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의회의 예산 20% 삭감 논의, ‘예산 삭감은 시대를 역행하는 결정'
정신장애 연대 단체, 서울시 의회 앞에서 기자회견 열어, 삭발식 등 퍼포먼스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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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5일(목), 서울시의회 회관 앞에서 서울시 정신질환자자립생활센터의 2025년 예산 삭감에 반대하고 예산 복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번 기자회견은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경기동료지원센터가 공동 주관했으며, 센터 관계자, 활동가, 전문가 등 다양한 이들이 참석해 삭감된 예산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서울시의회가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정신질환자자립생활센터는 정신질환자의 자립과 지역사회 적응을 돕는 공공서비스 기관이다. 이 센터들은 동료 상담, 자조 모임, 권리 옹호 활동 등을 통해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2025년 서울시 예산안에서 약 20%의 삭감이 논의되고 있어 센터 운영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신질환자자립생활센터 예산 삭감 논의는 전례가 있다. 지난 2023년 서울시는 정신질환자자립생활센터의 예산을 50%(2023년 5억 2천만 원→ 2024년 2억 7천만 원) 삭감하려 했으나, 센터와 활동가들의 강력한 항의로 복원된 바 있다. 그러나 2025년 예산안에서 다시 삭감이 논의되었으며, 이번에는 약 20%의 예산 감소로, 이는 서울시 소재의 센터에 각 1억 원가량의 예산 축소가 예상된다.
△ 기자회견 전경
정신장애계는 예산삭감이 센터의 운영 및 인력 유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정신질환자들의 자립 지원과 지역사회 통합을 방해하는 조치로 지적했다. 부민주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센터장은 예산이 20%가량 삭감되었을 때 센터에 있을 타격을 언급했다. 부 센터장은 “현재 우리 (마포)센터의 근로자가 총 13명인데 20% 예산 삭감이 된다면, 당장 6명을 해고해야 하며, 유지비 또한 축소되기 때문에 건물도 더욱 값싼 곳으로 이전해야 할 것이고, 우리가 해왔던 사업들의 상당 부분이 축소 또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정신질환자 자립생활지원센터는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당사자의 자립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필수적 사회 안전망"이라고 강조하며, 예산 복원을 강력히 요구했다.
△ 발언하는 부민주 센터장(왼쪽), 반희성 센터장(오른쪽)
투쟁발언에서 반희성 소장은 의회가 말하는 예산 삭감의 주된 이유인 ‘자립에 관한 실적 문제’에 대해 “자립생활지원센터는 단순히 실적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공간”이라며, “자조 모임, 각종 행사, 동료지원을 통해 지역사회 내 당사자들의 고립을 줄이고, 권리 옹호와 자립을 지원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의회를 향해 “단지 실적 줄 세우기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당사자가 누릴 귀중한 공간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지 말아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 발언하는 이돈현 활동가(왼쪽), 김재완 활동가(오른쪽)
이돈현 송파정신장애인동료지원센터 활동가는 “정신질환자를 치료 관점만이 아닌, 사회 참여를 생각한다면 예산을 줄일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려야 할 것인데 삭감 소식은 당사자이자 활동가로서 정말 좌절스럽고 실망하게 되는 결정이다”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김재완 활동가 역시 “활동가로서 자립생활과 관련해 한 번도 허투루 일한 적 없고, 우리 모두가 그렇게 열심히 당사자의 자립을 위해 일해 왔다. 만약 예산이 삭감되고, 이로 인해 지역사회 적응 체계가 무너진다면 정신병원 퇴원 후 당사자의 지역사회 적응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치훈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은 “예산 삭감은 단지 숫자가 줄어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립을 꿈꾸는 당사자의 의지조차 꺾게 될 것”이라며 “우리 사회 많은 당사자들이 병원과 시설로 내몰리거나 고립 속에 방치되고 있다. 자립생활센터는 생존과 삶에 있어 최소한의 조건이며, 예산 삭감은 시대를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 발언하는 전정식 소장(왼쪽), 김치훈 소장(오른쪽)
전정식 새날동대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현재 정신질환을 둘러싼 지원체계와 공간은 다른 곳들에 비해 상당히 부족하며, 때문에 지역사회 내 정신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센터가 더더욱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장애인 지원 체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며, 오히려 예산을 확대하고 센터를 늘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정신질환자의 자립은 단순한 실적이 아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권리와 직결된다”며 서울시의회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추가 활동과 의회와의 면담 등을 통해 예산 복원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의지를 다졌으며 삭발식 또한 진행했다.
△ 삭발하는 신석철 소장
작성자동기욱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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