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먼저 생각하면 건강한 가정이 될 수 있습니다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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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입양’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양부모와 양자녀가 법률적으로 친부모와 친자녀의 신분이 되는 입양. 부모와 자녀 당사자도, 또 주변의 사람들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부정적이고, 어렵고, 힘든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평범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가정도 있다. 이번 ‘세상, 한 걸음’에는 입양가정이 건강한 가정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건강한 입양가정지원센터(아래 건센)’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입양에 대한 인식을 개선함은 물론,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기도 한 입양가정의 이야기를 <함께걸음>에도 공유하여 함께하고자 한다.
어떠한 배경이 있어도, 아이의 존재 가치는 소중하다
입양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다양한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가정 형편으로 인해 원치 않았던 임신, 범죄피해로 인한 임신 등의 이유가 있는데, 어떠한 이유로 아이가 태어나더라도 입양의 배경과 아이의 존재 가치가 연결되어 아이까지 부정적 인식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이설아 건센 대표도 그러한 점을 강조했다.
이설아 “입양된 아이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이 아니잖아요. 생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형편인지, 어떤 이유로 (양육을) 포기했는지를 입양부모는 자세히 알고 싶어해요. 사실 아름답지 않은 내용이겠죠. 아름다우면 키웠을 테니까요. 원치 않은 임신, 가정의 해체, 범죄에 의해 태어났다는 등 여러 종류로 아이들이 태어나는데 그 자세한 내용을 입양 전에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아요. 자세한 내용을 다 알고 나서 괜히 겁먹고 아이의 배경이 안 좋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편견 때문이에요. 그래서 입양을 하려면 사전 교육을 받고 아이와 연결이 된 후, 어떤 아이라도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을 먹은 사람에게 법원에서 허가를 해줘요. 그다음에 자세한 서류를 넘겨주고요.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태어나더라도 아이의 존재 가치는 그 상황과 별개이기 때문에 아무리 최악의 상황에서 태어났더라도 아이는 굉장히 귀하고 선하죠. 나쁜 피가 아니라.”
그래서 입양이 되기까지 일 년에서 일 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아이의 배경에 대해서 입양 전에는 대략적인 정보를 통해 받아들이게 하고, 입양 이후에 상세한 내용을 전달받게 된다. 과정과 절차가 어떻든 입양을 하려는 부모와 아이가 충분히 준비를 하고 가정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꼭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양을 하려는 부모는 입양하려는 아이에게 어떠한 나쁜 배경이 있다는 이유로 나중에 그 ‘배경’으로 인해 문제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한다.
“처음에 입양을 미디어에서 보잖아요. ‘아름다운 가정을 나도 꾸릴 수 있다’, ‘저렇게 예쁜 아이를 가질 수 있다’, ‘부모가 필요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줄 수 있다’라는 선한 뜻으로 시작하는데, 보통 시작 단계에서부터 현실적인 부분을 보게 돼요. 아이에게 끝까지 부모가 되고 가 족이 되어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시작하게 되는 거죠.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처음 입양에 대한 인식과 입양의 결정 단계에서의 인식은 아주 많은 차이가 있어요.”
입양가정이 구성되면 미디어에서 나온 ‘아름다운 가정’이 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생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생부모에 대해 궁금해할 수도 있고, 입양부모가 미처 알지 못했던 아이의 입양 배경으로 당황할 수도 있고, 입양부모와 아이 사이에 힘든 부분이 생길 수도 있다. 건센은 이렇게 입양가족이 평생의 여정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양사후서비스 기관이다. 입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입양과정을 지원하는 기관은 주변에서 찾을 수 있을 텐데, 건센은 ‘입양이 된 가정’을 지원하는 기관인 것이다. 어떠한 계기로 건센을 시작하게 된 걸까?
“저도 세 아이를 입양한 부모인데, 두 번째로 입양한 딸이 큰 딸이에요. 다섯 살짜리를 입양해서 처음 입양했던 아들보다 누나였죠. 그 딸을 입양하면서 너무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아이와 적응하고 애착이 형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신생아는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많지만, 나이가 있는 아이를 입양하는 경우 많은 어려움을 겪거든요. 아이도 충격을 크게 받을 수 있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고생하고, 부모도 고생하는 경우가 많아요. 큰 딸을 입양했을 때 너무 힘들었는데, 주변의 도움이 없었으면 포기하고 싶었을 거예요. 그러다가 저처럼 힘든 시기를 겪는 가족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공개적으로 입양가정 커뮤니티에 글을 쓰고 상담을 하면서 어려운 순간들을 헤쳐 나갔어요. 그렇게 도움을 받으면서 가정을 세워가는 시간 동안, 또 도움이 필요한 가정들을 계속 만나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와 잘 지낼 수 있는지, 건강한 가정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죠. 그렇게 전문기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 었어요.”
입양은 부모 혼자만의 인격으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이설아 대표는 말한다. 막상 아이를 만나서 사랑하려니 낯선 것은 낯선 사람과 갑자기 사랑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이와 사랑할 수 없는 그 어려움을 보면서 전문기관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고,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부모모임과 상담을 지속하면서 건센을 후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으로 2015년 전문적인 사후서비스기관으로 건센이 탄생했다.
부모 기준이 아닌 아이 기준
이설아 대표가 말했듯이 우리는 입양가정을 주로 미디어를 통해 접한다. 그렇다 보니 미디어에서 입양에 대한 모든 부분을 다 보여줄 수는 없게 된다. 입양의 계기나 시작, 과정에서 겪는 고민과 어려움, 좋은 점 등. 그렇기에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입양가정 당사자인 이설아 대표의 이야기도 들려 달라고 부탁했다.
“저희 부부는 생후 한 달된 남자아이를 제일 먼저 입양했어요. 그때만 해도 아이 한 명만 키울 예정이었기 때문에 너무 좋았어요. 아이가 낯설지 않았고, 너무 예뻤고, 너무 기뻤어요. ‘이런 쉬운 입양을 왜 안 하지?’, ‘이렇게 예쁜 아기를 배도 안 아프고 얻을 수 있는데 왜 안 할까?’ 하다가 아이가 커가면서 형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나이가 있는 아동은 입양이 잘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되게 어려운 시기를 겪고 가족이 된 선배 입양가정의 이야기를 듣고 뭉클하면서 도전이 되더라고요. 우리도 두 번째 입양은 갓난아기를 하지 말고 누나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남편과 합의를 했어요. 그렇게 다섯 살짜리 여자아이를 만났어요.”
두 번째 입양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가 낯선 사람을 두려워했다. 친해지려고 일 년간 토요일마다 만나러 갔지만 거절을 많이 당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갔더니 아이가 마음을 열고 외출도 하게 되었다. 그러다 크리스마스에 아이가 집으로 오게 되었는데, 낯선 누나가 오면서 가족 모두가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됐다. 매일 ‘널뛰기’를 하면서 아이랑 애착을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다가 삼 년 정도 지나서야 좀 적응이 됐다.
“그러다 남자아이들은 입양이 잘 안 돼서 해외입양을 많이 가는데, 그런 아이들을 좀 추려서 국내에 입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거기 상담사로 일하면서 해외로 입양 가기 전 30명 정도의 아이를 국내 부모에게 매칭을 시켜주는 일을 했는데, 거기서 저희 막내의 서류를 처음 봤어요. 돌 전이 었는데, 그 아이의 서류에만 아이와 생모가 같이 찍은 사진이 열몇 장이 들어있는 거예요. 다른 아이들은 다 혼자인데, 이 아이만 생모와 찍은 사진들이 있으니까 생모의 마음이 담긴 것 같았어요. 이렇게 키우고 싶어 했던 아이를, 사랑하는 아이를 현실의 벽 때문에 포기하게 된 마음을 사진에서 읽은 거죠.”
이설아 대표는 그 사진을 보자마자 이 아이만큼은 해외로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생모와 헤어지면 안 된다고. 그래서 셋째 아이로 입양을 하게 되었는데, ‘개방입양’의 형태로 하게 됐다고 한다. 생모와 연락을 끊지 않고 생모도 아이의 소식을 알 수 있게 하고, 생부와 아이의 역사에 대해서도 듣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이설아 대표는 현재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제가 가장 도움 많이 받는 건 세 아이예요. 자신들이 경험하고 통과하는 ‘입양’이란 걸 보여주고 있죠. 입양 이전의 중요한 사람을 상실하고 오니까 입양 사실에 아파하고 슬퍼하기도 해요. 그 감정을 부모와 나누면서 자라왔어요. 뭐가 좋고 뭐가 싫고, 낳아준 분은 왜 못 키웠는지, 누가 진짜 엄마인지 그런 감정들을 부모와 풀어내면서 커야 병이 나지 않는 거예요. 우리가 입양으로 이루어졌지만 끝까지 함께 가는 가족이라는 걸 납득시키면서, 그런 과정들이 저에게는 정말 큰 의미였어요. 부모 중심이 아닌 아이 중심의 입양을 이해했고,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관점의 전환이 일어난 거죠.”
덕분에 건센에서 하는 부모교육이나 상담은 부모가 아닌 아이의 입장을 먼저 생각한다. 아이 입장에서 입양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아이에게 부모의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아이의 관점에서 교육한다. 그때 서야 부모들도 ‘아 그래서 그랬군요’, ‘그래서 말을 안 하려고 했군요’, ‘그 마음을 알아줬더니 아이가 기뻐하면서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 이설아 대표
입양은 거칠지 않고 섬세하게
건센은 입양된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는 혼란스러움과 입양가정이 겪는 어려움을 잘 해결할 수 있도록 부모교육과 상담에서 꾸준히 훈련하고 있다. 아마 지금까지 이 글을 정독했다면 입양가정이 주로 겪는 어려움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특히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입양된 사실에 대해 혼란스러워하죠. 하지만 아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으면 부모는 아이에게 고민이 없는 줄 알아요. 그런데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을 낳아준 부모의 이야기를 하는 게 입양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거니까 말을 꺼내기 쉽지 않죠. 그러다 아이가 ‘엄마는 내 마음을 몰라주잖아’, ‘엄마는 진짜 엄마가 아니잖아’라고 하면서 충돌이 시작돼요. 그래서 건센에서는 부모가 먼저 공감해주고 알아주고 꺼내 줘야 한다는 훈련을 계속 시켜드려요.”
입양된 아이라면 입양의 배경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하다. 입양부모는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게 아이를 잃을까 봐 두려울 것이다. 생부모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고, 아이에겐 입양부모가 유일한 부모이고 싶을 것이다.
“사춘기가 되면 정말 입양 관련 정보를 알고 싶어 해요. 입양기관에 가서 기록을 보고 싶어 하고, 생부모에 대한 정보도 알고 싶어 하죠. 그걸 입양부모가 같은 마음으로 함께 가서 확인하고 나면 아이들은 정말 너무 좋아해요. 이 과정을 자신과 함께해준 지금의 부모를 더 사랑하게 되죠. 입양과 연결되어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부모가 모른척 하면 아이는 힘들어요. 이 부분들을 다 받아들여야 함께 행복할 수 있어요.”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출산율이 낮은 국가로 손꼽힌다. 자녀를 계획하지 않는 부부도 있고, 난임과 불임 등의 이유로 입양을 하려는 가정은 점점 늘어나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이제 입양가정의 이야기는 더 이상 어렵고 힘든 이야기처럼 인식되지 않고, ‘세상 속의 어느 한 이야기’처럼 우리 주변에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는 이야기다.
이설아 대표는 말한다. 입양으로 옮겨갈 때 섬세하게 거칠지 않고 아이를 위한 최적의 조건으로 중요한 것들이 유실되지 않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에 대한 역사를 나타낸다. 입양이 되더라도 언제 태어났는지, 생부모는 누구인지 등 아이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통해 아이가 버려지지 않았다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입양가정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 하고있는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를 응원한다.
작성자글. 박관찬 기자 / 사진 제공.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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