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복지법 전면 개정 촉구⋯ '강압적 치료에서 자립 지원으로'
당사자와 종사자의 의견 반영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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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국회 앞에서 정신건강복지법 전면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정신장애 당사자와 관련 단체들이 참석해 법 개정의 필요성과 함께 정신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사회적 지원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자회견은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서미화 의원,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공동주최하였으며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를 비롯한 20여 곳의 정신장애 연대 단체가 공동주관 및 후원으로 함께하였다.
정신장애인의 장애인복지법 적용을 제한하고 있던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2021년 12월 삭제되었다. 그러나 해당 조항 삭제는 걸림돌 하나를 제거한 것이라고 정신장애계는 말한다. 여전히 당사자의 욕구는 반영되지 못하고 있으며 정신질환에 관한 강압적인 치료는 이를 방증하고 있다.
△(왼쪽부터)김윤 의원, 남인순 의원, 김예지 의원에게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전달하는 신석철 소장
이에 오늘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신장애 당사자와 현장 종사자의 의견이 반영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과 개정지지 서명록을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개정안을 전달받은 의원들은 ‘개정안 통과를 위해 힘쓰겠다’고 입을 모았다.
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병원 내에서 발생하는 사고들은 사건이 발생할 때만 주목받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에 도달한 적은 없었다”며 정신건강복지법 전면 개정의 필요성과 취지에 관해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전 세계적으로 정신질환·정신장애를 다루는 관점은 변화되었으나 우리의 제도는 그에 비하면 너무나 뒤처져 있다. 오늘 전달하는 개정안은 각 조문들이 당사자의 삶에 밀접한 보탬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법안의 내용들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해주기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이어서 정제형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개정안의 내용에 대해 “지금껏 법안들이 개정되기는 했지만 지역사회 적응과 자립에 관한 서비스는 구축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가족의 부담이 높아지거나 다시 병원에 재입원하는 상황들이 발생했다”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당사자의 목소리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은 동료지원과 상담, 지지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보호의무자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강제입원을 자의입원으로 일원화하고 가족지원이나 당사자의 주간활동을 지원하는 내용들까지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윤 의원과 김예지 의원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취지에 깊게 공감하였다. 김 의원은 “정신질환자를 둘러싼 안타까운 현상들의 배경을 살펴보니 지역사회에 정신질환자를 지원하는 서비스가 부족했다는 것을 체감한다. 오늘 전달받은 개정안의 통과를 위해 의원으로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의지를 비추었다.
김예지 의원(국민의힘) 또한 “많은 사람들이 모인 이 자리가 큰 힘이 될 것 같다.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법안 통과를 위해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개정안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21대 국회에서도 개정을 위해서 힘썼지만 부분적으로만 반영되었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반영되지 못 한 것들, 새롭게 담긴 내용들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겠으며, 설령 어렵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 발언하는 장정희 회장(왼쪽), 이병범 사무총장(오른쪽)
장정희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서울지부 회장은 연대발언을 통해 “2016년 5월,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 침해 요소를 없애고 대상자들의 탈시설을 위한 법률이 탄생했다. 그러나 그 이후의 통계를 살펴보면 재입원율, 외래 방문율, 입·퇴원율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 더 이상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인해 정신질환자와 정신장애인들이 또 다른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꼭 개정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정신질환자와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에서 당당한 주체로 살 수 있도록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병범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사무총장도 연대발언을 통해 “정신장애인복지법이 만들어지고 산업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정신장애인의 삶이 더욱 팍팍해졌다.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던 정신질환자들이 시설과 병원에 수용되어야만 하는 현실로 바뀌었다”라며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된 이유에는 당사자를 보호해야 할 정책이 모호한 것이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당사자 지원 예산의 10% 정도만이 당사자를 위해 쓰이는 문제들이 현장에 있다. 나머지 90%가 모조리 인건비에 소진되는 것이다”라고 현실을 전했다. 이에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의원을 비롯해 당사자, 연대 단체들이 다 같이 합심하여 현실을 바꾸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를 비롯해 나도 끝까지 힘 쓰겠다”라고 다짐했다.
작성자동기욱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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