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강박의 고리 끊겠다" 정신장애인 단체, 부천W진병원 사건 규탄 > 국내소식


"격리·강박의 고리 끊겠다" 정신장애인 단체, 부천W진병원 사건 규탄

부천시 보건소장과의 면담은 보건소장의 휴가로 인해 결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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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의대회 전경
 
지난 5월 27일, 부천W진병원에서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입원한 30대 여성이 입원 17일 만에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당시 피해자가 복통을 호소하며 배가 심하게 부풀었으나 병원 측은 당사자에게 진정제를 먹이고 오히려 결박하는 등의 조처를 했고 뒤늦게 응급조치를 시행했으나 결국 사망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가성 장 폐색이었다.
 
2022년 1월 춘천 정신병원 격리·강박 사망 사건, 2023년 11월 인천 정신병원에서 다인실에 격리·강박 된 당사자가 다른 환자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사건 등 정신병원 내 격리·강박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 수 차례 드러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근본적 원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이제는 관망하며 기다릴 수 없다는 것으로 장애인 단체의 목소리가 모였다.
 
이에 더 이상 이러한 피해의 고리를 끊고자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가 주관,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사)정신장애와인권파도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20여 곳의 정신장애 연대단체가 공동주최하여 지난 8월 9일 오전 부천W진병원 앞에서 W진병원 격리·강박 사망 사건 규탄 결의대회가 진행됐다.
 
△ 발언하는 신석철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상임대표
 
결의대회는 신석철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상임대표의 “최근 계속해서 격리·강박으로 인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며 “더 이상 꽃다운 목숨이 저무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여는 발언으로 시작됐다.
 
이날 참석한 피해자 유가족 어머니는 “슬프지만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나왔다”며 “우리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라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입원 전까지는 대학 조교 등 활발한 활동을 했던 딸이 입원 후 면회를 가니 걸음도 주체하지 못하고 말도 잘 못할 정도로 횡설수설한 모습이었다”며 투약된 약의 부작용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병원에 분노를 표출했다. 마지막으로 “이 슬픔과 억울함을 풀기 위해 도와주길 바란다”는 말로 사회의 관심과 정당한 처벌을 촉구했다.
 
△ 발언하는 반희성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투장조직위원회 위원장
 
반희성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투쟁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자신도 “조현병 당사자로서 격리·강박을 당했었던 10년 전의 경험은 지금도 정말 끔찍하게 남아있다”며 “이러한 방식은 당사자에게 치료보다는 증세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이야기하며 격리·강박의 위험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종욱 사단법인 늘봄 사무국장은 “최근 보도되는 정신장애인 사망사건은 우리나라 정신병원에서 자행되는 비인간적 방식을 보여준다”며 “오늘 우리는 부천W진병원 사건을 통해 나왔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 말했다. 이어 “당사자가 휴대전화 사용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사지를 묶고, 기저귀를 채운 뒤 격리·강박 속 홀로 죽어야 했던 인천 정신병원 사건을 보며 병원이 치료의 공간인지 돈 내고 처벌받는 곳인지 고민하게 만든다”며 이러한 사건이나 병원 내 관행에 대해 통계,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며 지적을 이었다.
 
정유석 한국동료지원쉼터협회 회장은 “병원이 목숨을 담보로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병원은 당사자에게 안전과 치유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를 위해 ‘감금 없는 정신보건을 위한 개혁’이 필요할 것이라 말했다.
 
△ 발언하는 김치훈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
 
김치훈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은 “책임 있는 자들이 책임지게 하도록 나왔다”며 “강박으로 인한 죽음은 사고가 아닌 사회적 타살”임을 밝혔다. 이어 오래 입원할수록 병원 측에 이익이 돌아가는 지금의 정신의료체계를 짚으며 이 같은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신병원 내 격리·강박으로 인한 사망 사건의 근본적 재발 방지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 말했다.
 
투쟁발언과 연대발언이 끝난 후 참석자들은 부천시 보건소를 향해 행진했다. 행진하는 동안 참석자들은 ‘격리·강박 금지’, ‘피의자 조사’, ‘격리·강박 시행한 병원 폐쇄 조치’, ‘격리·강박 관련 법 개선’, ‘사람 중심의 보건 의료 선포’를 외치며 지나가는 부천 시민들에게 힘을 함께 모아주기를 요청했다.
 
△ 부천시 보건소로 행진하는 모습
 
행진은 부천교육지원청 사거리 - 계남고가 사거리 - 먹거리 삼거리 - 소방서사거리 – 부흥로를 거쳐서 진행되었다.
 
부천시 보건소에 도착한 행렬은 예정되어 있던 부천시 보건소장과의 면담을 기대했지만, 보건소장은 여름휴가로 부재, 국장은 코로나 확진을 이유로 부재하여 팀장급 주무관과의 20분간의 짧은 면담 후에 나왔다.
 
이에 신석철 상임대표는 “코로나를 이유로 자리에 참석하지 않는 건 정말 말이 안 되는 것 같다”며 “약 한 달 동안 부천시 보건소 앞에 집회 신고를 해 놓았다”고 말했다.
 
결의대회는 보건소장이 업무에 복귀하는 19일 이후 재면담을 추진할 계획이다. 
작성자동기욱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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