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장애인 근로자, 장애 고려 없는 일방적 부서 이동 통보에 인권위 진정 제기
장애인 단체, 인권위에 노동 환경 차별금지에 관한 가이드라인 마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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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중앙혈액원이 신장장애를 가진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부서 이동을 통보했다. 이동된 부서는 무거운 짐을 옮기는 일이 많은 곳으로, 투석을 받아야 하는 신장장애 당사자에게는 매우 위험한 직무였다. 또한 근태가 자유롭지 않아 투석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되었다. 당사자는 회사 측에 부서 변경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혈액원은 이를 무시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당사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0조는 장애인에 대한 고용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제11조에서는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사용자에게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부서 이동 과정에서 신장장애의 특성을 고려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현재 당사자는 투석을 받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 개인 휴가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 사안을 두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혈액원이 당사자와 근로 조건에 대해 협의하지 않고, 비합리적이고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부서로 이동시킨 것은 장애인 차별이며 노동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이번 진정을 통해 당사자가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진정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당사자는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당사자는 “갑작스러운 부서 이동 통보를 받았는데 물품 입출고를 담당하는 부서라 너무 당황스러웠다. 직장을 그만두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라며 “투석을 받는 신장장애 당사자가 매일 무거운 짐을 옮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말 위험도가 크다. 부서 이동 중단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당사자가 이전에 근무한 부서는 근태가 비교적 유연해 투석 후 출근하는 일정으로 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충분한 논의 없이 이동 통보를 받은 것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당사자는 “지금은 이것도 나의 일이라 생각하며 수행하고 있지만,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일을 계속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하여 대책을 강구했다.
△ 왼쪽부터 조인영 변호사, 신우철 선임, 박점규 운영위원
신우철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선임은 연대 발언을 통해 “노동은 존엄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근로 조건을 얼마나 잘 마련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며, “장애인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근로 환경을 제공받는 것은 기본적인 권리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의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의 박점규 운영위원 또한 연대 발언에서 “직장갑질119에도 장애와 관련해 개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직무 배치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례가 자주 접수된다. 상호 협의를 통해 조율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며 “특히 이번 사건은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치훈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은 투석이 신장장애인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임을 강조하며, 적절한 협의 과정 없이 이루어진 일방적 부서 이동 통보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당사자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주말 근무에서 배제되었고, 병가와 휴가 사용 시 불필요한 질문을 받는 등 불이익을 겪었다. 이는 고용 차별이며, 이번 사건은 특정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장애인 근로자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이 사건이 단지 뉴스 한 꼭지로 끝나지 않고, 사회적인 담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작성자동기욱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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