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를 가장한 억압의 족쇄, 한정후견 종료 결정을 환영하며 후견제도의 전면개선을 촉구한다. > 국내소식


보호를 가장한 억압의 족쇄, 한정후견 종료 결정을 환영하며 후견제도의 전면개선을 촉구한다.

[성명]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24.11.22.)

본문

△ 2021년 10월 18일 후견인 선임 이유만으로 자격증 발급이 거부된 지적장애인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함
 
성 명 서
 
보호를 가장한 억압의 족쇄, 한정후견 종료 결정을 환영하며
후견제도의 전면개선을 촉구한다.
 
 
지난 11월 18일 서울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의사가 배제된 채 개시되어 죽지 않는 한 벗어날 수 없는 낙인 속에서 끝없는 절망을 겪어야만 했던 한정후견에 대해 이례적으로 종료 결정을 내렸다. 민법 제14조에 따르면 후견종료는 ‘후견 개시의 원인이 소멸된 경우’에만 가능하여 사실상 발달장애인의 경우, 지적장애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종료 결정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러한 현실을 비추어 보아 해당 종료 결정은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재확인한 중대한 판결로 평가된다.
 
소송 당사자 A씨는 2019년부터 본인에 대해 후견이 개시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였고, 2020년 한국사회복지사협회로부터 피한정후견인이므로 취득한 자격증을 교부받을 수 없다는 통지를 받고서야 후견개시 심판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의견 진술의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채 개시된 후견제도의 절차적 결함은 장애인을 독립적 인격체가 아닌, 단순히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하는 차별적 사고가 제도적으로 작동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해당 사건은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도입된 후견제도가 오히려 장애인의 권리와 자립, 잔존능력을 억압하는 족쇄로 작동할 수 있음을 극명히 드러냈다. A씨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배움에 대한 욕구와 꾸준한 노력으로 10여 개의 자격증을 취득하였으며, 학업과 직업을 유지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독립적인 책임을 다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의학적 기준에서 단지 지능지수와 과거의 진단 결과만으로 후견제도의 족쇄에 묶여 완전한 사회참여에 번번이 가로막혀야만 했다.
 
민법과 성년후견제도의 기본이념은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과 잔존능력을 최대한 존중하는 데 있다. 그러나 본 사건과 같이 현행 후견제도는 장애인의 일상을 제한하고, 당사자의 자립과 성장 가능성을 억누르는 기제로 작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후견제도의 이념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단순히 제도의 운영 상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배제가 제도적 차원에서 구조적으로 내재 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본 판결은 장애인이 자신의 의사와 삶의 능력을 입증하여 한정후견을 종료한 극히 드문 사례다. 그러나 이는 더 이상 예외적인 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후견제도가 장애인을 위한 '보호'라는 이름 아래 그들의 삶을 제한하는 도구로 작용하는 한, 우리는 여전히 제도의 본질적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후견제도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권고하듯이 장애인의 의사결정을 대체하는 현재의 체계에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보다 인권적인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이에 우리는 장애인의 삶과 권리를 억압하는 후견제도의 전면개선을 강력히 요구한다. 장애인 스스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엄과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차별과 배제가 없는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후견제도의 운영 방향과 본질적 목적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강력히 촉구한다.
 
 
2024. 11. 22.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상기 내용은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작성 및 배포한 성명서 원문입니다. 
작성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cowalk100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