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장애인 고령화의 실태 및 대안
지금, 싱가포르는
본문
기대수명 증가로 인한 전세계적인 고령화 현상은 한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의 경제부국인 싱가폴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였다. 싱가폴의 2017년 노인인구 비율은 13.0%로 고령사회에 근접하였으며, 2030년에는 22.1%에 달하여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장애인 고령화 역시 심화하여 고령 장애인의 증가한 돌봄 수요가 주요한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장애 노인은 크게 65세 이전에 이미 장애를 입은 상태에서 노인이 된 고령 장애인(aging with disability)과 이와 반대로 노화 또는 노인성 질병으로 인해 65세 이후에 장애인이 된 노인성 장애(disability with aging)로 구분되는데, 장애인의 고령화는 노인성 장애의 속도와 규모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고령 장애인 역시 장애인의 조기 노화와 관련된 경제적 지원 필요 및 돌봄 요구의 증가와 같이 대응이 필요한 구체적인 이슈가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싱가폴이 기존의 장기요양제도를 보편적, 포괄적인 사회제도로 개편하며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에 대응하고 있으므로 이를 중심으로 싱가폴이 어떻게 장애인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할 수 있으며 실질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실현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 출처 : Eldershield Review Committee Report ]
싱가폴 보건부(Ministry of Heaty)는 2018년 기존에 장기 돌봄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을 위한 요양보험인 엘거방어 제도(ElderShield Disability Insurance Scheme) 개편을 위한 개편위원회를 조직하고 위원회의 권고안에 따라 2020년 기존의 엘더쉴드를 대체하는 새로운 장기요양보험 제도인 케어쉴드 제도(Careshield Life)를 도입하였다. 제도 개편의 주요 배경은 급격한 고령화와 이로 인한 고령 중증장애인의 증가이다. 싱가폴은 2018년 기준 20~64세 생산가능인구 4.4명이 고령 인구 1명을 부양하고 있고, 고령 인구 증가세가 계속된다면 2030년에는 생산가능인구 2.4명이 고령 인구 1명을 부양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MOH는 65세의 건강한 싱가폴 사람 중 절반이 중증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추산한다. 또한, 60세 여성은 평균 약 26년 더 살며, 생존 기간 중 8년 동안 장애를 가지고 생활하게 된다. 남성의 경우 60세에서 평균 22년을 더 살며 이 기간에 3년간 장애를 가지고 보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싱가폴 인구의 상당수가 노년기에 장애를 갖게 되며,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기간이 점점 길어질 것을 의미한다.
엘더쉴드 제도(Elder Shield Disability Insurance Scheme)는 일상 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 및 장기요양을 요하는 노년기를 위한 장기보험제도로 2002년에 도입되었다. 도입 초기부터 현재까지 민영보험회사 세 곳에서 자금을 운영하였고, 2019년 기준 가입자는 130만 명으로 가입률이 20% 정도로 높지 않았다. 더욱이 높은 가입연령과 짧은 보장 기간으로, 증가하는 노인 장애인의 생존 기간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보장금액도 상대적으로 낮다. 특히 민간보험이 대리 운영함으로써 보험재정의 안정성과 공공성이 보장되지 않았다.
이에 싱가폴 정부는 기존의 민영보험이었던 엘더쉴드를 국유화하는 한편 엘더쉴드를 대체할 새로운 장기보험제도로 케어쉴드 라이프(Care shield Life)를 2020년 10월부터 도입하였다. 케어쉴드 라이프는 의무가입보험으로 30세로 의무가입 연령을 낮추고 보장금액을 높이는 한편, 보장 기간의 제한을 폐지하는 등 미래의 증가 되는 고령장애인의 돌봄 욕구에 부합할 수 있도록 재정비되었다.
[ 출처: 싱가포르 Ministry of Health, strait times ]
이러한 사회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싱가폴 정부는 장기요양보험을 개편하는 한편, 2019년 10월부터는 영구적 중증장애인의 지역사회 돌봄을 위하여 새로운 Home Caregiving Grant(HCG)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 제도는 기존의 Foreign Domestic Worker(FDW) Grant를 대체하는 자산조사 기반의 돌봄 수당이다. 1인당 가구소득 그대로 S$ 2,800(한화 약 240만원) 이하이며 장기적 돌봄 요구가 있는 중증장애인(수급자격은 케어쉴드와 동일이라면 연령에 관계없이 매월 S$ 200(한화 약 16만원)의 돌봄 수당을 지원받는다.
이는 기존의 보편적, 저보장 제도였던 FDW를 선별적, 고보장 제도로 개편한 것으로 매월 S$ 200(한화 약 16만원)의 지원금액은 언뜻 보아 크지 않을 수 있으나 싱가폴의 가정에서 가사보조원으로 근로하는 해외 이주노동자의 월 급여가 S$ 500-600인 것을 감안하면(COVID-19로 현재는 비용이 상승됨) 해당 가구의 돌봄 비용의 1/3을 지원하는 것이다. 고보장의 보편적 사회보험은 언제나 재원 마련과 보장 수준의 지속성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싱가폴은 개인 분담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개인의 메디세이브(Medi-Save) 계좌(싱가폴 의료보험)에서 케어쉴드 보험료를 납입 대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여러 가지 보완책에도 불구하고 복지제도를 포함한 모든 사회제도는 각각의 한계와 사각지대를 필연적으로 가지고 있다.
싱가폴 역시 새롭게 도입한 장기요양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메디세이브 적립금을 이용한 케어쉴드 보험료 대체납부 및 메디세이브 계좌에서 돌봄 비용 인출을 허용하는 제도는 의료서비스(외래진료 등)에 대한 보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또한 COVID-19의 영향으로 해외노동자 유입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노령장애인의 지역사회 돌봄 비용의 상승, 돌봄의 공백이 발생하는 등 노동구조의 변화 역시 현재의 제도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싱가폴은 고령 장애인을 위한 소득보장 및 돌봄 지원 정책과 함께 고령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정책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데, 높은 주택보급률, 돌봄 노동 영역에서의 해외 이주노동자의 적극적인 활용, 장애인의 이동권과 안전을 보장하는 공공 인프라 및 장애인에 대한 국민 의식이 그것이다. 특히, 싱가폴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비단 장애인 친화적인 공공시설물과 같은 물리적 환경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장애인을 돕는 직원과 시민, 이들이 안전하게 탑승할 때까지 불편한 기색조차 내비치지 않는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모습은 제도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장애인 정책의 기본을 보여주는 듯하다. 고령 장애인의 복리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를 뒷받침해 주는 이와 같은 환경은 싱가폴이 장애 고령화에 대응할 수 있게 하는 무형의 제도일 것이다.
작성자김수련/사회복지사, 싱가폴 거주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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