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사회로부터 배제·격리하는 치료감호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을 촉구한다.
성명서
본문
치료의 대상이 아닌 발달장애인들이 치료감호소에 갇혀 있다. 지난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적장애인이 범죄로 인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을 마쳤음에도 치료감호가 병과되어 11년이 넘게 치료감호소(국립법무병원)에 수용되어 있던 사례와 자폐성 장애인이 범죄로 인해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지만 3년이 넘도록 치료감호소에 수용되어 있던 사례를 통하여 법무부장관과 국립법무병원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한편 법원에 장애인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진정과 소송으로 대응한 결과는 당사자에게는 희소식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허탈함과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치료감호 종료심사에서 뚜렷한 이유도 없이 번번이 기각되어 11년, 그리고 3년 동안 갇혀 있던 발달장애인들이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진정과 소송을 제기하자 곧 심사를 통과하여 치료감호가 가종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긴 세월 동안은 왜 치료감호소에 가둬 두었던 것인가? 또 지금도 그곳에는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억울하게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현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는 도움을 요청하는 치료감호소 수용자들의 서신이 쇄도하고 있다.
사건 진행 과정에서 파악한 치료감호 자체의 문제점도 한 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특별히 발달장애인 대상의 치료감호의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을 구분 없이 치료감호에 처하고 있다. 치료감호법 제2조에서는 치료감호대상자로 형법 제10조에 따라 형을 감면하는‘심신장애인’을 치료감호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형법상의 개념인‘심신장애인’에는 치료 대상이 아닌 발달장애인이 포함되어 있어 치료 대상자 자체가 잘못 설정된 채 최장 15년까지 치료감호에 처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두 번째, 치료감호소의 치료 및 수용환경과 프로그램이 발달장애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과밀화되고 폐쇄적인 수용환경과 약물 투약 이외에 발달장애인을 고려한 프로그램이나 발달장애를 이해하는 의사와 전문인력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치료감호에 처하는 것은 발달장애인에게는 고문 행위나 다름없다.
세 번째, 치료감호 종료심사가 매우 형식적이고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 치료감호소 내 진료심의위원회와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에 발달장애인을 이해하거나 대변해 줄 수 있는 구성원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대면심사와 불복절차, 보조인 등의 절차적 보장 없이 짧은 시간에 많은 사건을 기계적·자의적으로 처리하는 치료감호 종료심사는 장애인의 방어권과 사법접근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치료감호소에 수용된 발달장애인이 법적으로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지만, 장애인을 배제하는 사회 환경과 장애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수사와 재판의 결과일 수 있다. 심신장애를 이유로 형을 감경해 주거나 면제해 준다면서 오히려 훨씬 더 긴 시간 동안 종기(終期)도 알 수 없는 치료감호에 처한다면 차라리 장애인들은 형을 감면해 주지 말아 달라고 탄원해야 할 지경이다. 치료의 대상이 아닌 발달장애인이 형기를 모두 복역하여 법적인 책임을 다했음에도 치료감호에 처하는 것은 장애를 이유로 자유를 박탈하고 사회와 격리하는 야만적인 처사이며 이는 장애인권리협약 14조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료감호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을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치료감호법을 개정하여 치료 대상이 아닌 발달장애인을 치료감호 대상에서 제외하라.
하나, 발달장애와 정신질환을 동시에 가진 치료감호 대상자가 있더라도 치료감호소 내의 치료와 수용환경, 처우를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맞게 개선하고 발달장애에 전문성이 있는 전문인력을 확충하라.
하나, 진료심의위원회와 치료감호심의위원회에 발달장애에 전문성이 있고 발달장애인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위원을 포함하고 대면심사와 불복절차, 보조인의 조력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라.
하나, 발달장애인 대상 치료감호 사례를 전수 조사하고 치료의 대상이 아니며 치료의 효과를 거둘 수 없는 발달장애인 수용자들의 치료감호를 즉각 중단하라.
2022년 2월 16일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작성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cowalk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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