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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교실 내 CCTV 설치에 대한 장애 학생의 생각을 들어보다

기획 / 교실 내 CCTV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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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광장에서 살펴보았듯이 교실 내 CCTV 설치에 관한 이슈를 두고 다양한 목소리들이 첨예하게 대립되었다. 교실 내 CCTV가 설치되면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갈등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감시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현재 학교 내 CCTV 설치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에 의거하여 촬영범위에 포함되는 모든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거나 법률에서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설치 및 운영이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교사와 비장애학생은 물론 장애 학생도 CCTV 설치를 위해서는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정보 주체에 해당된다. 그러나 이 모든 논의의 과정 속에서 장애 학생의 목소리를 찾기는 어려웠다. 장애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 내 CCTV 설치를 요구하는 보호자의 목소리는 들리지만 정보의 주체인 장애인들의 목소리는 그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다.
 
이에 <함께걸음>은 교사나 보호자 등 장애학생 지원인력이 아닌 현재 학교를 재학 중인 장애학생들을 만나 교실 내 CCTV 설치에 관한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자 했다. 그러나 재학 중인 장애학생을 섭외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교사나 부모 모두 표면적으로는 인터뷰에 긍정적이었지만 막상 섭외하려면 교사는 부모가, 부모는 교사가 조심스럽다며 기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함께걸음>은 장애 학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을 통해서 장애 학생을 만날 수 있었다. 또 재학 중인 장애학생 섭외가 어려운 경우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장애인을 섭외, 현재 학교에서 경험하고 있는 일들과 CCTV 설치에 대한 생각을 진솔한 이야기를 청취하였다. 아직 재학 중인 학생들이 있는 관계로 인터뷰 참여자들에 대해서는 익명으로 표시하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학생들
박OO 학생: 고 2 / 전북 / 지적장애
강OO 학생: 고 2 / 서울 / 지적장애
유OO 학생: 고 2 / 서울 / 지체장애
김O 학생: 20세 / 전북 / 지적장애
조OO 학생: 23세 / 서울 / 시각장애
 
Q. 요즘 학교 생활은 어떤가요?
 
 :재밌어요. 반 2개 다니는데요. 둘 다 좋고요. 전 체육이 제일 좋아요.
 
: 그냥 좋을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고. 재밌는 친구들도 있고 담임 선생님이 절 많이 도와주시고요. 제가 지금 드론 반인데 드론 만드는 게 재밌어요. 근데 동아리를 드론 동아리 가고 싶었는데 특수반이라서 못 들어간대요. 거길 들어가야 드론을 날릴 수 있는데 그게 아쉬워요.
 
: 저는 지금 19살인데 자퇴를 1년 동안 해서 대안학교 다니다가 작년에 입학해서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이에요. 전 초등학교 때부터 완전통합으로 수업 받고 있고요. 그냥 비장애 학생들이랑 똑같이 지내요. 특수교육대상자로서 약간 케어, 행정적인 지원만 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수교육대상자 전형 대학교 지원하는 거나 체육 수업 평가 같은 거에서 특수교사 분이랑 이야기하고 연초에 계획을 짠다든지 그런 거요.
 
Q. 최근에 뉴스를 보니까 학교 안에서 친구들끼리 괴롭히는 일이 일어나더라고요. 직접 괴롭힘을 당하거나 다른 친구들이 때리는 모습을 학교에서 본 적 있나요?
 
: 아니요. 없어요. 다 말 잘 들어요
 
: 네. 저희 반에 괴롭히는 애 5명 있어요. 다른 애들도 괴롭히는데요. 자기 게임해야 한다고 불을 못 키게 해요. 게임 잘 안풀리면 막 '장애인 땡땡땡' 이렇게 욕해요. 크게. 다 들리게. 그래서 선생님들이 주의를 줬는데도 계속 하거든요. 걔네 5명이 일진이에요. 그래서 어떤 여자애도 전학 갔어요. 제가 불을 다시 켜면 막 뺨 싸다구를 때리려는 그런 손짓을 해요. 근데 선생님한테는 절대 그런 적 없다고 말한대요.
 
: 아니요. 전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근데 다른 학교 애들 중에 학교폭력 때문에 엄청 괴로워하고 그러다 목숨을 끊거나 그런 일이 생기는 건 들어봤어요.
 
: 저는 남중 남고를 나왔는데요. 제 기억으로는 특별히 심한 괴롭힘을 당하거나 때린 애들이 있던 것 같진 않습니다. 서열 싸움이 있긴 한데 학기 초에 다 정리됐던 것 같아요.
 
Q. 혹시 CCTV를 알고 계신가요? 알고 있다면 학교 안에서 본 적 있나요?
 
: CCTV요? 핸드폰 동영상 같은 거요? 누가 물건 훔쳐 갔을 때 볼 수 있고 뭐 잘못했을 때 볼 수 있고 뭐 심하게 할 때 볼 수 있고요. 음... 학교 안에서요? 잘 모르겠는데요.
 
: 알고 있죠. (인터뷰 장소였던 카페 안 CCTV를 가리키며) 저렇게 생긴 거. 학교 교실에는 없고 복도에는 있어요. 교실에는 사생활 뭐 때문에 설치할 수가 없다고 하던데요.
 
: 네네. 교실엔 없고 복도에는 있더라고요.
 
: 네. 전에 제 그림에 낙서한 애가 있어서 누군지 찾아내려고 선생님이랑 같이 CCTV 돌려본 적 있습니다. 근데 CCTV가 제 그림이 걸려있던 곳까지 제대로 각도가 안 나와서 확인이 안 되더라고요.
 
장애학생들은 CCTV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CCTV를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 사용 목적과 활용을 핸드폰 동영상과 같은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Q. 만약 그 CCTV가 교실 안에 설치된다면 어떨까요?
 
: 좋죠. 교실에서 물건 잃어 버렸을 때 찾을 수 있고. 애들끼리 뭐 그럴 때 볼 수 있고.
 
: 전 솔직히 설치를 좀 했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이게 없으니까 노리고 괴롭히거든요. 애들이 ‘어차피 교실에 CCTV 없어, 괴롭혀도 돼’ 이렇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얘네는 남자 선생님 있을 땐 안 괴롭히는데 여자 선생님 있을 때 괴롭히거든요. 그리고 CCTV가 있는 복도에서는 좀 덜 해요.
 
: 걱정되는 부분들은 좀 있을 것 같아요. 어린이집엔 CCTV가 있잖아요. 그 친구들은 너무 어리니까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고 사망을 한다든지 이런 경우가 많으니까 거기는 설치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사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도 비슷할 것 같은데 고학년부터는 이야기가 좀 달라질 것 같아요.
 
: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할 때 괜찮을 것 같습니다.
 
Q. CCTV는 장애 학생들이 있는 교실에만 설치되는 게 좋을까요?
 
: 특수반에만 설치되는 건.. 잘 모르겠어요.
 
: 아니요. 모든 반에 설치되면 좋겠어요. 저 괴롭히는 애들이 다른 반도 막 들락날락하거든요.
 
: 안 그래도 CCTV가 갑자기 생기면 애들이 난리도 아닐텐데 장애 학생이 있는 반에만 생긴다? 이러면 애들이 저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죠. 저희 학교만 해도 장애학생이 저 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다른 장애학생들이 있는 학교도 상황이 비슷할 거라 생각합니다.
 
: 특수반은 상관 없고요. 통합반에만 설치하는 게 더 날 것 같아요. 특수반엔 괴롭히는 애들도 없고 평등하게 하거든요. 특수반은 안전해요.
 
: 아 이건 정말 완전 반대에요. 이럴 거면 없는 게 나요. 우리 지금 흑인 백인 나누는 시대 아니잖아요. 애들 사이에서 “CCTV 뭐야 이거? 설마 1년 전에 그 장애인 사건 때문에 다는 거야? 아 짜증나”이런 반응이 나온다고 생각해보세요. 완전 별로지 않아요? CCTV 설치를 하려면 학교 입장에서도 확실한 근거가 필요할 텐데 괜히 화살이 장애 학생들에게 간다? 그건 안되죠. 저는 그리고 통합교육이 아닌 분리교육 현장에 있거나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서 자란 장애인 애들을 보고 있으면 온실 속의 화초 느낌이 나요. 뭘 하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똑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그럼 모든 교실에 CCTV가 설치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나쁜 행동 하는 애들 찍힌 동영상을 걔네 부모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 설치할 거면 전국적으로 모든 학급에 설치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작년에 CCTV는 아니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요. 체육 선생님이랑 거의 1년 동안 좀 부딪혔어요. 저는 체육수업에 완전 참여하는 건 어렵더라도 그 시간 자체에는 같이 참여하고 싶었거든요. 근데 선생님 생각은 다르시더라고요. 그러다 연말에 갑자기 학교에서 휠체어 농구수업을 하자는 얘기가 나온 거예요. 다 같이 휠체어를 타고 농구를 하자는 거죠. 비장애학생들도, 학교가 교육청에서 무슨 공문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할 건지 말 건지 학생들한테 수요조사를 했어요. 전 이 휠체어 농구수업을 하자고 얘기한 적도 없는데, 애들은 다 ‘이거○○이 때문에 하는 거 아니야? 걔 안 그래도 체육선생님이랑 맨날 싸웠잖아. 그냥 안 한다고 해야겠다’ 이런 식의 이야기들을 하더라고요. 장애 이야기만 나오면 다 저랑 관련짓는 거죠. 결국 애들이 다 안 한다고 응답해서 휠체어 농구수업은 무산됐어요. 그때 제가 진짜 난처했는데.. CCTV도 학교에서 뭔가 설치하는 이유가 필요할 텐데 그게 장애 학생 때문이면 이런 비슷한 일이 반복될 것 같아서 차라리 모든 반에 설치되면 좋겠어요.
 
: 모든 교실에 CCTV가 설치된다는 가정 하에 찬성입니다. 그 이유는 신뢰가 무너져서요. CCTV가 장애학생의 학교폭력에서만 시작된다고 생각하진 않고요. 저는 학교 다니면서 물건을 자주 잃어버려서 CCTV가 있으면 편하겠단 생각을 했었어요. 학생들은 아직 미성숙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배워야 할 게 한참 많고 뭐가 옳고 그른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나이잖아요. CCTV가 있으면 어쨌든 객관적으로 판단이 가능할 테고 학생들에게 그 기준을 알려줄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Q. 교실 안에 CCTV가 설치되면 내가 찍히고 싶지 않은 모습이 다 찍힐 수도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 아 맞네. 모르겠어요. 그건 안 좋아요.
 
: 일단 우리 반으로 봤을 때는 찍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선생님들이 제지하는 데도 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방법이 없잖아요. 이제 선생님들이 대놓고 벌점을 주지도 못해요.
 
: 학교에서 이제 핸드폰을 안 걷잖아요. 그래서 이미 애들은 학교에서 핸드폰으로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 다 찍습니다. 서로 서로요. 이게 CCTV랑 크게 다를 게 뭘까 싶습니다. 요즘에 학생이 선생님한테 “이렇게 하시면 저 이거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버릴 거에요”라고 이야기하는 시대인데 차라리 CCTV가 개인이 찍는 것보단 객관적이니까.. 보호막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리고 감시받는 느낌? 이런 것도 사실 별로 없을 수도 있는 게 어차피 학생들은 학교에 있는 시간 중에 수업 시간 동안은 계속 선생님들 감시를 받아요.
 
: 글쎄요. 딥페이크도 그렇고 사생활이 예민한 문제이긴 한데요. 저는 학교도 공공장소라고 생각해요. 공공장소인 학교에 온 이상 교실이 학교에서 제일 프라이빗한 공간이라고 해도 거기서 뭔가 사생활 침해를 할 게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우리 교실에 CCTV가 설치돼도 저는 그냥 그런가보다 할 거 같아요. 뭔가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약간 찔리는 친구들은 반대를 하겠죠. 내가 교실에서 안 좋은 언행이나 행동을 한다든지요. CCTV에 걸렸을 때 문제가 될 법한 행실들을 해왔다면 반대를 하겠죠. 근데 저는 스스로 그런 게 없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있으나 없으나 똑같을 것 같아요. 만약에 누군가가 그 CCTV를 악용한다면 악용한 사람이 잘못한 거겠고요. 악용사례를 예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같은 것이 있어도 좋겠네요. 학교는 폐쇄적인 공간이니까 그런 것들을 엄격하게 만들어 놓고 설치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은 CCTV를 설치할 경우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학급에 설치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CCTV 설치의 이유가 장애 학생으로 특정, 낙인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장애 학생들은 모든 교실 안에 CCTV가 설치되는 것에 대해 괴롭힘의 증거 또는 주요 목격자가 될 수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CCTV가 학생들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거나 악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단순히 CCTV의 설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보다 학교 내 신뢰가 부족한 구조적인 문제를 함께 지적하기도 했다.
 
Q. CCTV가 교실에 설치되면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괴롭힘이 줄어들까요?
 
: 잘 모르겠어요.
 
: 근데요. 반 애들이 제가 어깨빵 당하는 거 다 봤는데 대부분 무서워서 못 봤다고 해요. 옆에 있는 친구들도 이제 자기들 할 것도 바쁘고 엮이면 귀찮아지니까 못 나서는 거죠. 애들이 그냥 막 대놓고 주먹을 때린 게 아닌 이상은 이렇게 툭툭 치고 가는 거는 막 나서서 얘기를 못 해주니까. 그래서 CCTV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 CCTV가 비추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분명히 있겠죠. 오히려 교실에 CCTV가 생긴 걸 알고 괴롭히는 친구들이 더 악질적으로 안 보이는 데서 범행을 저지른다면 그게 더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거기선 보는 눈이 아예 없어지는 거니까 누가 제보하거나 선생님에게 알리기도 어려워질 거고요. 그리고 아무리 CCTV가 설치된다고 해도 학생들이 필요할 때 그 영상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도 문제가 될 거 같아요.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해서 학교에 CCTV 영상을 요구했는데 학교 측에서 제공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제공하면 별 도움이 안 되는 거잖아요. 이건 내가 소유한 게 아니니까요. 내가 CCTV에 찍혔더라도요. 그런데 선생님들은 그걸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사실 지금도 학생들의 창작물을 선생님들께서 자유롭게 활용하시는 경향이 있어요. 학생들에게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않거나 미비하게 동의를 받고 수업 시간에 창작된 자료니까 그냥 쓰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CCTV는 더더욱 학생들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 밖이라고 생각해요.
 
: CCTV 설치한 데선 안 괴롭히고 CCTV 없는 데서 가혹행위 하겠죠.
 
: 음.. ‘아 그럼 교실 말고 CCTV 없는 화장실에 끌고 가서 학교폭력 하겠지’아니면 ‘뒷골목 끌고 가겠지' 이렇게 생각할 순 있을 거 같은데.. 이 말이 적절할진 모르겠지만 전 그래도 적어도 교실에선 안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뭔가 금연구역 같은 거죠. 그리고 사형 제도가 있음에 있어서 꼭 사형을 집행해야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상징 같은 거죠. ‘너 끝까지 가면 이게 있으니까 조심해’ 같은 느낌? CCTV도 ‘너 보고 있어’가 될 수 있겠죠. 애들끼리 싸우려다가도 ‘너 다음에 봐’ 이러고 갈 수도 있고.. 한 번 더 생각할 장치가 머리에 들어가는 거죠.
 
Q. 그러면 학교 내 괴롭힘이나 싸움이 일어났을 때 CCTV만 있으면 해결될까요? 다르게 푸는 방법은 없을까요?
 
: 걔네는 대화가 통하는 애들이 아니에요. 자꾸 자기가 괴롭힌 적이 없다고 하니까 제가 직접 증거를 모았어요. 녹음도 해보고.
 
: CCTV 설치가 중요한 것만은 아니에요. 학교 내에 해결되어야 할 게 많거든요. 학교폭력이 발생해도 일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피해 학생이 소문이라든가 이런 것 때문에 더 괴로워하고 트라우마나 PTSD가 생겨서 두려워하다 못해 목숨을 끊는 일이 생기는 게 더 문제라고 생각해요. 회사에서 폭력이 일어났다. 그러면 퇴사하거나 안 가면 그만인데 사실 학생으로서 학교에 안 가는 건 정말 힘든 일이잖아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도 더 어렵고요. 학생이 선생님에게 권리를 주장하는 건 대드는 거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런 일을 이야기하는 것도 어려운 학교 분위기가 있는 것 같고요.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근본적인 많은 문제점들이 먼저 얘기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 아이들이 생각보다 영악합니다. CCTV 없이 그냥 각자 얘기 듣고 믿어주면 제일 좋겠지만, 아이들이 요즘엔 거짓말을 정말 잘 쳐요. 이때 선생님이 미리 CCTV로 객관적인 상황을 한 번 살피고 아이들과 대화를 해야 억울한 사람이 안 생기지 않을까요. 근데 어쨌든 CCTV가 최후의 최후의 최후의 보루로 사용되어야 하지 않을까는 생각해요. 원래는 CCTV가 필요 없었던 것들이잖아요. 가끔 어떤 공공장소에 가보면 생전 처음 보는 이상한 규칙들이 있어요.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생겨난 규칙들이요. CCTV도 마찬가지로 학교폭력이 없었다면 얘기 자체가 안 나왔겠죠. 그래도 사람이 사람을 믿지 않는 이 사회에서는 별 수 없지 않나 싶습니다. 이걸 근데 어떻게 쓰기 나름이지 않을까 싶어요. 기술은 죄가 없죠. 그 기술을 쓰는 인간이 문제죠. 예를 들어, 빡센 학교에서 애들한테 야자를 다 시키고 'CCTV로 지켜보면서 누구누구 딴짓하지 마세요', '게임하지 마세요' 이러면 학생들은 죽어나겠죠. 부모님들은 좀 좋아하시겠지만 (웃음).
 
장애 학생들은 CCTV가 학교폭력 문제 해결에 기여할 가능성을 기대하면서도 동시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CCTV가 비추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발생할 괴롭힘과 증거 활용에 있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CCTV는 최후의 보루로서 신중히 활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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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학교에 다니고 있는 장애 학생의 이야기를 직접 청취해 본 결과, CCTV 설치를 둘러싼 보다 더 생생하고 다양한 의견들이 많이 제시되었다.
 
먼저 CCTV 설치에 대한 이슈가 상대적으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 즉, 장애 학생이 다니는 학교나 교실에 설치하자는 주장이 사회 전반적인 것에 비해 인터뷰에 참여한 장애 학생들은 장애 학생들만 다니는 교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장애 학생들은 그 이유에 대해 낙인을 가장 우려했다. 동급생들 사이에서 CCTV가 장애 학생 때문에 설치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장애 학생을 보호하는 명목으로 CCTV를 설치하는 것에 있어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장애 학생들은 CCTV를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 내지 보조해줄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교실 내에서 폭력, 도난 등의 상황에 처했을 때 객관적인 증거 및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대체로 인정했다. 교실 내에 목격자가 있어도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믿어주지 않는 교실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CCTV가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내 문제 해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CCTV 설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임시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현장을 목격하는 또 다른 눈이 되어줄 순 있지만 괴롭힘은 그 눈들이 없는 곳에서 다른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또 설령 CCTV가 있다고 하더라도 학생이 원할 때 필요한 영상을 확보하는데 여러 장벽과 마주할 것으로 예상되고 다른 용도로 사용되어 학생들이 2차적인 피해를 입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슈광장에서 대중들은 CCTV 설치를 놓고 학교폭력 예방이냐, 사생활 보호냐에 대한 논의를 주로 해나갔다면 직접 당사자인 장애 학생들은 현재 교실 내 분위기, 교사와 학생 간 관계 등을 고려한 보다 심도 있는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했다.
 
가령, CCTV에 학생이 찍혀도 그 영상의 주인이 학생이 될 수 없다는 지적, 교실 안 핸드폰 사용이 자유로워 사생활 침해에 대한 온도가 이전 세대와는 다를 수도 있다는 지점, 담임교사 혼자 반 학생들의 다툼에 개입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학급 분위기 등에 대해 들려주었다.
 
이들의 목소리는 단순히 CCTV 설치 여부를 넘어서, 학교 내 신뢰와 소통의 회복이라는 더 중요한 과제를 우리에게 남긴다. 학교는 배움의 터전이자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작은 사회이다. 더 큰 사회로 나오기 전, 작은 공동체에서 신뢰를 쌓아가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들을 익혀나가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고 교사와 학생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문화를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기술 그 이상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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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글. 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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