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장애인 비례대표, 김예지 의원의 소신과 새로운 도전
22대 장애인 비례대표 국회의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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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에서는 22대 총선에서 선출된 장애인 당사자 및 장애 전문가 국회의원 인터뷰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함께걸음> 405호에서는 21대에 이어 장애인 비례대표 재선에 성공한 김예지 의원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던 김예지 의원은 2020년 미래한국당 1호 영입인재로서 21대 총선에 당선되어 솔직하고 소신 있는 의정활동을 펼쳐와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김 의원은 지난해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이나 정부를 상대로 비난의 목소리를 전하기보다 현행법과 제도가 장애인들에게 불리하고 부족한 현실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하며 논리적으로 전달했고 이는 여야 의원들의 아낌없는 박수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 의원은 22대 총선에서도 재선에 성공하여 의정활동을 이어 나가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첫 장애인 비례대표 재선의원이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 잡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는 이러한 잡음보다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장애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하루라도 더 빨리 드러내고 전달하는 것에 매진한다.
특히 김 의원은 지난 임기 때 통과시키지 못한 수많은 장애 관련 법안을 새로운 전략으로 다시 재·개정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논의의 장을 형성하는 것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력직이면서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장애 당사자의원, 그리고 보건복지위원회로 상임위원회를 옮겨 새롭게 다시 출발하는 김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Q. 장애인 비례대표 재선에 성공한 소감과 이번에 특별히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로 상임위원회를 옮기시게 된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먼저 재선의 소감은.. 부담이 굉장히 큽니다. 많은 분이 제가 재선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은 일을 더 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인 부분이 있거든요. 과정이 어떻든 경력직 무대에 서게 됐고 그만큼 많은 분들이 매서운 눈초리로 지켜보고 계셔서 굉장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갖고 있습니다.
상임위원회를 옮긴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습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로 처음 가게 됐던 것은 제가 전국 체전에 나간 경험도 있고 예술 분야가 제 업이었으니까, 당연히 자신감 있게 일을 할 수가 있었어요. 없던 예산을 만든 것도 많고요. 그런데 제가 지난 4년 동안 활동지원법이라든지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관련 법이라든지 장애 정책을 정말 많이 발의했는데 이게 대부분 다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에 몰려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복지위 소속이 아니니까 법안 심사할 때 한 마디도 보탤 수 없고 법률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조이법(김 의원과 함께 동행하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이름이 ‘조이’ 이다)’이라고 불리는 안내견 관련 조항도 제가 21대 당선되고 얼마 안 돼서 발의했는데 법안 소위에서 논의조차 안 됐거든요. 그런데 22대 당선 되자마자 조이법을 다시 발의했고 법안 소위 통과도 시켰어요. 이런 것들 때문에 제가 기를 쓰고 이번에 복지위로 오게 된 것입니다. 자리를 지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Q. 지난 4년간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 의정활동이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어려움도 있으셨을 텐데 이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지원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요?
A. 네, 생각보다 변화가 큽니다. 처음엔 상임위 자료 받는 것 포함해서 접근성에 대한 고려가 전무했어요. 그런데 이제 웬만한 자료들은 상임위에서 다 점자로 자료 제공을 해주시고 급한 건은 USB파일로 주시기도 해요.
그런데 아직 어려운 지점들이 조금 있긴 하죠. 본회의장에 각 의원들 자리마다 화면이 있는데 그게 요즘엔 다 터치스크린이거든요. 나름 배려해 주신다고 보조기기 프로그램을 깔아주셨는데 잘 운영되진 않습니다. 그래도 국회사무처에서도 저희 당 행정국에서도 그렇고 서로 소통을 잘 해주셔서 많이 발전되고 있습니다. 회의장에서도 항상 앞자리에 배정해 주시고 장애인 비례대표 의원에게는 근로지원인 개념처럼 비서관도 한 자리 더 주시고요.
발언시간 문제가 아직 남아 있긴 한데요.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시각장애 등 신체장애가 있는 의원이 대정부 질문을 할 땐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별도 추가시간을 허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다만 상임위원회에서는 별도 규정이 없어서 상임위원장마다 재량이 너무 큰 상황이에요.
그래서 최근에 서미화 의원님과 상임위 발언 시간을 추가하는 것과 점자·음성 회의 문서 제공, 장애인 보조견 회의장 출입 등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공동대표발의 했습니다. 이 공동대표발의제도도 이번에 새롭게 신설된 제도여서 아마 양당의원이 이렇게 공동대표발의한 것은 저희가 처음일 거예요.
결국엔 장애당사자 의원들이 계속 국회로 들어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제가 따로 요청하지 않아도 국회 직원들이 시각장애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씩 생기고 있거든요. 예전에는 누가 왔는지, 언제 발언을 시작하면 되는지 등 상황에 대한 안내가 없어서 제가 계속 물어봤어야 했는데 이제는 많이 자연스러워졌어요.
그런데 만약 타 유형의 장애인 의원이 들어오면 그땐 또 필요한 편의지원 내용이 달라질 테고 같은 유형의 시각장애 의원이 오시게 되더라도 저랑은 또 다르실 테니 각 사람에 맞게 편의지원을 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 중인 김예지 의원 (사진출처. 김예지 의원실)
Q. 의원님께서 지난 임기 때 발의하셨던 법안 중에 끝내 통과되지 못해 가장 아쉬움이 크게 남았던 법안, 그리고 이번 임기 때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법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너무 많죠 아쉬움이 남는 법안들.. 국회에서 4년 지내보니까 앞뒤로 깎이는 시간이 정말 많아서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결국엔 한 2년 정도더라고요. 이 많은 법안들을 다 발의해야 하는데 마음이 조급해요.
2023년 4월에 발의했던 ‘장애인학대처벌특례법’ 같은 경우엔 법무부에서 공감대 형성도 되고 정말 통과될 줄 알았는데 바로 총선시기랑 겹치면서 법사위가 안 열리고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법안 중 하나입니다. 올해 꼭 통과를 시키려고 하고요. 최근에 단체 간담회를 열어서 옹호기관 등 관계자분들 모시고 법안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헬렌켈러법이라고 불리는 ‘시청각장애인 권리보장 및 복지진흥과 지원에 관한 법’도 당사자 분들이랑 함께 만든 법안이라 특히 더 의미가 있는데 지난 국회 때 아쉽게 통과가 안 됐던 거라 이것도 꼭 통과시켜야 할 법안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미 발의를 한 법안들도 있어요. 장애 관련 법안들이 용어 하나하나가 중요하긴 한데요. 저는 그 용어보다 일단 뭐가 되고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실용주의적인 사람이에요. 그래서 복지위 오자마자 자립지원이 부분을 더 추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고요. 무엇보다 재가장애인들이 서비스 부족으로 자기결정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자립 의지가 꺾이는 상황들이 발생하더라고요. 그래서 거주시설 장애인 뿐 아니라 재가장애인에게도 단기 자립 체험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습니다.
또 최저임금 적용제외 조항을 없애자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했는데 이 법안이 또 장애인 보호작업장을 운영하는 시설입장에선 독소조항이라는 이야기들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 의견도 받아들이고 장애인 임금을 필요한 부분만큼 보전할 수 있는 내용의 고용촉진법 개정안도 같이 세트로 발의했습니다.
Q. 최근에 정신장애인들이 정신병원 등 의료체계에서 겪는 인권침해 상황에 공감해 주시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주고 계신데요.
A. 네 맞습니다. 사실 최근 들어 관심이 생겼다기보다는 지난 임기 때부터 계속 관심은 있었어요. 정신장애인 동료지원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게 아마 저희 당에서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예요(웃음).
보건복지부에서 동료지원 예산 삭감시켰을 때 제가 정말 안간힘을 썼는데 결국은 삭감되긴 했어요. 이것도 결국 상임위 문제에요.
발달장애인들은 부모님이 훌륭하게 싸워주시기도 하고 타장애유형의 경우, 어떤 경로로든 당사자의 어려움들이 사회로 전달이 되는데 정신장애인, 특히 병원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아예 차단되고 있잖아요. 누구도 들어주지 않고요. 저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이곳에 우리와있다’라는 것을 계속 사회에 알리고, 이들의 상황이 이렇게 어렵다는 것을 입법을 통해서 또 토론회를 통해서 알리는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정신의료기관 내 격리·강박 등 신체적 억압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 했는데 반대가 심하긴 합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에요. 저보다도 돈 많고 권력도 막강한 의료계와 싸워야 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욕을 많이 먹고 있긴 한데요 제가 근거 없이 발의한 게 아니라 WHO 권고기준에 명확히 비강압치료 등 인권적인 치료방식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조금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모색하는 방향이니 너무 의료적인 부분만 생각하기보단 같이 힘을 합쳐나갔으면 좋겠어요. 힘을 보태주시진 못해도 최소한 반대하진 말아달라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 2024년 8월 23일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정신의료기관 격리·강박 문제점 및 인권옹호시스템의 필요성'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진행 중인 김예지 의원
Q. 장애계 내부에서도 특정 현안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낼 때가 있습니다. 의정활동을 하시면서 단체 간 가교역할을 어떻게 해나가실지 궁금합니다.
A. 우선 마음을 더 많이 열려고 해요. 어떤 곳과도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을 때가 있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감정적으로 힘들 때도 분명 있고요. 그럴 땐 인간 김예지를 넘어서서 이 김예지를 조정하는 다른 인간 하나를 만들어서 제3자 즉,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려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인간은 편향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어떤 한 현안에 대해서 단체들마다 반대하기도 하고 찬성하기도 하고 감정적인 문제로 치우쳐질 때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사실 한 발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거든요. 평행선을 긋게 되더라도 왜 우리가 이 작업을 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본질을 말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비단 장애인단체 뿐 아니라 저는 이곳 국회 안에서도 다른 의원들을 설득할 때 그런 방법을 사용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저를 너무 배제하지 말아 주시고 많이 이용해 주세요(웃음).
작성자글과 사진. 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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