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주는 정신병원 말고 편하게 ‘쉴’ 수 있는 동료지원쉼터로” > 국내소식


“약 주는 정신병원 말고 편하게 ‘쉴’ 수 있는 동료지원쉼터로”

동료지원쉼터의 필요성 호소하는 정신장애인 당사자 100인 모여

본문

▲동료지원쉼터의 활성화를 위한 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하는 모습
 
‘동료지원쉼터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간담회’가 오늘 11일(월)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열렸다.
 
관악동료지원쉼터에서 주관하고 한국동료지원쉼터협회,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송파동료지원쉼터에서 주최한 이날 간담회는 쉼터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한 공유의 장을 마련하고 당사자가 원하는 위기 지원 및 쉼터의 지원 내용을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동료지원쉼터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모범사례로 소개하고 있는 정신건강 서비스 중 하나로 정신장애 당사자를 지역사회로부터의 소외와 분리를 방지하고 병원 입원 대신 편안한 장소에서 휴식과 회복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 위험한 상태로 가는 것을 예방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약 120여 명의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이 참여한 가운데 행사 1부는 관악동료지원쉼터의 운영방안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관악동료지원쉼터는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지난 8월 개소하여 운영 중인 곳으로 당사자가 정신적 고통이 심한 시기에 머무르며 온전히 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쉼터는 장애 등록여부와 관계 없이 정신적, 정서적 고통이 심하여 나만의 휴식시간이 필요한 당사자라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며 최대 2주간 머무를 수 있고 이용료는 없다. 쉼터는 단순히 숙식시설의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24시간 상담서비스, 오픈다이얼로그와 같은 대안적 서비스, 유사한 경험이 있는 동료로부터 상담을 받는 등의 활동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12월 11일을 기준으로 연간 송파동료지원쉼터 이용자는 19명, 관악동료지원쉼터 이용자는 10명으로 집계되었다. 두 곳 모두 평균 이용일은 약 9일가량이다.
 
행사 2부에서는 쉼터를 이용했거나 관심이 있는 당사자들이 라운드테이블을 구성해 ▲당사자의 위기경험과 쉼터 이용 경험, ▲당사자가 원하는 쉼터의 모습과 위기지원 방안, ▲쉼터 활성화를 위한 방안 및 정부 요구사항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당사자의 위기경험과 쉼터 이용 경험과 관련해서는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약물 중단이 위기로 전환된 경험’, ‘가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인한 갈등’, ‘8년동안 정신병원에 입원되었던 기간’, ‘대인관계의 어려움’, ‘군복무 및 직장생활 내 어려움’, ‘환청으로 인한 어려움’, ‘자살 충동의 어려움’ 등이 있었다.
 
이어 ▲당사자가 원하는 쉼터의 모습과 위기 지원 방안으로는 ‘당사자를 판단하지 않고, 편견 없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공간’, ‘당사자를 홀로 두지 않고 동료지원이나 오픈다이얼로그 등 다양한 지원이 있는 곳’, ‘스마트폰 이용방법 등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운동이 가능한 곳’, ‘당사자의 결정권이 우선적으로 지원되는 곳’, ‘거주기간이 2주 이상 장기간 보장되는 곳’, ‘강제입원을 막을 수 있는 곳’, ‘찜질방이나 pc방이 아닌 온전하게 쉴 수 있는 곳’, ‘동등한 수준의 동료지원을 받기 위한 동료지원지침 마련’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정신장애가 있는 딸을 둔 어머니는 “누구나 자신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다 갖고 있기 때문에 잠재능력을 키워낼 수 있도록 쉼터 정책을 발전시켜 아픈 경험을 보다 건강하게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동료지원쉼터의 필요성과 이용경험을 논의하는 모습
 
마지막으로 ▲쉼터 활성화를 위한 방안 및 정부 요구사항과 관련해서는 당사자들의 쉼터 이용 욕구에 비해 전국에 3개소밖에 되지 않는 현실에 아쉬워하며 ‘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근거 법령 마련과 예산 확대’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이 거론되었다. 이어 ‘쉼터 존재와 필요성에 대한 전국적 홍보’, ‘안정적인 공간 확보를 위한 공공운영 방안 모색’ 등이 제기되었다. 그 중 쉼터 이용 경험이 있는 한 당사는 “정부는 당사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병원이 아닌 쉼터에 예산을 더 주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2부 행사 진행을 맡은 이한결 송파동료지원쉼터 부센터장은 “자립생활주택과 지원주택이 도입됐을 당시 그 형태에 대한 논의가 중요했던 것처럼 동료지원쉼터도 마찬가지”라며 “어떻게 하면 당사자의 자기결정이 더 존중되고 병원과는 분명하게 차별성이 있는, 당사자가 희망하는 회복모형이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어 관악동료지원쉼터 정유석 부센터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많은 당사자들에게 쉼터에 대해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지역에서 당사자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며 자신의 쉼에 대해 주도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쉼터는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작성자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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