으며 피한정후견지정 취소와 관련해 부모와 소송전까지 준비하는 상태에 있다.
K씨와 S씨의 경우처럼 법률 목적과는 달리 후견 선임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후견인을 선임, 장애인 당사자들의 꿈과 희망이 좌절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은 장애인 당사자들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토대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후견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타당할 것인가?
K씨와 S씨와 같은 경우도 있으나 인지장애로 사람과 사물을 구분하지 못하고 상황인지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 위험에 노출되는 최증증 장애인 또한 존재한다. 최중증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후견제도 폐지를 주장할 수만은 없다.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최중증 장애인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인을 대상으로 한 후견제도가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이 무시된 채 이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녀에 대한 불안과 걱정에 기인한 후견 선임, 그 위험성 인지 못해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불안과 걱정에 기인한다. 부모가 법적후견인으로 선임되어 성인이 된 자녀를 보호하겠다는 의도지만 후견 선임이 자녀의 꿈과 희망을 꺾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성년후견인이나 피한정후견인 되는 자녀는 본인이 희망하는 일을 할 기회도 얻지 못하고 일상생활에 여러 제약이 따르게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
또 이러한 불안은 자녀의 능력을 저평가해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후견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보호기능을 갖춘 ‘성년후견’, ‘한정후견’에 편중, 일상생활은 물론 일정한 사회생활도 가능한 자녀를 행위무능력자로 평가되는 피성년후견이나 피한정후견으로 만들고 있다.
실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간의 통계에 따르면 후견심판 41,901건 가운데 성년후견이 34,394건(82%), 한정후견이 4,016건(9%), 특정후견이 3,361건(8%), 임의후견 130건으로 압도적으로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이 많은 것을 보여준다.
이분화된 장애정도 구분, 법원 비전문가 발달장애 = 행위무능력자로 인식 우려
현행 장애정도 구분이 심한 장애와 심하지 않은 장애로 이분화되어 있는 것도 한몫한다. 본인의 의사표현이 가능한 다른 장애 유형과 달리 발달장애는 최중증은 물론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이 일정 정도 가능한 경우까지 모두 심한 장애로 분류되고 있다.
이로 인해 비전문가인 법원 실무자들은 발달장애인의 가능성이나 능력을 인정하고 이해하기 보다 행위무능력자로 인식, 특정후견이나 임의후견이 아닌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을 신청해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전적으로 법률에 근거한 심한 장애라는 사실과 무능력함을 증명하는 제출 서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일상생활이나 일정한 사회생활이 가능한 발달장애인도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심판 신청이 들어 오면 후견 심판절차에 돌입,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의사나 능력을 확인하지 못하고 피성년후견이나 피한정후견으로 내몰리는 구조에 있다.
장애유형별 소통방법 모르는 판사의 형식적인 의견청취
민법에서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본인의 의사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으나 후견 개시를 결정하는 판사들이 장애특성에 대한 이해나 장애인과 소통방법을 모르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질문 내용에 대한 이해 여부와 관계없이 ‘네’, ‘좋아요’라는 표현을 먼저하고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주위의 눈치를 보고 싫어도 ‘싫다’고 거부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특히 권력관계에 놓여 있는 보호자 앞에서는 더욱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장애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후견 개시 여부에 응답했다는 이유로 본인의 의사를 확인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장애특성에 대한 이해와 소통방법에 기초해 후견인이 무엇이고 후견인이 선임되면 장애인 당사자에게 어떤 피해가 발생하는지 설명이 뒤따르지 않는 의견청취는 형식적인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보장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후견 개시의 적절성을 결정하는 마지막 관문 에서조차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 형식적으로 진행 되는 현 상황은 장애인의 능력이나 의사와 관계없이 후견 개시를 요청한 사람들에 의해 좌우되고 특정후 견이나 임의후견이 아닌 성년후견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후견제도가 장애인의 보호와 자기결정권 보장이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성년후견제도의 폐지에 앞서 민법 개정은 물론 후견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
후견 선임 남용 해소 위한 피후견인의 피해 홍보 필요
우선, 부모들이 안심하고 장애인 자녀들을 양육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는 동시에 부모의 걱정과 불안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후견 선임을 남용하지 않도록 후견제도의 장단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후견제도가 장애인 자녀를 위한 보호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피성년후견이나 피한정후견 지정으로 인해 자녀들이 꿈과 희망이 포기하거나 미래를 설계할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특히 후견과 관련해 자녀와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해 결정하지 않으면 향후 자녀와 관계 소홀은 물론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후견 개시에 신중할 수 있도록 유도, 성년후견 유형에 편중된 후견을 특정후견이나 임의후견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원 내 전문가로 구성된 후견유형 사전심의위원회 설치
또 법원이 후견 신청자의 서류에 의존하지 않고 개별 장애인의 특성과 능력을 파악하고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를 토대로 적정한 후견유형을 사전 검토할 수 있는 장애인 전문가로 구성된 사전심의워윈회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비전문가인 법원 실무자가 아닌 장애인 전문가들을 각 가정법원에 배치, 후견 신청 대상인 장애인에 대한 서류 검토는 물론 직접 면담을 통해 장애인 당사자의 능력과 의사를 파악해 적정한 후견유형을 심의, 제안할 수 있도록 한다.
본인 의사확인을 위한 질문서 등 의사소통지원제도 마련
후견개시 심판을 하는 판사들에 장애특성에 대한 교육은 물론 장애인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장애 유형과 장애 정도를 고려한 의사소통 지원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UN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도 성년후견이나 대체의사결정시스템을 개별화된 지원을 확보해 장애인의 자주성, 의사, 선호도 등을 존중하는 지원의사결정제도로 전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후견제도에 대한 설명은 물론 피후견 지정으로 받게 되는 피해 등에 대해 충분한 정보제공은 물론 본인의 의사를 파악할 수 있는 질문서 등을 마련해 장애인 당사자들이 실질적인 의사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장애인 입장에서 쉬운 언어표현이 아닌 장애인 당사자들이 이해하고 인식할 수 있는 표현은 물론 당사자들 간에 통용되는 언어표현으로 정보제공 내용과 질문 내용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같이 성인을 대상으로 한 후견제도는 후견 신청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 이외에도 후견인의 권한 남용으로 인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침해나 후견인의 질적인 문제, 그리고 후견인의 권한 남용을 관리·감독할 후견 감독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피성년후견인과 피한정후견인을 각종 자격제도에서 제외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보장과 보호를 위해 민법 개정 서둘러야
금치산과 한정치산의 문제를 보완하고자 후견 제도로 전환한 민법이 올해 개정 10년을 맞았 다.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보장과 보호를 위해 민법이 개정되었지만 정작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 무시되거나 형식적으로 변질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장애는 소멸되지 않아 종료하고 싶어도 후견 종료 불가능
민법 11조와 14조의 후견 개시 원인 소멸 규정 폐지 해야
현재 민법 11조와 14조는 성년후견이나 한정후 견을 종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 개시 원인이 소멸된 경우 가정법원은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성년(한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 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해 성년(한정)후견종 료를 심판하도록 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후견을 종료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번 개시된 후견은 사실상 종료가 불가능하다.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 개시 원인은 법률 9조와 12조에서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장애가 소멸되지 않으면 후견은 종료되지 않는다.
K씨의 사례처럼 충분한 능력이 있고 본인이 후견을 원치 않아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제 3자에 의해 성년 또는 한정후견이 개시되었어도 한번 개시된 후견은 종료되지 않는다. 이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규정으로 민법 11조와 14조에 명시된 후견종료의 전제조건인 후견 개시 원인 소멸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
한정후견의 필요성 모호, 특정후견으로 충분히 대치 가능
한정후견 폐지 후성년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으로 구분 필요
현재 후견유형은 사무를 처리할 능력을 기준으로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으로 구분된다. 성년후견은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경우로 주로 최중증 장애인이 대상이 되며 법률 제 10조를 통해 최중증 장애인의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반면 한정후견은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결여된 경우로 법에서 규정하고 있으나 그 대상이 모호한 상태다. 또 한정후견인의 역할과 범위도 법률 제13조를 통해 한정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행위의 범위를 가정법원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특정후견인의 역할을 규정한 법률 제 14조 가정법원은 특정후견의 기간 또는 사무 범위를 정하도록 한 규정과 별 차이가 없다.
한정후견을 후견유형의 하나로 규정해 피한정후견인이 된 장애인들의 직업선택이나 자격증 취득 기회를 제한하지 않도록 한정후견을 폐지, 특정후견으로 대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후견 개시 기준인 사무를 처리할 능력 자의적 해석 가능
법률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에 대한 정의와 기준 규정해야
민법에서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후견 개시 심판 대상을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결여된 사람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경우 성년후견, 부족한 경우 한정후견, 일시적 또는 특정 사무에 관한 후원이 필요한 경우를 특정후견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법률 규정은 없다. 이로 인해 사무를 처리할 능력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판사는 자의적으로 해석해 후견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사실상 현행 민법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후견제도를 명확한 기준도 없이 판사 개개인의 자의적 판단에 의존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사무를 처리할 능력에 대한 정의와 기준을 법률로 규정, 후견 개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현행 민법은 법률 자체로도 모순을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의나 기준이 모호한 상태에 있다. 오히려 민법에 기초한 후견제도가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후견제도로 전환하려 했던 본래 취지인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보장과 최중증 장애인 보호를 위한 민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작성자이미정 편집장 cowalk100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