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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사법접근권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

[인터뷰] 미국 장애인 형사사법센터 리앤 맥킹슬리 국장

본문

지난 8월 7일(월)부터 11일(금)까지 닷새간 부산 벡스코에서 2023 부산세계장애인대회가 개최되었다.
‘지구촌 대전환, 그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한 이번 대회에서는 전 세계에서 장애 관련 주요 인사들과 국제기구 및 단체들이 참여하여 다양한 주제로 장애 관련 사안들에 대해 토의하였다.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장애인의 사법접근권 보장을 위한 실천 현장의 사례를 공유하고 국내 장애인 사법접근권 보장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장애인 인권과 사법’ 병행세션을 개최하였다.
 
국내외에서 장애인의 사법접근권을 신장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발표 내용 중 미국에서 법무부와 협업하여 경찰 등 사법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실전훈련을 펼치고 있는 리앤 맥킹슬리(Leigh Anne Mckingsley) 미국 장애인 형사사법센터(National Center on Criminal Justice and Disability, NCCJD) 국장의 사례를 가장 눈여겨보았다.
 
미국 장애인 형사사법센터는 2013년에 미국 법무부와 발달장애인 단체 The Arc가 함께 설립한 센터로 형사사법 시스템과 발달장애라고 하는 교차점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피의자, 피해자 신분과 관계없이 모든 발달장애인이 형사사법 시스템 안에서 편의지원을 받도록, 그리고 경찰 등 관계자들이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함께걸음>은 리앤 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발자취와 구체적인 활동 내용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 중인 리앤 맥킹슬리 NCCJD 국장
 
 
리앤 맥킹슬리는 미국 장애인 형사사법센터(NCCJD)의 국장이자 미국의 가장 오래된 발달장애인 기관 The Arc의 수석이사이기도 하다. 또, 미국 법무부 산하 범죄피해자 교육 및 기술지원센터 고문으로서 1994년부터 현재까지 약 30년 가까이 형사사법 체계 내에 있는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특히 경찰, 변호사 등 사법집행관들이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교육 및 훈련 커리큘럼, 가이드북 등을 제작하였으며 미국 전역에서 발달장애인의 사법접근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재원 조달, 연구 및 정책 개발 등에 참여하고 있다.
 
Q. 언제부터 장애인 사법접근권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A. 어린 시절,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어 그 원인과 시스템에 주목하며 자라왔다. 처음엔 나와 비슷한 일을 경험한 사람들을 돕고자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되었고 우연히 교도소 내 과밀수용 문제를 인식하게 됐다. 1994년에 The Arc에서 일하면서 경찰관들에게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알려주기 위한 자료를 만들고 이후 경찰관들을 훈련하는 커리큘럼도 만들어나갔다.
 
Q. 경찰에 대한 훈련은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지.
A. 훈련에서는 다양한 상황을 제시하고 토론한다. 예를 들어, 장애당사자들이 함께 사는 그룹홈에 여러 행동 이슈로 경찰에 신고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찰들은 그룹홈에서 신고해도 ‘그건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알아서 해결하라’는 태도를 많이 취한다. 그러나 그룹홈, 경찰, 장애당사자, 부모, 사회복지사 등의 입장과 필요한 지원들이 다 다르기에 충분히 토의하고 기록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 기록은 상급기관으로 전달되어 향후 사업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며 예산을 조정하기도 한다.
 
 
↑ 사법접근 지원모델(자료제공. NCCJD)
 
 
Q. 경찰에 대한 훈련과정에서 꼭 지켜야 하는 원칙이 있다면.
A. 우리는 실전 훈련이 시작되기 6개월 전에 지역사회 안에서 경찰, 변호사, 장애당사자, 당사자 지원단체 등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장애 대응팀(Disability Response Team(DRT)’을 만든다.
 
이 팀을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원칙은 ‘힘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쉽게 말해, 경찰이든 장애인 단체든 어떤 한 곳이 더 많은 목소리를 내거나 특권을 누리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이 우리 센터의 역할이다. 보통 경찰들은 그들의 일정에 맞추어서 그들끼리만 교육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우리 단체는 이 원칙만은 반드시 고수한다. 훈련과정에서도, 실전에서도 그들은 그들끼리 존재하지 않고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거듭 설명한다. 단 며칠의 훈련을 위해 공들여 사전 팀 작업을 하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는 멀리 봐야 하고 긴 호흡에 걸쳐 진행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한다.
 
이 훈련은 미국 전 지역에 의무화된 것은 아니다. 일부 지역에서만 특정 시간을 의무화하고 있다.
 
Q. 사법접근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면.
A. 생존과 직접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미 수많은 연구에서 비장애인에 비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범죄피해에 훨씬 더 높은 비율로 노출되어있다는 것은 검증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의 피해 사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허위 또는 강요된 자백으로 수많은 발달장애인이 범죄 상황에서 충분히 자기 옹호를 하지 못한 채 목숨을 잃게 되기도 하고 지나친 형량을 받게 되기도 한다. 이것이 내가 이 일을 멈출 수가 없는 이유이자 장애인의 사법접근권이 너무나도 중요한 이유다.
 
↑ 사법접근 향상을 위해 모든 장애대응팀(자료제공. NCCJD)
 
 
Q. 형사사법 지원센터에서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지.
A. 가장 큰 어려움은 어딘가에서 고통을 겪고 있을 장애당사자들을 발굴해내는 일이다. 피해자들은 목소리를 잘 내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 가정, 학교 등 곳곳에 있을 피해당사자들을 찾아내는 것은 우리 센터에게도, 사법종사자들에게도 계속해서 큰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이들을 찾아내기 위한 좋은 ‘지표’를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애가 있는 피해자들은 주로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피해자들이 보내는 신호를 어떻게 우리가 예민하게 알아차릴 수 있는지 등의 사례 연구들이 많이 필요하다. 미국 내에서도 이러한 연구는 매우 부족하여 해외사례를 많이 참조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훈련’의 효과성에 대한 검증과 ‘통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미국 전역으로 더욱 확산하기 위해서는 효과성을 검증하는 연구와 구체적인 통계를 근거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교육도 중요하다. 사법체계 내의 전문가들만 교육해서는 안 되고 장애당사자와 함께 살아가는 일반 시민들도 함께 훈련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Q. 한국의 사법종사자와 활동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우선 한국의 장애당사자들이 사법접근권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장벽의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문화적 이유인지, 장애에 대한 편견으로 인한 것인지. 이러한 원인에 대해 끊임없이 브레인스토밍을 해보고 전략을 세워나가길 바란다. 
작성자글과 사진. 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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