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만난 사람] "자, 멀리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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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종 식
박종식(32)씨는 함께 걸음의 애독자다. 장애인들이 다양하게 섭렵할 수 있는 "장애인 문화"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있는 그는 지금 당산동에서 "나래기획실"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한 분이 찾아와서 운전교육을 원했는데, 그 당시는 모든 여건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차는 그 분이 가져오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했었지요."
그렇게 시작된 장애우 운전교육을 8년째(운전교육 경력은 10년)하고 있는 김성웅씨(38·새한자동차 장애우 교육담당).
초창기 장애우 운전교육은 이렇게 어설피 시작되었고 국가 차원의 정책적 장치 없이 개개인의 관심 속에서 암암리에 무허가 교육이 이루어졌다. 비용 역시 협상에 의해 정해서 일반인보다 더많은 부담이 있었다는 김성웅씨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한 두사람씩 연락을 받고 직접 찾아가서 노상에서 기초교육을 하고 학원에서 마무리하는 식이었습니다. 교육시간은 무제한이었고 서로가 열심히 했지요. 그 덕분에 100%로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출장지도는 커녕 찾아오는 장애우들에게조차 시간배정이 어려울 정도다. 장애 우들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고 운전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추세이나 국가적 혜택은 따라주지 않는 실정이 김성웅씨는 안타깝기만 하다. 늘어나는 운전교육생에 비해 교육장은 극히 한정되어 있어 도봉구에서 목동까지 원정(?)와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고 잦은 교통사고로 장애발생률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걱정거리다.
<8년 간 5천여명 교육>
"몇 년 전만 해도 성실하고 침착한 자세로 교육을 받았는데 요즘은 쉽고, 안이하게, 또 급하게 배우려 하는 자세가 문제"라는 지적도 한다. 아무튼 8년 동안 그에게 교육받은 사람은 줄잡아 5천명에 이른다. 김씨는 이중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수강등록 서류를 모두 보관하고 있을 정도로 장애우들에 대한 애착이 많다. 지방 장애우들을 위해 자비를 투자해 경남 마산에 출장소를 설치하고 직원을 파견해 지방 장애우운전자 활성화에도 큰 몫 을 담당했다.
교육하는 기간동안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정순희 판사의 교통 사고. 지체장애우였던 정판사를 직접 운전 교육한 것이 인연이 되어 여러 차례 소식을 전하며 친분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그의 사고 소식은 김성웅씨의 모든 것을 앗아간 것과 같은 아픔이었다. "운전 교육을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며 오랜 기간을 방황했던 그 일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누구든지 운전이 가능하지만 운전면허 시험이 일반인보다 장애우들에게 결코 유리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시험장의 차가 특정장애우를 위해 준비되어 있지 않으므로 거동이 불편한 장애우의 경우 매우 어려울 수도 있단다.
"교육신청 후 날수대로 한 번에 다 타려 하는데 그 경우 떨어지면 다시 등록해야 해요. 그러면 불리하니 강사와 상의하여 날수를 나누어 타면 여러 번에 걸쳐 재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앞으로 교육받는 자들이 꼭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보통 한 번에 면허를 취득하는 경우가 드물고 2~3회 재 응시하는 것이 상례라 강사와 일정을 조정하여 임하는 것이 오히려 운전면허 취득의 지름길이다. 조급하게 서둘지 말고 여유를 가져야 한다.
김성웅씨는 장애우 차량 중 승용차(2종 보통)만 허락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장애우중에는 승용차 운전자보다는 오히려 소규모 자영업을 하는 장애우가 많아 봉고나 작은 트럭이 실질적으로 생활 수단에 도움이 된다며 차종의 다양화를 주장했다.
일반인들보다 더 빨리 면허취득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그는 그것이 장애 우들에게는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취득 후 실제로 운전할 때는 급하게 운전하지 말고 주위 운전자들에게 너무 신경 쓰지 말며 자기 몸에 맞게 편안히 운전할 것을 당부하고 교통사고로 인해 또 다른 장애를 갖지 않도록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장애우에게 자동차는 곧 발>
핸들을 잡으면 하는 김성웅씨의 첫마디다.
"자, 멀리 보세요."
브레이크의 위치와 액셀의 감각도 익히기도 전에 멀리 볼 것을 강요당하면 누구든지 당황한 다. 그러나 처음부터 차 앞(범버) 과 차 옆쪽을 지나치게 신경 쓰면 시야가 좁아지고 운전자세가 나빠지며 이런 습관이 굳어지면 후에 교정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말한다.
"운전은 어차피 감각입니다 몇 가지 공식은 있지만, 또 그렇게 합격해도 후일 새로 해야 합니다. 저는 이분들과 지금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나랴 싶어 처음부터 바른 자세로 운전하도록 주의를 많이 줍니다."
김성웅씨는 장애우가 아니다. 그러나 긴 세월 장애우와 접하면서 "우리"가 되었고 안아서 태우고 업어서 내리면서 이제는 보기만 해도 장애 유형을 알 수 있을 만큼 전문가가 되었다.
김강사의 희망은 그를 거쳐간 자가운전자들을 여의도에 모이게 한 후 시청까지 행진을 해보는 것인데 "장애인인 우리도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자동차는 곧 발과 같아요. 집 다음에 비싼 것이 자동차지만 장애우에겐 사치품이 아닙니다. 생활의 활동력이 넓어지고 순발력도 키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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