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이 사진을 이해하는 방법
만화 / 시시각각 4화
본문
안녕하세요,
저시력 시각장애인 그림 작가 허은빈입니다.
무더운 여름철 시원하게 보내고 계신지요?
이번 호에서는 어느 여름날의 추억을 들려드리려 해요.
한 사진 작가님의 모델이 된 경험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사진을 이해하고
감상하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그림 작가의 길을 선택하기 이전, 대학생 시절.
‘안녕하세요, 은빈 씨. 저는 사진작가 명이라고 해요.’
‘시각장애인을 모델로 작업해보고 싶어요.’
지인의 소개로 명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내키지 않았지만,
‘나는 저시력이라서 ‘시각장애인스러운’ 모습은 안 나올텐데...’
걱정과는 달리, 명 작가님은 ‘장애’나 ‘장애인’보다는,
‘허은빈’이라는 개인을 조명하는 작업을 원하시는 듯했습니다.
‘은빈 씨는, 어떨 때 가장 ‘나답다’라고 느껴요?’
사실 당시에는 ‘사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는데,
‘사진 작품은 뭘 어떻게 감상하는 거지?’
‘사진은 그냥 기억하고 싶은 걸 찍는 거 아냐?’
이런 궁금증에 대해 질문하자,
명 작가님은 친절하게 사진의 세계를 알려주셨어요.
‘똑같은 걸 찍어도 렌즈, 필름, 빛이 들어오는 정도에 따라 사진 분위기가 달라져요’
‘시각장애인 사진 동호회도 있어요.’
‘네? 아예 안 보이시는 분들은.. 어떻게 사진을?’
‘(내가 이런 말을 하기엔 뭐하지만...)’
남기고픈 대상을 사진으로 포착해두면,
나중에 비장애인 분들과 같은 시야를 공유할 수 있으니까요.
사진이 일종의 공통 언어가 되어주는 셈이죠.
‘노을이 너무 예뻐’
‘지금 노을이 지고 있구나. 너와 함께한 이 날의 기억을 사진으로 남겨놓을래.’
그래서 결과물보다는, ‘무엇’을, ‘왜’ 찍었는지가 중요하게 되어버려요.
‘제가 찍은 사진 볼래요?’
‘어머, 예쁜 노을 사진이네요. 언제 어디서 찍었어요?’
사진은 제게 정말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제가 찍은 사진들로 소통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사진은 시각예술이니까요.
그래서 반대로 ‘찍히는 대상’이 되는 경험과 과정에서
의미를 찾는다면 어떨까, 했어요.
제 나름대로의 방식을 시도하는 거죠.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가라우치 아리오 저)가 떠올랐습니다.
전맹 시각장애인 ‘시라토리 씨’는
미술 작품의 이미지를 전혀 볼 수 없지만,
친구들이 각각 다른 시선으로 작품을 설명해주며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추측하고
대화하는 ‘경험’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었지요.
명 작가님과의 대화는 예술의 본질이 ‘결과’가 아닌
‘과정’이자 ‘경험’임을 다시금 되새기게 해주었습니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시각적으로 확인하지 못하더라도 사진을 좋아할 수 있듯,
세상에는 수많은 ‘보는’ 방식이 존재하겠지요.
‘사진 볼래요? 은빈 씨답게 잘 나왔어요.’
‘오..너무 사실적으로 못생겼는데요...’
이처럼 다양한 시선과 표현의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
예술과 작가의 역할이 아닐까요?
시시각각 생각해보기
흔하지 않은, 독특한 작업 방식을 사용하거나
인상적인 스토리를 가진 작품 혹은 작가가 있나요?
작성자글과 그림. 허은빈 작가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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