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진단을 이유로 한 우체국 보험가입 거부 행위 차별, 인권위 진정
우정사업본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차별 근절 대책 마련해야
본문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3개 단체는 1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실손보험 가입 거부 차별행위’에 대한 진정을
제기했다. ⓒ함께걸음
2023년 10월 18일 (수) 오전 11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비롯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정신과 진료 이력을 이유로 한 보험 가입 거부 차별 행위 진정 기자회견’을 진행하였다.
과거 우울증을 이유로, 현재는 성인 ADHD 약물 치료를 위해 정신과에 다니고 있는 A씨는 우체국 실비보험을 가입하기 위해 우체국 3개 지점을 방문했지만 ‘정신과 약을 복용하거나, 정신과에 다니면 가입이 아예 안된다’는 답변을 받고 보험 가입을 거절 당했다.
상담 과정에서 정신질환에 관한 기본적인 보험인수 기준이나 규정, 매뉴얼에 대해 따로 확인할 방법은 없었고, 완치 후 2년이 지나야만 심사 과정에 신청해볼 수 있다는 안내만을 받을 수 있었던 것.
A씨가 우체국에서 실손 의료보험 가입을 거부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한 차례, 올해 두 차례나 우체국으로부터 보험 가입을 같은 이유로 거절 당했다.
▲ 발언 중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미연 변호사 ⓒ함께걸음
진정인 A씨의 대리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미연 변호사는 “피진정인 우체국의 정신과 이력, 정신과 약물 복용, 정신과 이용 등을 이유로 한 피해자에 대한 실비보험 가입 거절행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호에 따라 명백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피진정인 우체국은 피해자에 대하여 실비보험 청약절차를 진행하여 인수하고, 정신과 이용 등을 이유로 실비보험 가입 등을 거부하는 관행 및 향후 유사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과 매뉴얼을 포함하는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고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 변호사는" 피진정인이자 우체국의 관리, 감독기관이라 할 수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우체국에 대하여 정신과 이용 중인 피보험자에 대한 인수업무 관련 내부 규정을 만들도로 권고하고, 그 이행여부를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동안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험가입 차별행위에 대해 많은 문제제기와 권고가 있었고 강선우 국회의원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발의(제69조 제4항)도 진행됐지만 여전히 이러한 차별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는 정신과에서 적극적으로 치료하면서 건강관리하는 자의 경우라면 보험가입이 제한되는 반면, 오히려 치료를 중단하거나 아예 치료받지 않는 자는 보험가입이 가능케하는 모순을 발생시키고 국민의 기본적인 정신건강 관리와도 연결되는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신중한 결정을 내려주길 당부했다.
▲ 발언 중인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투쟁조직위원회 이승주 위원 ⓒ함께걸음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투쟁조직위원회 이승주 위원은 "정신질환병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가입을 거부한다면 정신질화 당사자는 정글과 같은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에서 아무런 보호막 없이 놓이므로 가히 폭력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국가인권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피보험자의 의사능력을 이유로 상해보험가입을 불허하는 행위에 대해 유사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보험회사에 대한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권고한 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신질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고 인간 존엄이라는 가치를 보장받으며 살아가는 시대가 빨리 도래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투쟁조직위원회 이승주 위원
이어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서울지부 이설희 사무국장은 "남편이 조현병 진단을 받은 이후 보험 가입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심리사회적 어려움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이만으로 실비보험 가입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분명한 차별이며 보험사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심리사회적 어려움이 있는 당사자에게 보험 가입 과정에서 차별 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초기에 치료를 통해 사회 복귀가 충분히 가능한 사람들을 계속해서 거부하고 제한한다면 이후 사회적 비용과 인력 손실은 더 증가될 것이므로 문제점을 바로 인식하고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기자회견 전경 ⓒ함께걸음
피해당사자 A씨와 함께 공동 진정인으로 함께한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정신장애인의 열악한 건강권 보호 차원에서 실손의료보험 가입 장벽은 반드시 허물어져야 할 것”이라며 의지를 피력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치훈 인권정책국장은 “실손의료보험의 가입자 수는 2022년 말 기준 약4천만명으로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도 불리는데 정신장애인들은 이 보험가입의 문턱을 넘을 수 없는 높은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고 밝혔다.
또 “2019년 8월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단이 발간하는 ‘정신건강동향’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일반건강검진 수검률 46.1%는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전체 장애인에 비해서도 최하위권이며, 검진 판정 및 종합소견 현황에서 유질환자 및 질환의심 수치가 현저히 높아 정신장애인의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기술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렇듯 정신질환자와 정신장애인의 열악한 건강권 보호의 차원에서도 국가는 정신질환자의 실손의료보험 가입을 권장해야 마땅한데도 오히려 국가가 운영하는 우체국 실손의료보험의 가입 장벽을 허물지 않고 정신질환자와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계속 방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체국은 정신과 진단 및 치료 이력을 이유로 가입을 거절하였던 실손의료보험에 대하여 즉각 청약절차를 진행하여 인수할 것과 우체국보험 사업을 관할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우정사업본부장은 정신질환자 및 정신장애인에 대한 우체국 실손의료보험 가입 차별에 대하여 사과하고 구체적인 차별 근절 대책을 즉시 수립·시행할 것,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신질환자 및 정신장애인에 대하여 반복되고 있는 실손의료보험 가입 차별에 대하여 우정사업본부 및 금융감독원 등에 관리·감독의 책무를 강화하고 개선 계획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작성자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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