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서 릴레이 삭발투쟁
장애인 권리예산 확보를 위한 인수위 답변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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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경복궁역 릴레이 삭발 투쟁 현장 사진
설 연휴 전날인 2001년 1월 22일, 서울에 사는 아들을 보기 위해 전남에서 올라온 70대 장애인 부부가 4호선 오이도역에서 장애인 리프트를 타고 지상 역사로 올라가다 추락해 숨졌다. 리프트를 지탱하던 1cm의 쇠줄이 끊어지면서 부부는 7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참사를 계기로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본격화되었다. 누구든 안전하게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장애인들은 선로로 내려갔다. 휠체어를 쇠사슬로 묶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20년 전의 일이다.
세상도, 정권도, 이동권을 외치던 운동가들의 세월도 변했지만, 장애인의 몸에 걸려 있는 쇠사슬은 여전했다.
12일 오전 8시 경복궁역, 휠체어를 탄 2명의 장애인의 몸에 사다리가 걸쳐지고 쇠사슬이 감겼다. 분홍색으로 물들인 머리카락이 지하철 역사에 울려 퍼지는 구슬픈 노래에 맞춰 어깨 위로 한 줌씩 떨어졌다.
▲ 서울 경복궁역 릴레이 삭발 투쟁 현장 사진2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매일 오전 8시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릴레이 삭발투쟁을 10일째 이어오고 있다. 이번 삭발식에는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강현석 대표와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유진우 활동가가 참여했다.
주최 측은 장애인의 이동, 교육, 노동, 탈시설에 대한 권리예산 확보를 정치권에 요구하며 작년 12월부터 지하철 출근길 탑승 시위를 벌여왔다. 전장연의 한 관계자는 작년부터 장애인 권리예산을 요구해 왔지만, 대통령직인수위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반영하려는 의사조차 느껴지지 않아서 지하철 출근길 탑승 시위를 중단하고 이번 삭발투쟁을 이어나가게 되었음을 밝혔다.
▲ 서울 경복궁역 릴레이 삭발 투쟁 현장 사진3
삭발 결의식에 참석한 강현석 대표는 “장애인의 생존권,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은 20년 전, 30년 전에 머물러 있다”라며, “오늘 삭발식을 통해 결의를 다지고 장애인도 함께하는 사회, 누구나 차별 없는 사회를 반드시 만들 것”이라며 결의 소감을 밝혔다.
강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혐오 발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장애(障礙)’를 뜻하는 한자는 ‘막을 장’과 ‘거릴 낄 ‘애’ 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누가 누구의 길을 막고 있으며, 누구의 거리낌이 된다는 말입니까. 이 단어만 보면 이준석 대표야말로 그 한자 뜻대로 장애인이다. 장애인이 가야 할 길을 막고 거리끼게 하는 사람. 국민을 선동하고 갈라치기 하는 사람은 국민의 대표가 될 수 없다”라며 결의 발언을 이어나갔다.
삭발식을 마친 그는 "잘못된 편견과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보는 정치인의 작태가 제 머리카락이 깎인 것처럼 깎이길 바란다"며 자라날 머리처럼 편견과 차별이 해소될 날들도 성큼성큼 다가오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마무리하였다.
▲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유진우 활동가 삭발 모습
유진우 활동가는 이번 결의식을 위해 3년간 기른 머리를 삭발했다. 머리가 자신을 꾸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말한 그는 그만큼 장애인 권리예산을 보장하라는 게 단순한 외침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11살 때부터 목사가 되고 싶었던 그는 신학교에 진학했지만, 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17년간 꿈꿔온 목사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비장애인 중심의 커리큘럼을 이수하기 위해 발버둥 쳤고 사회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으나 비장애인 중심의 구조는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만 바라봤다.
그는 이번 결의식을 통해 다음과 같은 소회를 전했다. “저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외출을 못 했고,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 꿈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장애인은 이동할 수 없었고, 이동할 수 없기에 교육받지 못했고, 교육받지 못했기에 노동할 수 없었고, 노동할 수 없었기에 시설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이런 삶이 싫습니다. 아니, 다시는 이런 삶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법에 명시된 권리를 누리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 서울 경복궁역 릴레이 삭발 투쟁 현장 사진4
전장연은 장애인의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 4대 법안 제정과 23년 권리예산 반영에 대한 인수위의 책임 있는 답변 촉구를 위해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까지 매일 오전 8시 서울지하철 경복궁역에서 릴레이 삭발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작성자이은지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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