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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힐에서 살고 일하며 배운 것, 서로에게 감사하기

캠프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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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SA에서 수확한 채소를 지역의 주민에게 판매하는 모습 ⓒCamphill Village Kimberton hills 공식 홈페이지
 
지난 호에서는 제가 어떻게 캠프힐을 알게 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 미국 킴버튼에서 지내게 됐는지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곳 킴버튼 킴프힐의 직업생활(이곳에서는 작업장을 workshop이라고 부릅니다)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내가 사는 시카모어 하우스는 마을의 중심을 관통하는 주요 도로에 근접해 있어서 사람들이 오고가는 것을 잘 볼 수 있다. 굿모닝~! 아침 8시 무렵이면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혹은 골프카를 타는 사람들이 양방향으로 분주히 움직인다. 8시 30분부터 오전 작업장 일과가 시작되기 때문에 다들 아침 식사 후 각자 일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길이다.
 
킴버튼 캠프힐에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오후 시간을 나누어 코워커와 빌리저가 함께 구성원이 되어 각 가정, 카페, 베이커리, 도자기작업장, 섬유작업장, 목공작업장, 직조작업장, 과수원, 허브농장, 목장, 농장 등에서 함께 일을 한다. (작업장 구성은 각 캠프힐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킴버튼 캠프힐처럼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빌리저들이 살고 있는 성인기 캠프힐에서는 작업장 활동이 일상생활의 중요한 부분이다. 누구나 성인이 되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각자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일을 하면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듯이 캠프힐에 사는 코워커와 빌리저에게도 작업장 활동이 큰 의미를 갖는다.
 
△ 모자이크 작업장에서 코워커, 빌리저가 함께 유리공예 작업을 하는 모습 ⓒCamphill Village Kimberton hills 공식 홈페이지
 
캠프힐에서 일하면서 인상 깊게 다가온 것 중 하나는 이곳에 사는 100여 명의 코워커와 빌리저가 모두 개별 주간 작업장 일정이 있고 그 내용이 개인마다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대부분 실내 작업장과 실외 작업장에 고루 참여하지만 베이커리나 농장 등 한 곳에만 집중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작업장 일정은 빌리저와 코워커의 캠프힐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작업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별 일과를 계획하고 진행하는 일에 모두가 많은 관심과 힘을 쏟고 있다.
 
예시로 저희 집에 살고 있는 빌리저 빌(Bill)의 주간 작업장 일과표를 소개합니다.
 
빌리저 빌(Bill), 신디(Cindy)와 어떤 작업장에서 일하는지, 하는 일은 무엇이고 특히 좋아하는 작업은 무엇인지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빌(Bill): I like working at the bakery. I am a hard worker. I do scoop cookies, stack the trays, and put the cookies into the bag. I am not tired of working at the bakery. (저는 베이커리 작업장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매우 성실히 일하죠. 쿠키를 퍼서 쟁반을 쌓고 봉투에 넣어 포장합니다. 저는 베이커리에서 일하는 것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아요.)
 
신디(Cindy): I like outdoor work. So, I am usually working at the estate. I like stacking the woods, see the different sceneries. (저는 실외에서 일하는 게 좋아요. 그래서 저는 주로 캠프힐 마을 전체의 시설물들을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저는 나무를 잘라 쌓아 올리는 것을 좋아하고요. 다양한 풍경을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 베이커리 작업장에서 코워커, 빌리저가 함께 쿠키를 소분하여 포장 하는 모습 ⓒCamphill Village Kimberton hills 공식 홈페이지
 
나는 모자이크 작업장 외에 일주일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때는 다른 집에 사는 빌리저들이 우리 집에 일을 하러 온다. 식사 준비를 위해 역할을 나누어 야채 다듬기, 식탁 차리기, 식기세척기 비우기 등 주방에서 같이 일을 하거나, 마른빨래 개기, 청소기 돌리기, 쓰레기 및 재활용 물품 내다 버리기, 신발장 정리하기, 먼지털기 등을 중심으로 가정 생활에 필요한 일들을 함께한다.
 
특히 작년에 두 빌리저 셜린(Charline), 베스(Beth)와 산카낙하우스(Sankannac House)에서 일을 하면서 그들에게 살림에 많이 배웠다. 특히 셜린은 티타임을 하기 전에 항상 다 사용한 도마와 칼을 싱크대에 갖다 놓고 행주로 작업하던 식탁을 깨끗이 정돈했다. 집안일 경력으로 치면 나보다 훨씬 앞선 살림 선배들이었다. 그 외에도 수프 간을 보고 합격! 이라고 말해주거나 소금이 더 필요하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우리 스스로 ‘우리는 최고의 요리 팀이야!’라고 외쳤었는데 정말로 두 사람 덕분에 좋은 팀워크를 경험할 수 있었다.
 
킴버튼은 생명역동농법을 기반으로 한 밭농사와 목장을 중심으로 캠프힐을 시작(1972년) 했고 현재는 허브농장과 과수원도 더불어 가꾸고 있다. 그중에서 내가 최근에 1년간 일주일에 한 번씩 참여했던 농장 활동을 바탕으로 작업장 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이곳에서는 밭농사하는 곳을 CSA(Community Support Agriculture)라고 부른다. 요즘 봄 파종을 위한 씨앗 틔우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매일 아침 8시 30분이 되면(초여름부터는 7시에 농장일이 시작된다) 농장 창고에 작업장 리더를 중심으로 보통 5~6명의 코워커와 3~4명의 빌리저가 모여서 할 일을 상의하고 역할을 나눈다. 오후 일과를 시작하는 2시 30분에 다시 이런 짧은 모임을 한다. 작업장에 오는 구성원이 매번 다르고 일의 진행 상황에 따라 할 일들이 계속 바뀌므로 이 논의의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 CSA에서 코워커, 빌리저가 함께 잡초를 다듬는 모습 ⓒCamphill Village Kimberton hills 공식 홈페이지
 
농사일을 경험해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농사는 여러가지 상황적으로 고려할 것도 많고,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할 일들이 있다. 퇴비주기, 밭 만들기, 비닐 깔기, 씨앗 틔우기, 파종하기, 물주기, 온실 관리하기, 풀 뽑기, 수확하기, 수확물 씻어서 관리하기, 수확한 뒤 다른 작물 옮겨심기, 비닐 걷기 등 밖에서 보기만 해도 이런 데 아마 일 년 내내 농장에서 일한 코워커라면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은 목록을 적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일을 코워커와 빌리저가 함께 한다. 하지만 빌리저들마다 선호하는 활동이 있기에 모든 빌리저가 다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관심과 역량에 따라 파종하고 작물 가꾸는 일을 꾸준히 하는 빌리저가 있고 수레로 하는 일, 작물 나르는 일 또는 장비 다루는 일을 하는 빌리저들도 있다.
 
△ 빌리저와 코워커가 농장에서 함께 일하는 모습 ⓒCamphill Village Kimberton hills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 빌리저 소니아, 코워커 아밀리아가 함께 채소에 물을 주고 있는 모습
 
봄부터 가을까지 열심히 땀 흘려 농사지은 신선한 수확물들은 본격적으로 재배가 시작되는 5월부터 10월까지 매주 2회 캠프힐의 각 가정과 외부(인근 지역 등)에서 수확물을 사고자 하는 회원들(연회원제)에게 공급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생소한 광경이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보통 화요일과 금요일, 12시부터 5시 사이에 회원들이 편한 시간에 농장에 들를 수 있다. 회원들은 각자 집에서 가져온 가방에 채소 이름과 개수를 확인하고 담으면 된다. 수확물이 많이 나는 7~8월의 경우 기본 열 가지가 넘는 신선한 채소들을 받아갈 수 있다. (예를 들어, 토마토 3개, 토마토소스 4lb, 시금치 1lb, 피망 2개, 브로콜리 1개, 양배추 1개, 오이 1개, 상추 2단, 양파 2개, 챠드 1단, 박초이 1단, 가지 2개 등의 채소가 있다.) 캠프힐 가정과 인근 주민들까지 약 120여 가정(작년 기준)이 매주 캠프힐에서 재배하는 신선한 채소들로 차려진 음식들을 먹는다고 상상하면 농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시간이 정말 의미있고 보람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 캠프힐 코워커들이 파머스마켓에 참여하여 CSA에서 재배한 채소 등을 판매하는 모습
 
캠프힐에서 코워커와 빌리저들이 함께 일해 생산한 물품들은 외부로도 많이 판매되고 있다. CSA에서 재배한 채소들뿐만 아니라 허브농장에서 만든 각종 허브차, 베이커리에서 만든 빵과 쿠키, 그레놀라, 매일 아침 40여 마리의 소에서 나오는 신선한 우유, 그 우유로 만든 치즈 등은 지역 마트에 정기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인근에 있는 가정이나, 다른 캠프힐에서도 킴버튼에서 생산된 것들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한 달에 한 번 지역에서 열리는 수공예 상점, 농산물 시장 등에 킴버튼의 작업장에서 생산된 물품들을 가지고 나가거나,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킴버튼에서 생산된 도자기, 나무 도마, 스카프, 천연양모, 모자이크 작품 등 여러 가지를 판매하고 있다.
 
△ 킴버튼 캠프힐에서 만든 공예품 등을 판매하는 홈페이지 캡처 ⓒCamphill Village Kimberton hills 공식 홈페이지
 
캠프힐에서는 내가 한 노동이 물질로 환원되어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은 부족함 없이 충족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일을 통해 느끼는 성취감, 함께 일하며 느끼는 만족감, 서로에 대한 감사함 등이 내 삶을 더욱 의미 있게 채워준다. 일 년 반 동안 모자이크 작업장에서 빌리저와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작업해 완성한 결과물을 어떤 값으로 판매할 수 있을까? 훌륭했다고 끊임없이 말해주고 박수를 보내주는 많은 사람들과 이 일의 의미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기뻤다. 그리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 빌리저와 서로에게 격려와 고마움을 담아 진한 포옹을 했다. 내가 요리를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다. 캠프힐에서는 내가 쏟은 열정과 시간을 돈으로 따지지 않아도 된다. 이 음식이 우리 집에 사는 사람들의 든든한 한 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준비하고 다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나는 큰 만족을 느낀다. (물론 맛이 이상하게 되면 너무 미안하다 ^^;) 나 역시 누군가 시간과 노력을 다해 차려준 식사를 감사히 먹는다. 캠프힐에서 살고 일하며 배운 것,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 완성된 모자이크 작품(Partridge, 자고새)을 함께 들고 있는 빌리저 다이애나와 코워커 희남
 
다음 호에서는 함께 사는 삶의 바탕이 되는 캠프힐의 가정 생활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작성자글과 사진. 김희남 미국 킴버튼 캠프힐 단기 코워커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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