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1] "새롭게 거듭날 경실련을 지켜봐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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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새롭게 거듭날 경실련을 지켜봐주십시오"
위기의 경실련 위해 백의종군 나선 신임 유종성 사무총장
상근직원들의 월급이 두달째 밀려 있었다. 몇 달 사이에 이런저런 실망감 때문에 그만둔 직원 수가 10명 정도나 됐다. 후원금은 표가 나게 뚝 끊겨 빚은 계속 불어나고 있었다.
이것이 8년 동안 사회각계출신의 종사자들이 쏟아부은 각고의 노력과 사회적 관심으로 우리나라 최대의 시민단체조직으로 성장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의 97년 4월말의 모습이었다. 올해 초 김현철씨 관련 녹음테이프 공개여부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경실련의 최고간부층의 도덕성과 논의체계의 비민주성을 의심받았던 사건의 여파이다.
이런 상황에서 4월 29일 공석이던 경실련 사무총장직에 취임한 유종성씨(42)의 감회는 그야말로 백의종군을 나서는 장수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제 능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당장의 어려움은 있을지라도 애초에 가고자 했던 경제정의와 시민개혁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는 경실련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총장직을 마다하지는 않았습니다."
유 신임총장은 89년 경실련이 창립할 때 발기인으로 참여한 이후 정책실장, 조직국장, 시민의 신문 편집국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경실련의 정통을 잇는 산증인. 그러나 이번 사건의 파동으로 조직의 정비를 위해 현재 90명의 상근종사자 수를 45명으로 줄이는 대대적인 내부 수술작업을 직접 지휘해야 하는 일이 당장 그에게 주어졌다.
"상근종사자 수를 반으로 줄인다는 것이 일반기업에서 얘기하는 정리해고방식은 아닙니다. 이제까지 너무나 방대한 분야를 경실련의 조직구조 안에서 모두 손을 대다보니 백화점식으로 사업을 벌여놓기만 하다는 비판이나 업무의 효율화 면에서 여러 역효과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시민의 신문"과 "베트남 직업훈련학교 프로그램" 등 산하의 기구들을 독립시키고 상근직원의 자연감소인원의 충원을 억제해서 예전의 절반수준으로 상근자 수를 줄여나갈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 예전에 10명이 했던 일은 7명이 해야하는 상황이라 개인별 업무량이 더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민운동의 기본취지를 살려 자원활동자를 상근직원과 양대축으로 하여 적극적인 연계를 유도한다면 오히려 전반적인 역량은 배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유 총장의 복안이다.
5월 초 경실련의 일일호프라는 방식을 통해 회원들과 대화의 공간을 마련하는 한편 급한 사업비들의 재정을 마련하기도 했다. 재정문제는 대다수 시민단체들이 그러하듯이 당분간 경실련의 운신의 폭을 좁게 하는 고약한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는 대기업과 같은 수수의 고액후원자들을 유치하거나 기업후원의 프로젝트사업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소액일지라도 순수한 마음에 경실련을 후원하는 많은 시민들을 주축으로 해서 후원회를 조직할 생각입니다. 물론 수입 및 지출내역은 투명하게 공개해서 자신의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자세히 알려드려야죠."
이밖에도 시민운동을 지원하는 공익재단을 설립하고, 시민운동을 공익활동으로 인식시켜 기부금에 대한 세제혜택 또는 우편요금과 전화요금 할인 등 시민운동 지원제도의 도입을 위한 운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경실련의 쇠퇴는 경실련 하나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시민운동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친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그러니까 다시금 시민운동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는 작업을 다른 시민단체들과 합심해서 해나가겠습니다."
또 한편 경실련의 핵심적인 사업이었던 금융실명제가 최근 후퇴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그 저지사업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직업별, 연령별, 관심분야별 회원모임도 유도해서 다시금 사회참여에 뜻있는 시민들의 사랑방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모든 경실련 식구들의 의지이다.
"누님이 시각장애우이고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해서 복지문제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관심을 갖고 있죠." 유종성 총장을 새로운 선장으로 한 경실련호의 앞날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글/ 함께걸음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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