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화에 빛바랜 ‘장애인 활동보조’ 2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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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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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활동보조 지원사업’이 시행된 지 2년 남짓이다. 보건복지가족부(당시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7년, 만 6세부터 65세 1급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를 도입했다. 시작 당시만 해도 기대는 컸다. 활동보조가 기존의 부분적 보조와는 달리 '생활전반'을 아우르는 보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장애인들의 불만과 우려는 커지고 있다. 예산부족과 민간에 사업전반을 맡기는 구조 때문에 본래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화가 불러온 비효율
2009년 현재, 활동보조 사업에 정부가 참여하는 일은 실질적으로 예산확보와 지침마련 뿐이다. 민간기관이 바우처를 받아 서비스 전반을 운영하는 체계 때문이다. 정부가 2007년 당시 내놓은 계획안에는 모니터링과 평가 항목이 있지만, 관계자들은 사실상 관리감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조직2국 남병준 국장은 "활동보조 관련 예산에는 관리감독 항목이 없다.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소리다"라며 "보조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도 법적배상 등이 고작이다"라고 정부의 관리체계를 꼬집었다.
민간에 사업을 맡기는 부작용은 이뿐이 아니다. 산간지역 등 사업량이 적은 곳은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일부 산간지역 기관은 바우처를 받아서 상근자 1명 두기도 빠듯하다. 경영상 어려움은 활동보조인의 노동권과도 직결된다. 정부에서 예산이 나오지만, 4대 보험, 퇴직금, 고용보장 등 문제는 기관이 주관한다. 보조인의 노동권은 정부의 관리감독 부실, 각 민간기업의 경영악화로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물론 정부의 지침에는 4대 보험 등 조건이 포함되어있다. 하지만 작년 6월 통계를 보면, 4대 보험 가입비율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4대 보험 가입에는 기관도 얼마간 비용을 부담해야하고, 가뜩이나 얼마 안 되는 임금에 보험료마저 나가는 것은 보조인에게도 기피대상이다. 활동보조인 임금의 일부를 적립했다가 퇴직하면 찾아가는 무의미한 '퇴직금' 제도도 일부 사업장에서는 이뤄지고 있다.
부실한 고용조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활동보조의 질까지 좌우한다. 고용조건이 나빠 직업으로서의 '활동보조인'에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 인력 수급도 어렵다. 실제로 보조인은 90%이상이 여자고, 이들 가운데 다시 90% 이상이 40대 이상이다. 또한 시급 6000원에 월 최대 60만원 보장이 어려워 적지 않은 보조인이 아르바이트, 부업 개념으로 활동한다. 현재 활동보조를 이용하는 약 2만 명의 장애인은 60% 이상이 남자인데다가, 연령대도 다양하다. 목욕이나 대소변 등 생활보조에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월 40~100시간, 독거 등 특이경우에 몇 십 시간 추가되는 정도로는 '자립생활'이라는 본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주장이 거세다. 한 달에 80시간씩 업무보조를 받는 문애린 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한다. 퇴근시간을 넘겨 일하기도 한다. 하루 3시간 이외의 시간은 어려움이 있다"라며 "한 달에 4만원씩 하는 자부담비도 부담이고, 활동보조인이 바뀔 때마다 적응하는 것도 힘들다. 아이들은 성인보다 예민하거나, 낯을 가리는 경우도 있어 보조인이 바뀔 때마다 고생이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장애인복지예산 확충을 요구하며 장애인권활동가들이 농성을 하고 있는 모습
이름뿐인 예산 2005년 복지부가 실시한 통계에 따르면 전국 75만 명의 장애인이 시설이나 활동보조 등 지원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 35만 명가량은 일상생활 가운데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고 조사된 바 있다. 1급 장애인만 해도 20만 명인 현 시점에서 활동보조를 이용할 수 있는 인원 2만 명 남짓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우리나라 통합재정지출 중 복지지출 비중은 2005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5.4%)의 절반(26.7%) 수준이다. 장애인 복지예산은 더 심각하다. 남병준 국장은 "우리나라는 GDP 기준 세계 12위 대국이지만 GDP 대비 장애인 복지예산은 OECD 국가의 8분의 1 정도로 알려져 있다"며 "비교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활동보조의 시작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이뤄졌다. 사회복지 수준이 비교적 높은 서유럽의 덴마크와 스웨덴은 각각 50, 60년대에, 미국과 일본은 각각 70, 80년대에 활동보조서비스가 도입됐다. 생활시설 위주의 체계에서 자립과 사회참여를 돕는 활동보조로 나아가는 것은 장애인 복지의 제대로 된 수순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장애인 복지의 절반가량이 생활시설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남병준 국장은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생활시설에 대해 "외출도 자유롭지 못하고, 면회도 어렵다. 장애인의 사생활을 무시한 비인권적 제도다"라며 "시설중심의 장애인 복지책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은 시설이 활동보조보다 예산이 적게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의 인권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문애린씨
함께 저항하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오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차별에 저항하라!'라는 타이틀과 함께 탈시설, 자립생활전면 보장 등에 대한 <2009년 420투쟁 장애인생존권 9대 요구안>을 내놓았다.
요구안 가운데 '활동보조 권리를 보장하라!' 항목을 보면 △활동보조인 서비스 예산 대폭확대 △시간제한 폐지, 생활시간 보장 △대상제한 폐지, 2·3급 장애인에게 서비스 제공 △자부담 폐지 △활동보조인 노동기본권 보장, 공공성 강화 △활동보조서비스 개선을 위한 협의기구 구성 등이 포함되어있다.
이례적인 것은 활동보조인의 권리에 대한 요구다. 아직까지 활동보조인이 목소리를 내는 특정한 조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활동보조인의 권리를 보장해야 장애인 권리도 보장된다는 차원에서 요구안에 포함됐다. 전장연 측은 "보조인 측에서도 노동권을 주장해 함께할 수 있다면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거 등의 경우를 제외하면 완전사지마비 장애인도 100시간밖에 인정되지 않는다. 자다가 비닐을 덮어줘도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완전사지마비 장애인은 혼자 치우지 못 한다"며 "생활시간 보장은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장애등급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보조가 필요한 경우라면 누구나 활동보조를 지원받을 수 있어야한다는 주장과 함께 "한국 장애인복지의 터닝 포인트를 마련해야한다. 예산확보 등이 그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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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보조인의 현실을 말하는 김한솔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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