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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으로 지키는 누군가의 인권’... 탄원편지로 이루는 국제연대

전장연 박경석 대표, ‘편지쓰기 캠페인’ 사례자로 선정돼

본문

 
사회에 필요한 목소리를 전하다 위험에 처하거나 구속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전 세계의 시민들이 탄원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쓴다.
 
올해 23주년을 맞은 ‘인권을 위한 편지쓰기(Write for Rights)’ 캠페인은 국제앰네스티에서 주관하는 글로벌 인권 캠페인으로 200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에서 1,000여만 명이 참여한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한국에서도 매년 4만여 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이 캠페인을 통해 인권옹호 활동을 하다 위험헤 처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고, 감옥에서 석방했으며 법을 바꾸기도 했다’고 밝혔다.
 
올해 편지쓰기 캠페인 사례자는 총 9명으로 그 중 앰네스티 한국지부에서는 5명의 인권 옹호자들에 집중하여 편지쓰기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먼저 소셜미디어 틱톡 라이브에서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징역 2년 형을 받고 감옥에 갇힌 ▲앙골라의 안나 다 실마 미겔(활동명: 네스 나하라)이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앙골라 정부는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모욕’하는 것을 억압하기 위해 형법 제333조를 이용하고 있고 해당 법은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규모 시위를 열었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통과되었다. 이에 따라 본 캠페인에서는 앙골라 대통령에 대해 ‘네스 나하라를 즉각, 조건 없이 석방할 것’과 ‘필요한 모든 의료적 지원을 제공할 것’을 탄원하는 편지를 작성하고 있다.
 
두 번째 사례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 인권을 지지하는 SNS 게시물을 올렸다는 이유로 징역 11년을 선고받은 ▲마나헬 알 오타이비다. 마나헬은 여성 인권 옹호자로 SNS를 통해 자국 여성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촉구하는 활동을 해왔으나 2022년 11월 16일 ‘사이버 범죄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었다. 여성 권리를 옹호하는 트윗의 내용과 긴 소매로 몸을 가리는 여성용 전통 의상(아바야)을 입지 않고 쇼핑몰에 간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였다. 마나헬의 가족에 따르면 ‘마나헬은 현재 독방에 수감되어 심한 폭행으로 인해 다리가 부러졌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이에 대해 본 캠페인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법무부장관에 대해 ‘마나헬의 즉각적인 석방’과 ‘마나헬의 모든 혐의를 취하할 것’을 촉구한다.
 
세 번째 사례자는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누명을 쓰고 투옥된 베트남의 환경변호사 ▲당딘박이다. 당딘박 변호사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법과 정책연구센터(LPSD)’를 운영하며 베트남에서 최초로 정부와 기업의 환경 오염 및 공중 보건 권리 침해 행위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해왔다. 그러던 중 탈세 혐의로 기소되었고 재판 끝에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검사는 탈세의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고 법원은 당딘박의 변론을 듣지 않아 유엔 전문가는 이 재판이 불공정한 재판이었다고 판단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2021년 이래 최소 5명의 환경보호 활동가들이 탈세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이는 정부에 환경보호를 요구하는 이들의 활동을 억압하기 위한 베트남 정부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베트남 주석에 대해 당딘박 변호사를 ‘즉각, 조건없이 석방’하고 ‘모든 고문과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 필요한 의료적 지원을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네 번째 사례자는 의사표현의 자유 보장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납치를 당하여 징역 11년 형을 선고받은 벨라루스의 ▲마리야이다. 마리야는 벨라루스에서 야당 후보로 2020년 8월 대선에 출마하여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 시위의 자유가 심각하게 억압되는 벨라루스에서 변화를 촉구하였다. 그러나 선거 결과를 조작했다고 밝혀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여섯 번째 임기를 시작하며 2020년 9월 벨라루스 당국은 마리야를 납치하고 벨라루스를 떠나라고 협박하고 위협했다. 마리야는 ‘국가 안보 위협’과 ‘정치적 극단주의’ 등의 혐의로 징역 11년 형을 선고 받았으며 1년이 넘도록 마리야의 소식을 누구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벨라루스 외교부 장관을 대상으로 마리야에 대한 즉각 석방과 부당한 유죄 판결을 취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마지막 사례자는 대한민국의 ▲박경석 대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박경석 대표는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예산 증액을 촉구하며 출근길에 지하철을 휠체어로 타고 내리는 집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경찰과 서울시는 시위를 제지하기 위해 강제로 활동가들을 역 밖으로 끌어내렸고 서울시는 박경석 대표에게 여러차례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본 캠페인에서는 서울특별시장에 대해 ‘박경석과 전장연 활동가들에 대한 불법적인 강제 조치를 중단하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할 것’, ‘박경석과 전장연 활동가들에 대해 제기된 모든 소송을 취하할 것’, ‘박경석과 전장연에 대한 언론을 통한 비방을 중단할 것’ 등의 내용으로 탄원 편지를 작성한다.
 
지난 12월 6일에는 시민들이 모여 함께 탄원편지를 작성하는 '레터나잇' 행사가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열리기도 했다. 행사장에는 편지쓰기 사례자별로 방을 만들어 각자의 이야기와 탄원 편지 내용의 예시가 적힌 편지지들을 배치해놓기도 했다.
 
또 이날 오후 6시부터 진행된 메인행사에서는 청년기후긴급행동 강은빈 대표가 참여해 베트남에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두산중공업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두산중공업 건물에 녹색 스프레이를 뿌렸던 행동이 원심에서 재물손괴로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대법원에서 이 행위를 재물손괴가 아닌 표현의 자유로 판단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강 대표는 "편지쓰기 캠페인의 당딘박 사례자의 투쟁과 우리의 활동이 연결되어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박경석 대표가 편지쓰기 사례자로서 직접 행사에 참여해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 투쟁해왔던 기록과 역사를 시민들과 함께 나누기도 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는 “1961년 투옥되고, 고문당하고, 처형되는 사람들을 위한 탄원에서 시작된 편지쓰기 캠페인은 이제 200개국 약 450만 통 규모로 성장했다”며, “우리 모두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편지는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강력한 응원과 연대가 된다. 이러한 연대가 모이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참여를 촉구했다.
 
편지쓰기 캠페인은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홈페이지(https://amnesty.or.kr/involved/online-action/)를 통해서도 참여할 수 있다. 
작성자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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