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정신건강 개혁의 전환
기획 / ‘망상할 권리’부터 ‘병원 공식방문관’까지… 권리 중심 정신건강 체계가 던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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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할 권리(Right to Delusion)”
6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스카우트빌딩에서 열린 ‘정신건강개혁을 위한 국제컨퍼런스’에서 가장 오랜 여운은 법이나 제도의 이름이 아니었다. 국내 정신건강 분야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이 강렬한 말은 발표와 토론 내내 참석자들의 질문과 고민을 이끌어냈다.
처음 들으면 다소 도발적이다. ‘망상에도 권리가 있다는 말인가?’라는 의문이 먼저 든다. 그러나 발표가 이어질수록 ‘망상할 권리’는 망상을 옹호하거나 치료를 거부하자는 주장이 아니었다. 정신장애인을 병리화하고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봐 온 기존 정신건강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라는 점이 더욱 분명해졌다.
이번 국제컨퍼런스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비롯해 국회의원 김예지·서미화,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법무법인 디엘지, 국가인권위원회,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재단법인 동천, Access to Justice Knowledge Hub가 공동주최했으며, 멕시코와 인도네시아, 대만, 호주의 정신건강 개혁 경험을 공유하고 한국 사회 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멕시코는 2022년 5월 정신건강 및 중독분야의 일반보건법이 개정되어 정신건강정책 방향을 시설수용 및 강제에서 벗어나서, 지역사회 및 인권 기반 지원으로 개혁한 배경과 그 영향을 듣기 위해 초청하였다.
또한 대만의 경우에도 여러 차례 정신건강법이 지역사회 치료 중심으로 바뀌어서 올해 8월부터 정신장애인의 비자의(非自意) 입원 여부를 병원과 의사가 아닌, 법원이 최종 판단하는 사법심사 제도를 도입한 것에 대한 과정을 직접 청취하고자 현지 전문가를 초청했다.
비자의(非自意 , Involuntary - 당사자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입원은 정신질환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하지만, 당사자 본인이 입원을 거부하거나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법적 절차에 따라 본인 의사에 반하여 진행되는 입원 유형을 말한다. 과거의 강제입원이라는 말 대신 가치 중립적인 표현이다.
행사 오전 세션에서는 정신장애인을 보는 ‘관점의 전환’을 이야기하였고 오후 세션에서는 그 관점을 실제 제도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발표했다. 발표자들은 각자 국가의 사례를 소개했지만, 하나의 공통된 메시지를 전했다. 정신건강 개혁은 단순히 병원을 줄이거나 입원 절차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정신장애인을 치료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어디에 가둘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오전 세션 첫 발표자로 나선 빅터 리자마(Victor Lizama) 멕시코 Red Orgullo Loco México 대변인은 제도 개혁 이야기에 앞서 ‘정신건강’이라는 개념부터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는 당사자이자 심리사회적 장애인 운동가라고 소개했다. 오랫동안 정신적 고통은 질병이나 위험, 무능력으로 해석돼 왔고,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공동체, 자신의 의사결정으로부터 분리된 채 살아야 했다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멕시코 정신건강 개혁이 던지는 질문은 기존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사람을 수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존엄과 자율성을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입니다.” 이는 병원 중심 치료 체계를 지역사회 기반 지원체계로 전환하려는 멕시코 정신건강 개혁의 핵심 철학이기도 하다.


▲멕시코의 발제자 빅터 리자마 대변인 (오른쪽)
‘망상할 권리’는 왜 등장했을까
빅터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멕시코 매드 프라이드 네트워크(Mexico Mad Pride Network)를 소개했다. 이 단체는 심리사회적 장애인과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자, 정신의료 생존자, 신경다양성 당사자들이 함께 만든 운동이며 이들은 정신건강 정책은 정신의료 체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들의 경험과 목소리 없이 만들어질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빅터는 이 운동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로 ‘망상할 권리’를 소개했다. 그는 이 표현이 다소 시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실제 매우 정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망상할 권리’는 망상을 치료하지 말자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망상을 범죄화하거나 격리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이해해 왔습니다. 이 표현은 심리사회적 장애인의 고유한 경험 자체를 인간의 권리로 인정하자는 의미입니다.”
이어서 그는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설명하기 위해 특별한 이유나 이해를 요구하지 않는 것처럼 정신장애인의 권리 역시 조건 없이 존중되어야 한다”며 “권리는 증명해야 얻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보장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빅터의 발표는 정신건강 정책의 목적이 사람을 ‘정상’으로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험을 하더라도 지역사회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를 바꾸는 데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망상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은 있지만…”
빅터의 발표는 한국의 현실 성토로 이어졌다. 토론자로 나선 위은솔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경험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고발했다. 그는 당사자 중심 권익옹호 중요성을 강조한 뒤, 센터를 이용하는 한 당사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우리 센터에서는 그분이 겪은 정신적인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센터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는 이분의 어려움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그분을 잘 옹호하고 있는 걸까요. 우리 센터 안에서만 안전하고, 다른 사회와 연결되지 못한다면 저희가 그분에게 또 다른 장벽을 만들어드리는 것은 아닐까요?”
위 소장은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한 뒤, “‘제가 지금 잘못한 건 아니죠?’, ‘제가 실수한 건 아니죠?’라고 반복해서 묻는 이 당사자를 볼 때마다 어떻게 권리를 옹호해야 하는지 늘 고민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망상할 권리’는 결국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경험을 사회 안에서 어떻게 이야기하고, 사회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의 발제자 예니 활동가
“망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요?”
토론은 오전 세션 두 번째 발제자인 인도네시아의 예니 로사 다마얀티(Yeni Rosa Damayanti) TCI Global 부대표 발언으로 더욱 확장됐다. 예니는 “망상이 해롭고 반드시 제거되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현대 의료모델이 만든 기준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인도네시아에서 환청이나 특별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공동체 안에서 샤먼이 되거나 영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경험이라도 문화와 사회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참석자들을 향해 짧지만 강렬한 질문을 던졌다. “망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요? (So what?)” 예니는 중요한 것은 망상의 현상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가 어떤 지원을 제공하느냐라고 강조했다.
“사상의 자유와 망상은 무엇이 다를까”
1세션 토론 좌장을 맡은 이성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사는 “‘망상할 권리’라는 표현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면서 “나도 평생 다양한 망상을 하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문득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의 자유와 망상할 권리는 무엇이 다를까. 왜 우리는 망상한다는 이유만으로 권리가 제약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 그는 “오늘을 계기로 ‘망상할 권리’를 다시 생각하고 정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회가 정해 놓은 방식대로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질문에 행사장 곳곳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참석자들이 많았다.


▲오전세션 토론 모습
제도를 바꾸기 전에,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이날 오전 세션에서는 강제입원과 탈시설, 지역사회 지원체계 구축, 당사자 참여 확대 등 다양한 정책 과제가 논의됐다. 그러나 가장 오래 남은 화두는 제도의 이름이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빅터가 말한 ‘망상할 권리’는 정신장애인의 경험을 무조건 치료할 대상으로 보지 말자는 제안이었다. 정신장애인을 자신의 경험과 의사를 가진 시민으로 인정할 때, 비로소 정신건강 개혁도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 관점 변화는 오후 세션에서 더 구체적인 제도의 모습으로 이어졌다. 대만은 비자의(非自意) 입원 심사 절차를 어떻게 개선하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호주는 병원 안에서 정신장애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독립적인 권익옹호 체계를 제시했다.
“입원실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 대만 입원심사 개혁,
호주 독립적 권익옹호 체계 구축…
한국 정신건강 제도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가
정신장애인의 권리는 언제 가장 취약해질까. 병원 문이 닫히는 순간이다. 입원이 결정되는 순간부터 정신장애인은 자신의 일상은 물론 외부와의 관계, 치료에 대한 의견, 심지어 퇴원 여부까지 타인의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면 입원한 사람의 권리는 누가 지켜줄까. 컨퍼런스 오후 세션은 이 질문에 답하는 시간이었다.
“입원을 심사하는 것만으로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송리 황(Song-Lih Huang) 대만 국립양밍교통대학교 교수는 대만이 강제입원 제도를 개혁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대만은 과거 의료진 판단에 크게 의존했던 강제입원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사법적 통제와 독립적인 심사 절차를 강화해 왔다. 입원 여부를 병원 내부 판단에만 맡기지 않고 외부 심사를 통해 자유 제한이 최소한으로 이뤄지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송 교수는 강제입원은 개인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인 만큼 당사자가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밝히고 적법한 절차를 보장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새로운 심사제도 역시 “기존에는 5일 안에 입원 적정성이 심사됐지만, 현재는 심사 절차가 길어지면서 오히려 입원 기간이 한 달 이상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며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절차 강화도 중요하지만, 그 절차가 실제로 당사자의 권리를 보호하도록 작동하는지 계속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만의 발제자 송리 황 교수
“입원한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이어 발표한 호주 장애인법센터(Australian Centre for Disability Law)의 키미아 랜달(Kimia Randall) 변호사는 현재 뉴사우스웨일스주 정신건강 심판원 위원이자 장애인권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13차례 비자의 입원을 경험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 경험은 그에게 하나의 질문을 남겼다. “입원한 사람의 이야기는 도대체 누가 들어주는가.”
그 질문에 호주의 답이 바로 ‘공식방문관(Official Visitor)’ 제도다. 공식방문관은 정신병원과 정신건강시설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독립적인 권익옹호자다. 병원 소속이 아닌 이들은 입원환자를 직접 만나 생활환경을 살피고 권리침해 여부를 확인한다. 필요한 경우 병원과 정부에 개선을 요구한다.


▲호주의 발제자 키미야 변호사
키미아 변호사는 “공식방문관은 병원을 감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입원한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공식방문관이 치료 계획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물건은 있는지, 가족과 연락은 가능한지,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말할 수 있는지까지 살핀다.
실제 사례도 소개됐다. 신발이 없이 병원 안에서 맨발로 생활하던 입원환자를 만난 공식방문관은 병원과 협의해 신발을 마련했고, 또 다른 병동에서는 삶을 포기하고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을 만나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다. 삶의 의미와 앞으로의 시간을 함께 이야기한 뒤 그 사람은 웃으며 공식방문관에게 말했다. “당신은 나의 천사입니다.”
키미아는 “공식방문관은 거창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하고, 필요한 도움을 연결하는 일이 사람의 삶을 바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역할이 자원봉사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운영하는 공적 제도 하에서 운영되는 점을 강조했다.
호주 정신건강 권익옹호 체계는 공식방문관 제도 말고도 정신건강심판원을 통해 입원 적정성을 다시 심사받을 수 있다. 필요하면 통역과 의사소통 지원도 제공된다.


▲오후세션 토론 모습
“한국에도 병실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어 발표한 정제형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 역시 한국 정신건강복지법의 과제로 절차적 권리 보장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입원적합성 심사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입원 이후 당사자의 권리를 독립적으로 보호받을 체계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병원과 분리된 독립적인 권익옹호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해외 사례처럼 입원 과정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권리침해를 살피는 장치가 필요하다 말했다. 토론에 나선 경기우리도 이한결 대표는 국내 정신의료기관에서 발생했던 장기간 신체 억제와 격리,
의료기관 내 사망사건 등 인권침해 사례를 들며 “한국에서 심리사회적 장애인이 인간으로 존중받고 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당사자의 말을 믿고 권리를 존중하는 문화라며,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당사자가 배제된 채 운영되는 제도는 또 다른 인권침해를 낳을 수 있다 우려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호주 공식방문관 제도가 한국에서도 실현 가능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위은솔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토론자로 참여한 이해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에게 우리나라에 공식방문관 제도가 도입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현재 일부 시행되고 있는 절차조력인의 역할을 모든 정신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인지 물었다.
이에 이해우 이사는 절차조력 제도의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자격과 역할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답했다. 그는 권익옹호 역시 중요하지만, 지역 사회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공공이송체계와 위기개입팀, 외래 치료지원 등 지역 사회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야 비자의 입원 제도 개혁도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익옹호는 입원 심사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번 오후 세션은 대만과 호주의 사례를 통해 서로 다른 개혁 방향을 보여줬다. 대만은 강제입원 심사 절차를 강화해 자유 제한을 최소화하려 했고, 호주는 입원 이후에도 당사자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독립적인 권익옹호 체계를 고민했다.
토론에 참여한 한국 전문가와 당사자들은 두 사례가 모두 한국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병원 안에서도 누군가 당사자 이야기를 듣고, 권리를 확인하며, 필요한 도움을 연결하는 ‘공식방문관’은 치료 중심의 정신건강 정책을 권리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한국에서도 충분히 검토해 볼만 한 제도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정신건강 개혁은 강제입원 절차를 바꾸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입원한 이후에도 그 사람이 여전히 권리를 가진 시민임을 확인해 주는 사람과 제도가 함께 존재할 때 비로소‘권리 중심의 정신건강'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번 국제컨퍼런스는 ‘망상할 권리’라는 다소 낯선 표현으로 시작해 ‘공식방문관’이라는 구체적인 제도로 이어졌다. 하나는 정신장애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자는 제안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 관점을 어떻게 현실에서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 모색이었다.
결국 정신건강 개혁은 병원을 더 잘 운영하는 일이 아니라,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필요한 순간에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를 바꾸는 일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쯤 와 있을까. 여전히 누군가의 망상을 ‘위험’으로 판단하고, 병원 문을 닫은 뒤에야 그 사람의 권리를 논하고 있지 않은가. “망상이면 어때요?” 이날 행사장에서 던져진 짧은 질문은 어쩌면 한국의 정신건강 제도를 향한 가장 날카로운 질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답해야 할 차례는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


작성자글. 김영연 기자 / 사진. 박수찬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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