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일기]혼자 소리로는 할 수 없네, 둘과 둘이 모여 커다란 함성될 때 > 함께 사는 세상


[현장일기]혼자 소리로는 할 수 없네, 둘과 둘이 모여 커다란 함성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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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어딘가에 꼭 속해서 살아가고 있다. 가족의 한 일원이 되기도 하고, 학교·직장·사회 등의 조직에 소속되어 제역할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중요한 문제는 "소속된 단체에서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얼만큼의 책임을 느끼고 성실하게 진행해 가고 있느냐"는 점이 될 것이다. 단체에 소속되어 있지만 소속감을 잃고 고립되어 일상에 매몰되는 경우도 있고, 소속된 단체의 일원으로서 "발전적인 무엇"을 위해 주체적으로 활발히 움직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나는 후자가 되고 싶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보육사다. 보육사로서의 주체적인 모습은 무엇일까. 가장 기본적인 것이 아이들의 보육에 대한 전문적인 능력을 몸에 익히는 것이다. 하나 하나 가슴 싶은 응어리를 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 대한 보육은 "뜨거운 마음"과 "몸으로의 때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세월이 흐르면 쌓이는 경험만으로도 역시 한계가 있다. 사소하게는 아이들의 도벽이나 용돈문제, 크게는 하교교육이나 취업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제들과 부딪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온전한 보육이 어려운 것이다.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물질적 조건의 확보다. 아이 1인당 하루 부식비 700원의 국고지원 예산만으로는 일차적으로 의식주의 어려움에 부닥친다. 또 보육사 1인이 14명의 아이들을 맡아서 보육해야 하는 여건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시설 아이들에 대한 복지는 요원한 얘기가 될 것이다.
 
나는 주체적인 보육사이고 싶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에서 주체적인 보육사이고자 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많은 과제들에 난감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의 근로조건 속에서 아이들과 하루종일 부대끼는 것 조차 힘든 것이 사실이다. 나는 고달품과 힘겨움 속에서 꽤 오랜 시간동안 고민했다. 같은 고민을 하는 "벗"들은 항상 있게 마련인가 보다. 꽤 오래전부터 이런저런 계기로 얼굴을 익힌 "벗"들이 간간이 여행도 다니고, 서로 연락도 주고받고, 또 주변의 "벗"들도 사귀고 해서 작년 9월에 보육사들의 최초의 모임이 만들어졌다. 주로 아동복지시설에 근무하는 보육사들이 만든 모임이고, 참여하는 인원은 아직까지 적은게 사실이다.
 24시간 근무에, 월 휴가 이틀이라는 근로조건 때문에 자주 모이기도,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기도 쉽지 않지만 최대한의 지혜를 짜 내 한달에 두 번 정도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이 모임에서는 주제를 정해서 토론을 하고, 간단히 생일축하도 해준다. 또 휴가날짜를 맞춰 두달에 한번꼴로 야유회를 가기도 한다. 우리모임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쭉 야유회(여행)를 가져왔는데 작년 말에는 일본인 보육사 한 분이 참석했던 적이 있었다. 한국말을 배우려 우리나라에 머물고 있던 분이었다. 함께 여행을 하면서 우린 일본과 한국의 복지시설의 실태에 대해 어눌한 어학실력이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지금도 그분의 얘기가 생생하다. "한국 시설직원의 근로조건은 가히 놀라울 정도이다. 시설에 대한 사회인의 인식이 매우 안 좋은 것 같다. 일본의 복지시설은 선진국답게 높은 수준에 있다. 이는 처음부터 그런 것이 아니라 20여년전 시설장과 직원들의 끈질긴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하는 야유회와는 달리 주제토론 모임은 반나절 정도의 외출로 가능하다. 대개 한 두 사람이 간단하게 발제를 하고 토론주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아이들의 용돈, 아이들의 아르바이트, 아이들의 건강, 도벽, 가출, 직원과 봉사자와의 관계, 방배치, 연장아문제, 직원들의 건강, 직원들의 근로조건, 지원회의 등등 보육사인 우리들이 매일 마주치는 현실적인 "고민"과 "관심사"가 대상이 되기 때문에 토론은 무척 활발하고 진지하다.

 짧은 시간 속에서 공감을 나누며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모색해보곤 한다.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절벽 같은 암담함으로 한숨을 내쉴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나누는 절망과 공감은 우리들을 떼어놓을 수 없는 튼튼한 끈이 되고 있다. 앞으로는 우리들의 고민에 좀 더 진일보한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전문가"와의 대화시간도 마련하려 한다.
 한정된 시간만을 할애하여야 하는 근로환경 때문에 모임이 있는 시간에 충실하게 참여하지 못하는 점, 시설운영자의 모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많은 보육사들이 참여하고 있지 않아 아직 소수의 보육사만이 모임을 가져야 하는 점 등 아직 많은 한계와 어려움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제약과 힘든 조건 속에서도 밝고 진지한 모습을 잃지 않는 벗들을 보면 힘이 난다. 우리 모임이 앞으로 어떻게 커나갈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우리 아이들과 시설에 종사하는 직원들의 고통을 풀어내어 참복지 세상을 앞당기는데 소중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 믿는다. 보육시설 뿐만 아니라 장애인복지시설의 보육사들도 모임이 만들어져 함께 교류하고, 함께 목소리를 키우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글/ 김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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