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봉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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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뒤늦게 "열린 음악회"라는 쇼프로그램을 통해 비로소 빛을 발하기 시작한 가수 인순이(본명 김인순 40)씨. 그녀의 가창력과 열정적인 무대매너는 이제 "4천만의 국민가수"라는 별칭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그에게도 아직까지 아픔으로 남아있는 또 다른 별명을 어린 시절 늘 꼬리표처럼 달고 다녀야 했다. 혼혈인으로 태어나 지겹도록 동네 아이들의 놀림을 받았던 그였기에 사회에 나와 가수활동을 시작할 때 그에게 쏟아졌던 호기심어린 차가운 시선도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그녀가 소외된 사람들의 어려운 사정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혼혈인으로 태어난 것을 원망만 하고 지냈던 시절이 있었지만 어느 때인가부터 제가 남들보다 노래를 잘 할수 있는 재능이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이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라고 주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활용하기로 결심했죠."
그런 생각을 처음 하게 된 82년 이후 그녀는 한번도 빠지지 않고 불우이웃돕기 성금모금에 참여하고 있다.
학창시절 "펄벅재단"으로부터 학비보조를 받으며 성장했던 그녀는 이제 한국펄벅재단 회장직을 맡고 있다. 펄벅재단은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펄벅 여사가 전세계 혼혈아동을 돌보기 위해 1964년도에 설립한 재단이다. 그 재단에서는 1년에 7백여 명의 혼혈아동들에게 생계비, 의료비, 교육비를 보내주고 그룹별로 수련회등을 열어 사회적응훈련을 시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상담교사를 두고 혼혈아동들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면서 이들이 바르게 살아가도록 유도해주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인순이 씨가 회장을 맡은 후에는 우리 나라에 와 있는 많은 동남아근로자들의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등 활동의 시야를 넓혀가고 있다.
그 동안 그녀가 해온 봉사활동은 참으로 다양하다. 불우 혼혈인 가정이 밀집해 있는 동두천지역의 발전과 이들 가정을 돕기 위한 기금마련 공연에 출연료도 받지 않고 참여하면서 혼혈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이밖에도 심장병어린이돕기 공연, 나환자돕기, 나사렛의 집 건축 기금 마련 등에 출연, 억대의 기금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또 인순이 씨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소년소녀가장을 방문하는 것 역시 잊지 않고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97년 11월 5일 "세계자원봉사자의 날"에 그가 국민훈장목련장을 받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오 몸을 바쳐 봉사하는 분들도 계신데 연예활동하면서 조금 보탬이 된 것을 가지고 큰상을 주셔서 부끄럽습니다. 그렇지만 제 개인으로는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몸시 쑥스러운 듯 밝히는 그녀의 수상소감이다.
그녀는 "긍정적인 삶"을 생활신조로 삼고 산다. 매사 감사하면서 지내는 사람은 항상 행복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탓이다.
이제는 가정주부이며,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의 하루는 꽉 찬 배추처럼 빡빡하다. 그런 일정에서도 1년에 7,8차례는 봉사를 위한 공연에 꼭 참여하는 이유는 물질적인 도움보다는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 어려운 사람들을 이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특히 최근 들어 이혼이 늘어나고 있는만큼 이혼가정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이고 싶다고 한다. 이번에 발표한 가스펠 앨범도 기독교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게 앨범의 제목처럼 "내 영혼의 그윽히 깊은데서" 나즈막한 울림이 되어 모든 상처 입은 영혼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어렸을 때 수녀나 간호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냥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서 사는 그 분들의 삶이 참 감명 깊었거든요. 그래서 남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게 됐죠."
어릴 적 꿈대로 수녀나 간호사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를 우리 모두 좋아하게 된 것은 자심의 삶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따듯하게 마음을 채우며 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주홍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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